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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5.10 10:14 수정 : 2018.05.10 14:34

인터뷰를 하고 있는 김주원씨. 사진 윤동길 (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커버스토리/홈트
인스타그램 홈트 스타 주원
예전 고도비만이었던 그
5년간 꾸준히 홈트 해 직업도 바꿔
“완벽해지는 것보다 꾸준히 하는 게 가장 중요”

인터뷰를 하고 있는 김주원씨. 사진 윤동길 (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스트레칭 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탄탄하면서도 유연한 몸이 돋보였다. 170㎝ 남짓한 키에 금색으로 염색한 머리카락은 짧았고, 특유의 생기와 활력이 넘쳐흘렀다. 김주원(35), 한때 100㎏이 넘던 몸무게를 ‘홈트’(홈 트레이닝. 집에서 하는 운동)로 50㎏이나 뺀 사람. 지금은 스포츠 커뮤니티 ‘주원홈트’를 이끄는 트레이너이자 34만4천명의 팔로어를 거느린 ‘인스타그래머’. 지난 5일, 서울 송파구 ‘주원홈트’에서 만난 그에게 물었다. “왜 하필 ‘홈트’였나요?”

“104㎏이던 시절, 헬스장이나 바깥에서 운동하면 사람들이 자꾸 쳐다봤어요. 위축되고, 창피했죠. 처음엔 스이랑 윗몸일으키기, 줄넘기 정도만 하다가 나중엔 ‘이소라 비디오’를 따라 했는데, 너무 하기 싫은 동작은 빼고 했어요.”

―그렇게 해도 되나 봐요? 홈트, 어떻게 해야 성공할 수 있을까요?

“하기 싫은 동작들을 뺀다고 해서 운동을 덜 하는 건 아니에요. 그만큼 다른 동작의 횟수를 늘리는 거죠. 스스로 운동 계획을 짜고 패턴을 바꿔주면, 질려서 포기하게 될 가능성이 낮아져요. 운동 이름을 외우는 게 좋아요. 운동마다 ‘스’이니 ‘런지’니 ‘데드리프트’니 등 고유한 이름이 있는데, 그걸 모르면 기억나는 동작에 한계가 있어 비슷한 것만 하게 되거든요. 당연히 지겹죠. 이름을 알면 계획을 다양하게 짤 수 있어요.”

무릎을 치게 되는 말이었다. 아무리 짜장면을 좋아해도 삼시세끼 먹으면 질리는 게 인지상정이거늘, 운동은 오죽할까. ‘너 자신을 알라’던 소크라테스의 말은 홈트계에서도 진리였다. 너무 싫거나 혹독한 동작은 과감히 생략하되, 그 부위를 단련하는 다른 운동을 찾아서 하라는 조언이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사람마다 몸이 허락하는 가동 범위가 다르므로 “완벽해지려 애쓸 필요는 없다”고 했다. “통증이 없다면 자세가 좀 틀려도 괜찮아요. 맨몸으로 할 땐 더 그렇고요. 요즘엔 인터넷이 삶이다 보니 이 자세는 여기가 꼭 자극돼야 한다는 식으로 지식에 휘둘리는 경우가 많은데, 완벽해지려다 보면 금세 지쳐요. 체조한다는 느낌으로 가볍게 시작하는 게 좋아요. 내 몸을 움직인다는 점에 의의를 두면서요. 저질 체력인데 초보라면 횟수와 세트를 절반으로 줄여도 상관없어요.”

―홈트는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게 장점이긴 하지만, 바로 그 이유 때문에 그만두기도 쉬워요. ‘귀차니즘’이 생기거나 아파서 못 할 때도 있을 텐데요.

“(웃는 얼굴로 단호하게) 왜 못 해요? 못 하는 건 없어요. 매일 해야 해요. 선택이 아니라 필수예요. 출근을 못 할 정도로 아픈 날을 빼고는 무조건 해야 해요. 10분이라도 좋아요. 운동이라는 게 그렇게 거창한 게 아니라 스트레칭 한번 해주고 근육 좀 써주는 거예요. 그걸 못할 정도라면 먹지도 말아야죠. 어디 숟가락 들 힘이나 있겠어요?(웃음) 강도보다는 빈도가 중요해요.”

홈트를 시연해 보이는 김주원씨.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홈트를 시연해 보이는 김주원씨.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그가 체중 감량을 결심한 것은 15년 전이었다. 스무살 때 일이다. 길을 걷는데 생판 모르는 남자가 “돌아다니지 말라”는 폭언과 함께 ‘쌍욕’을 해왔다. 얼마나 충격적이었는지 지금도 그의 생김새를 완벽히 기억할 정도다. 햇볕이 쨍한 날 쓰러진 적도 있다. 구급대원 4명이 그를 들지 못했다. 겨우 실려 간 병원에서 때마침 의사가 혈당과 혈압, 중성지방 수치가 높으니 “죽기 싫으면 살을 빼라”고 했다. 약도 먹어보고, 주사도 맞아보고, 굶어도 보고, 이 운동 저 운동 다 해봤지만 죄다 실패한 뒤에 선택한 게 홈트였다. 그렇게 5년 반에 걸쳐 50㎏을 감량하고 나니 그야말로 삶이 바뀌었다. 5년 동안 미용사로 일하면서 꾸준히 운동을 했다. 그 결과 직업까지 바꾸게 된 것이다.

그는 인스타그램을 하기 시작했고, 다음은 책이었다. 팔로어가 많았다. 그때 공유한 운동법을 모아 지난해 6월 <주원홈트>라는 책을 냈다. 초판 10쇄를 찍은 뒤 1년이 안 돼 10만부가 넘게 팔렸다. 생활체육을 다룬 단행본으로는 어마어마한 수치다. 그전까지 체육과는 무관한 삶을 살았지만, 트레이너가 되려고 국가 공인 자격증을 땄고, 한양대학교 체육학과에도 들어갔다. ‘늦깎이’로 캠퍼스를 밟는 기분은 마냥 즐겁다.

“몸이 건강해지니 뭘 하든 재미있고, 삶에 활력이 생기는 건 맞아요. 예전에는 체력이 엄청 약했거든요. 더운 날엔 바깥에서 5분을 서 있을 수가 없었고, 엘리베이터가 없는 2층 이상 건물은 숨이 차서 못 올라갔으니까요. 지금이야 감기도 거의 안 걸리고, 모든 게 좋아졌어요. 달리기까지 빨라져서 지하철도 안 놓치고 잡을 수 있답니다!(웃음)”

인스타그램에 올린 김주원씨의 사진. 김주원 제공
―팬이 많죠? 교감은 어떻게 하나요?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고민에 답을 해요. 고도비만이었기에 더 잘 이해하는 편입니다. 번개도 자주 해요. 부산, 대구, 제주 등에 가서 번개를 치면 20~30여명이 모여요. 같이 운동하죠. 아내 따라온 남편도 있었어요. 주로 20~40대 여성들이 모입니다.”

―유명해져서 악플 경험도 많을 거 같아요.

“책을 내고 포털에 노출되면서 악플이 달렸어요. 주로 과거 내 모습에 대한 것들이죠. 하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아요. 오히려 (운영하는) 센터가 있는 잠실동 근처를 다니면 알아봐 주는 분들이 많아요. 같이 사진 찍고 하는데 즐거워요. 현재 센터는 한 클래스당 15명, 총 12반을 운영 중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일상생활에서 근력이 중요한데, 제가 얼마 전 치킨집에서 주문한 플라스틱 맥주병을 못 열어서 충격을 받았어요.

“오 마이 갓! 병뚜껑을 못 따다니, 그런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고요. 근력운동 제발, 꼭 하세요. 방치하면 오십견 와요. 여행 좋아하시죠? 여행도 다니려면 근력운동 해야 해요. 근력이 없으면 나중엔 쇼핑도 제대로 못 해요.”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람. 마치 내 상황을 들여다보듯 말하는 그를 보며 돗자리라도 깔았냐고 묻고 싶었다. 그날, 초보자용 운동으로 ‘브리지’(누워서 골반을 들어 올리는 동작)와 ‘슬로버피’(푸시업과 점프를 연결한 맨몸운동인 버피테스트를 걷는 것처럼 하는 운동)를 비롯한 몇 가지 운동을 추천해주던 그의 ‘뽐뿌질’은 얼마나 강력했던가! 근력운동이라면 질색하던 내가 지금껏 하루도 빼먹지 않고 ‘달밤의 홈트’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어젯밤에 지른 요가 매트는 결코 충동구매가 아니었음을 밝혀둔다. 부디 요가 매트가 주방 매트로 둔갑하는 일은 영원히 없으면 좋으련만!

김주원씨. 김주원씨 제공

김주원씨. 김주원씨 제공

‘홈트계의 레전드’ 김주원이 말하는 ‘홈트’ 성공 십계명

1. 강도보다는 빈도가 중요하다. 횟수와 세트를 줄이더라도 날마다 한다.

2. 무리한 계획과 혹독한 운동은 금물. 자기 자신을 과대평가하지 않는다.

3. 운동 이름을 외워서 운동 계획을 스스로 짜고 실천한다.

4. 전신거울로 근육의 움직임을 보면서 운동한다. 전신거울과 요가매트 외에 다른 도구는 불필요하다. 어차피 안 쓰게 되고, 자괴감만 든다. 처음엔 요가매트도 이불로 대체할 수 있다.

5. 너무 많은 지식에 휘둘리지 않는다. 지나치게 완벽한 자세를 추구하기보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한다.

6. 남과 비교하지 않는다.

7. 몸무게는 일주일에 한 번만 잰다. 매일 재면 스트레스받는다.

8. 하루에 10분을 했더라도 자기 자신을 크게 칭찬한다.

9. 층간소음에 주의한다. 쿵쿵거리지 않고도 충분히 할 수 있다. 홈트 하려다 이웃 간에 싸움 나면 곤란하다.

10. 운동 전후 스트레칭은 필수다. 시간이 없을 땐 스트레칭만이라도 해야 한다. 체형 교정에 필요할뿐더러 근력운동을 할 때 나오는 젖산이 쌓이는 걸 막는다. 젖산은 노화의 주된 원인이다.

홈트: 홈 트레이닝. 집에서 하는 운동. 미세먼지 등 날씨의 제약을 받지 않아 최근에 더 인기. 타인의 시선 신경 쓸 필요 없고,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장비나 도구 없이 할 수 있다. 유튜브나 에스엔에스(SNS), 책을 보며 따라 한다. ‘홈트족’을 위한 앱도 많으며, 틀어진 몸이나 통증을 잡아주는 홈트도 있다. 최근 가수 최강창민이 홈트를 해 실시간 검색어에도 오르기도 했다.

강나연 객원기자 naloto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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