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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7.11 21:18 수정 : 2018.07.11 22:00

몬테카를로 랠리에서 우승한 미니쿠퍼. ‘미니’ 제공

[ESC] 신동헌의 으라차차

몬테카를로 랠리에서 우승한 미니쿠퍼. ‘미니’ 제공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유럽 각 나라는 저마다 경제 발전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구석구석 도로가 깔리고 모터사이클과 자동차가 대량생산,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은 대중교통의 도움 없이 각자의 일정과 경로에 따라 이동할 수 있는 자유를 얻게 됐다.

자동차의 생필품화와 함께 산업화가 탄력을 받으면서, 사회 구조가 급격히 현대화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각국의 정치가들은 ‘누구나 탈 수 있는’ 국민차 생산에 박차를 가했다. 1959년에는 영국의 국민차 ‘미니’가 출시됐다. 이전까지의 자동차가 부자들을 위한 거대한 차체와 과장된 디자인이 특징이었다면, 이 차는 이름처럼 간략화한 구조가 특징이었다. 엔진으로 뒷바퀴를 굴리는 대신 엔진 바로 옆에 있는 앞바퀴를 사용하고, 바퀴를 최대한 차체 바깥으로 밀어내는 방식으로 실내 공간을 넓혔다. 스프링과 가스가 들어가는 값비싼 충격완화장치 대신 고무의 탄성과 기름의 점성을 이용해 승차감을 확보하는 등 작은 차체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기술이 녹아들어 있었다. 우수한 디자인과 기계적 완성도, 역사적 의미까지 더해져 ‘영국 근대 문명의 상징’이라는 찬사를 받는 이 차는 서민들뿐 아니라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부터 비틀스의 조지 해리슨, 이탈리아 스포츠카 메이커 페라리의 창업자인 엔초 페라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운전대를 잡았다.

이 차가 오랫동안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은 이유 중 하나는 작은 차임에도 불구하고 운전이 재미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1950년대 포뮬러원(F1) 레이스에서 가장 큰 팀을 소유하고 있었던 존 쿠퍼도 그 점에 주목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차를 만드는 데 일가견이 있던 그는 이 작고 저렴한 차를 개조해서 빠르게 달릴 수 있도록 만들었고, 1964년 몬테카를로 랠리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전설을 쓴다. 작은 국민차가 포르쉐 911이나 메르세데스 벤츠 220SE처럼 더 크고 강력하며, 가격은 몇 배 더 비싼 차들과 경쟁해서 우승을 차지하자 전 유럽은 열광하기 시작했다. 호화로운 휴양 도시 모나코에서 열리는 경기이기 때문에 반향이 더 컸다. 존 쿠퍼가 개조한 미니 쿠퍼의 우승 행진은 1967년까지 이어졌고, 1966년에는 1등부터 3등까지의 시상대를 모조리 미니가 차지하는 일대사건이 벌어졌다(후에 ‘헤드라이트 전구 규격이 규정을 위반했다’며 기록은 몰수됐다. 이 사건은 몬테카를로 랠리에서 최악의 판정으로 여겨지고 있다).

지금은 우리나라 거리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미니 뒤의 ‘쿠퍼(Cooper)’ 로고도 이 놀라운 기록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포뮬러원 경주차를 만드는 남자였지만 작은 국민차의 가능성도 볼 줄 알았던 존 쿠퍼. 그를 기리기 위해 ’미니’는 지금도 고성능 차종에 ‘존 쿠퍼 웍스’의 약자인 JCW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으며 전 세계에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다. ‘유산(Heritage)’은 이렇게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신동헌(자동차 칼럼니스트·<그 남자의 자동차>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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