등록 : 2018.05.10 09:30
수정 : 2018.05.10 16:17
커버스토리/ 홈트
일상생활을 조금씩 파괴하는 통증
최근 셀프 체형교정 운동이 인기
전문가 ‘별쌤’에게 지도받아 보니
꾸준히 반복하는 것이 방법
비 오는 날엔 한쪽 종아리에만 흙탕물이 튀긴다. 오른쪽 어깨에 멘 가방을 왼쪽 어깨로 옮기면 가방이 스르륵 미끄러진다. 잘못된 자세와 틀어진 몸으로 그럭저럭 살아왔다. 운동이 싫어서 101가지 핑계를 대던 나다. 하지만 더는 방치할 순 없다. 통증이 일상에 파고들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짬을 내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셀프 체형교정 운동을 체험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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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을 해결하는 홈트 책을 낸 '별쌤'과 '솔쌤' 자매. 조새한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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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을 더 세는 헬스클럽 트레이너들이 있다. 약속한 열을 셀 때까지 버티기로 했는데 구령은 끝나지 않는다. 트레이너 덕분에 열다섯까지 해내고도 배신감이 차오른다. 배신감이 쌓일수록 오르막길 걷기가 가뿐하지만 중노동 한다는 생각을 떨치지 못했다. 아쿠아로빅에도 도전했었다. 몸을 물로 감출 수 있어서 좋았지만, 탈의실에서 체모를 드러낸 채로 회원과 강사가 ‘스몰토크(잡담)’를 하는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했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몸을 방치하자 통증이 찾아왔다.
<디어 마이 바디>는 통증에 고통받았던 첼로 연주자 ‘별쌤’과 디자이너 ‘솔쌤’ 자매의 통증 극복 ‘홈 트레이닝’(홈트) 책이다. 이들이 극복한 방법은 ‘에스엔피이(SNPE: Self Nature Posture Exercise) 체형교정운동’. ‘단 4개의 동작이면 셀프 체형교정 운동 끝’이라는 문구가 마음에 들었다. 배우기가 쉽고 간단해 보여 솔깃했다.
하지만 시작부터 걸림돌에 부딪혔다. 다리를 벨트로 고정하라니! 우선 구르기 동작을 맨몸으로 시도했다. 좌우 등 높이의 불균형을 완화시키고 복부 힘을 기른다는 동작이다. 웅크린 자세에서 뒤로 누우며 다리를 머리 뒤로 넘겼다가 다시 돌아오는 동작을 기본 200회 반복하라는데 숨이 차서 30회만 했다. 하체의 중심을 잡으려다 보니 굽은 어깨를 바닥 쪽으로 펴게 되고, 팔뚝 바깥쪽도 뻐근해졌다. 방치했던 몸이라 가벼운 운동에도 호들갑스럽게 응답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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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트를 이용한 통증 치료 홈트 동작. 조새한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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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트를 왜 묶어야 하는지 이해가 필요했다. 지난 2일, 이들 자매가 운영하는 ‘파인유얼뷰티’ 센터를 찾아가 필명이 별쌤인 조새한별씨를 만났다. 8년 전 그는 일상생활을 불가능하게 한 통증을 고치는 것이 우선이었다. 아름다운 몸매는 생각도 못 했다. 운동한 지 6년째 되던 때, 우연히 옛날 사진을 꺼내 보고서야 몸은 물론, 얼굴까지 변한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20대 초반까지 한쪽 턱이 길어 불균형이었던 얼굴이 제자리를 찾았던 것. 얼굴의 작은 근육들은 목과 어깨의 큰 근육들부터 영향을 받는다. 굽어 있고 틀어져 있는 몸을 바로잡으면 비대칭으로 발달한 얼굴 근육도 제자리를 찾는 원리다. 동생 솔쌤은 인스타그램에 열심히 운동 장면을 올린다. ‘최상의 상태인 내 몸 만들기 프로젝트’ 과정을 보여주는 솔쌤의 인스타그램(@bypinetree)은 팔로어가 12만명이 넘는다. 어쨌든 그의 경험을 들으니 벨트를 활용해야 한다는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별수 없다는 심정으로 벨트를 묶어보기로 했다. 가장 핵심이 되는 ‘1번 동작’은 발목과 종아리, 허벅지 세 부위를 묶은 다음 손을 짚고 일어서서 엉덩이 쪽 고관절에 탄력 벨트를 착용하는 것이다. 구부러진 인어 모양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별쌤이 알려주는 순서대로 무릎이 발끝을 넘지 않도록 앉아서 양손을 등 뒤로 보내 깍지를 꼈다. 견갑골(팔뼈와 몸통을 연결하는 뼈)을 모으며 어깨를 활짝 펴는 데까진 괜찮았다. 하체 운동인 스과 비슷한 자세라 얕잡아 봤다가 앞 발가락을 들어 무게중심을 발뒤꿈치로 보내는 순간, 허벅지가 타들어 가는 듯했다. 인어가 다 뭐냐. 지금 새우튀김이다! 몸이 후끈해진 김에, 엎드린 채로 다리를 바닥에서 떼는 ‘3번 동작’까지 시도했다. 새우의 심정으로 한껏 다리를 들어 올렸으나 이번엔 무릎이 아팠다. 벨트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 벨트가 편안한 상태로 풀어지려는 몸을 지지해주고, 운동 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는 부위로 힘을 보내는 역할을 한다는 걸을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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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자세가 통증 홈트의 기본이다. 왼쪽 사진은 바른 자세다. 오른쪽은 몸의 구조가 바르지 않는 경우다. 조새한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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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 동작을 해보면 대부분 몸의 정렬이 맞지 않고 어깨와 척추 주변 경직이 심해서 가슴이나 턱이 앞으로 쏠려 있다. 동작을 반복하면 서서히 바로잡힌다. 3번 동작은 다리가 많이 휘어 있을수록 무릎이 아프다. 꾸준히 반복해서 서서히 원상태로 회복해야 한다.” 별쌤은 처음부터 동작이 제대로 되지 않아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대신 반복과 굳은 몸을 풀어주는 이완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양손의 중지 두 개를 세운 형태의 도구에 목을 대고 눕게 했다. 그저 고개를 돌리자 내 머리의 무게로 누를 뿐인데 개운한 아픔이 밀려온다. 다음엔 빨래판처럼 생긴 ‘웨이브베개’에 등을 대고 좌우로 움직이게 했다. 이 또한 뭉친 등 근육이 풀리는 아픔이라 언제까지고 비비고 싶어졌다. 체면을 차리느라 금방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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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디어 마이 바디>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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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쌤은 “통증을 사랑하라”고 말했다. 아프지 않기 위해서 운동을 시작하려는 마당에 이 무슨 소리인가 싶지만, 아픈 곳을 찾아서 꾸준히 돌보고 스스로 회복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운동의 목표라는 뜻이다. 종일 경직된 자세로 일하다 저녁에 굳은 몸을 풀어주는 잠깐의 짬이 내 몸과 화해하는 시간이 될 수도 있다. 남과 나를 비교하거나 자책하지 않아도 되는 운동은 마음의 평화를 가져온다. 아름다움은 훨씬 나중의 일이다.
유선주 객원기자 oozwish@gmail.com, 사진 조새한별 제공
홈트: 홈 트레이닝. 집에서 하는 운동. 미세먼지 등 날씨의 제약을 받지 않아 최근에 더 인기. 타인의 시선 신경 쓸 필요 없고,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장비나 도구 없이 할 수 있다. 유튜브나 에스엔에스(SNS), 책을 보며 따라 한다. ‘홈트족’을 위한 앱도 많으며, 틀어진 몸이나 통증을 잡아주는 홈트도 있다. 최근 가수 최강창민이 홈트를 해 실시간 검색어에도 오르기도 했다.
[ESC] 중장년을 위한 통증 Q&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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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5060 홈 트레이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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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세대와 달리 40대 이상이 되면 멋진 몸을 만드는 것보다 다칠 걱정이 앞서 움츠러들게 된다. <5060 홈 트레이닝―무작정 운동하다 몸 망가집니다>의 저자이자 연예인 한은정, 현영, 소지섭 등의 트레이너로 활동했던, 20년 경력의 방문트레이닝 전문 전홍근씨를 만나 중장년 통증에 관해 알아봤다.
Q. 오래 걸으면 고관절이 아프다.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이 걷기일 텐데.
A. 고관절과 연관되어 있는 엉덩이가 우선 강해져야 하고 둘째로 허벅지 앞쪽의 근육을 강화시켜야 한다. 걸을 때마다 이 근육들이 제대로 활성화가 되지 않고 단순히 걷기만 한다면 고관절만 과하게 사용하거나 잘못 사용하게 된다. 이 상태로 두 시간을 걷는다고 생각하면 아픈 게 당연하다. 걷기 외에 다른 운동을 하다가 고관절이 아픈 경우도 마찬가지다.
Q. 운동 초보는 관절이 아픈지, 근육이 아픈지 구분하기 어렵다. 각 통증의 특징이 궁금하다.
A. 급성 통증과 만성 통증이 있다. 쿡쿡 찌르는 느낌의 급성 통증은 팔을 올리는 동작을 취할 때나, 앉았다 일어날 때, 고개를 돌릴 때 오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어깨나 무릎에 이런 통증이 온다. 2~3분 정도의 가벼운 스트레칭 등으로 풀어주며 몸의 체온을 높이면 통증은 줄어든다. 만성 통증은 묵직하고 지속적인 아픔이다. 주로 팔꿈치나 손목에 발생하는데 이때는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운동을 쉬도록 해야 한다. 단, 목부터 꼬리뼈까지 몸 중심부 척추 라인의 급성 통증은 반드시 병원에 가야 한다.
Q. 플랭크 동작을 하다 보니 어깨만 아픈데 계속해야 하나?
A. 잘못된 자세로 계속 버티다 보면 몸이 고착될 수 있고, 이 때문에 경직되는 부분이 생긴다. 신체의 큰 관절, 즉 큰 근육의 기능을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다. 코어(핵심) 근육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어깨나 고관절의 기능이 떨어져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상태에선 아무리 코어 근육을 강화해봤자 밸런스가 깨진다. 생활 통증은 이어진다. 만약 플랭크를 제대로 하길 원한다면 우선 굽은 등을 펴는 운동과 어깨 기능을 향상시키는 운동을 한 다음 해야 한다.
유선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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