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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5.31 10:54 수정 : 2018.05.31 10:59

을지다방 쌍화차. 이병학 선임기자

[ESC] 커버스토리
을지면옥 옆 34년 을지다방

을지다방 쌍화차. 이병학 선임기자
서울 중구 입정동 지하철 3호선 5번 출구 앞, 공구가게 즐비한 건물에 두 개의 통로가 있다. 왼쪽은 을지면옥 들머리, 오른쪽은 2층으로 오르는 계단이다. 2층엔 ’옛날식 다방’이 있다. 북쪽 평북 출신 실향민 가족 박옥분(62)씨가 34년째 운영하는 ’을지다방’이다.

“냉면에 소주 몇 잔 걸치고 나면, 느긋하게 차 한 잔 하고 싶어지잖수. 여기가 딱이야.”

단골이라는 60대 남성의 말이다. 그는 을지면옥에서 점심 먹을 때마다 일행과 을지다방을 찾는다고 했다. 손님들은 대개 장·노년층, 분위기는 80년대 식이다. 주황색 소파와 통거울 벽면, 브라운관식 티브이와 벽걸이형 선풍기, 매일 한 장씩 뜯어내는 일력···. 그리고 후줄근한 흡연실도 딸려 있다.

을지다방 들머리. 이병학 선임기자

을지다방 내부. 이병학 선임기자
인기있는 차는 쌍화차다. 대추와 견과류가 듬뿍 들어가고, 가운데 달걀 노른자가 보름달처럼 떴다. 단골 손님도 처음 찾은 사람도 좋아하는 인기 보양차다. 쌍화차를 주문하자 주인 박씨도 주문했다. “노른자 터뜨리지 말고 떠서 한입에 털에 넣으라우.” 오직 노른자를 위해 “티 스푼을 큰 것으로 바꿨다”고 했다. 노른자는 빼달라면 빼고 준다.

1980~90년대엔 ‘배달 아가씨’ 9명에 전화받는 사람, 주방 담당을 따로 둘 정도였다. 이젠 박씨 혼자서 끓이고 나르고 배달까지 다 한다. 을지다방은 아침엔 라면집이 된다. 아침 7시30분부터 주변 공구가게 일군들에게 라면을 끓여 먹인다. 커피 배달 단골 가게들의 요청으로 시작한 일이다.

단골들 중에는 어르신들이 많고, 옛것 지키는 일에 심하게 치중하고 흥분하는 분들도 많다. 다방 모퉁이에 작은 태극기가 꽂혀있고, 카운터 뒤쪽엔 ‘박사모 달력’도 걸려있다. 그러면 어떤가. 도심에는 ‘다방’도 드물지만, 이렇게 손님들까지 옛날식인 다방은 더욱 찾기 어렵다.

냉면 먹은 뒤 ‘어디 가서 차라도 한 잔’해야겠다면, 2층 을지다방 햇살 드는 창가에 앉아볼 만하다. 옛날식 쌍화차 한 잔 시켜놓고 귀 기울이면, 여기서도 옛날 얘기, 저기서도 옛날 얘기가 하염없이 흘러나온다.

이병학 선임 기자 leebh99@hani.co.kr

평양냉면

차게 식힌 국물에 국수를 말아서 먹는 음식. 음력 정월부터 12월까지 세시풍속을 기록한 <동국세시기>에서는 메밀국수를 무김치와 배추김치에 말고 돼지고기를 섞은 냉면(冷?)을 음력 11월의 시절음식으로 소개했다. 냉장기술이 발달한 현재는 사계절을 가리지 않고 냉면을 즐길 수 있다. 4·27 남북정상회담의 만찬메뉴로 등장하며 ‘평양냉면’과 ‘옥류관’이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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