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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8.02 09:17 수정 : 2018.08.02 09:17

진흥각의 깐풍기. 사진 백문영 제공

진흥각의 깐풍기. 사진 백문영 제공
인천광역시 동구 해안동 일대에는 근대 개항기 때의 옛 건축물이 모여 있다. 낡았지만 튼튼하고 세월의 때는 묻었으나, 그래서 오히려 정겹고 예술적인 이 건물들이 모여 있는 곳을 인천광역시는 ‘인천아트플랫폼’이라는 예술 광장으로 재탄생시켰다. 각종 전시부터 공연, 예술가 지원 프로그램까지 예술에 관한 많은 것을 알 수 있는, 그야말로 종합 예술 문화 공간인 셈이다. 이곳에서 한 달에 한 번씩 열리는 공연은 늘 새롭다. 서울 용산역에서 특급열차를 타고 가면 40여분 만에 도착하니 짧은 나들이 여행지로 부담이 없다.

인천아트플랫폼 인근엔 차이나타운이 있다. 차이나타운에는 유명하고 명성 높은, 각종 티브이 프로그램과 블로그에 자주 등장하는 중국집이 많다. 하지만 ‘판에 박힌 유명 맛집 말고 동네 주민들이 가는 진짜 중국집에 가보자’는 쓸모없는 오기가 생기는 건 과한 식탐 때문일까?

인천 토박이에게 ‘당장 최고의 중국집을 대령하라’는 명을 카톡으로 전달하고 차이나타운을 한 바퀴 돌았다. 잠시 뒤 ‘차이나타운에서 살짝 벗어난 곳에 있는 진흥각으로 가라’는 답이 왔다. ‘진짜 인천 토박이들만 가는 맛집이다’라는 생색이 짐짓 얄미웠지만 ‘한 번 믿어보자’는 생각으로 향했다. 그 옛날 ‘청요릿집’을 연상시키듯 크고 으리으리했지만 내부는 의외로 소박했다.

1962년 문 연 이곳의 대표 메뉴는 ‘유니짜장’과 ‘깐풍기’. 이것들과 국물 안주로 짬뽕을 주문했다. 돼지고기를 잘게 자른 뒤 춘장에 달달 볶아 나온 유니짜장은 정말, ‘최고의 짜장을 맛보게 해주겠다’는 친구의 얘기를 절대적으로 신뢰하게 한 맛이었다. 짜장면 특유의 들큼한 맛을 그리 즐기지 않는 입맛에 딱 맞았다. 그다지 달지 않으면서 돼지고기 특유의 고소한 기름기만 입안에 남았다. 구수한 중국식 된장을 푼 듯 부드러웠다. 포근하게 입안을 감싸는 뒷맛까지 확실히 매력적이었다. 물기 없이 바짝 볶은 채로 등장한 깐풍기 역시 압권이었다. 일반적인 깐풍기보다 단맛은 덜하고 새콤한 맛과 매콤한 향이 더해져 쓰촨요리를 먹는 듯했다. 새콤한 닭강정을 먹는 듯 즐거웠다. 짜장면 한 입에 깐풍기 한 조각, 소맥 한 잔을 마시고 훌훌 떠먹는 짬뽕 국물은 차가워진 속을 온화하고 뭉근하게 풀어줬다. 닭 수프를 먹는 듯 진하고 구수한 짬뽕은 개운하면서도 그 매운맛이 날카롭거나 공격적이지 않아 속이 편했다.

차이나타운부터 신포시장과 가까운 월미도까지. 먹거리와 볼거리로 가득한 동인천. 늘 상상만 하던 그곳에서 그날은 최고의 맛을 경험했던 날이었다.

백문영(라이프 스타일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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