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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를 출발한 로키마운티니어 관광열차가 강변 단풍숲을 지나고 있다. 이병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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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레시피┃이기적인 여행
캐나다 로키마운티니어 열차 여행
가을 밴쿠버에서 한겨울 로키 밴프까지
단풍숲 헤치고 설봉사이로 칙칙폭폭
밴쿠버에선 맥주 양조장 투어도 해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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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를 출발한 로키마운티니어 관광열차가 강변 단풍숲을 지나고 있다. 이병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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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키산맥은 북미대륙 서부를 종단한다. 북미 북서부 캐나다 지역의 로키산맥은 빙하·만년설로 덮인 암봉들이 이어져 사철 관광객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설봉 무리와 산자락에 빼곡한 전나무 숲은 그림 같은 호수·강과 어우러져 환상적인 풍경을 펼쳐 보인다. 밴쿠버에서 열차를 타고 캐나다 로키 관광의 거점 도시 밴프를 찾아갔다. 로키산맥을 관통하는 럭셔리 관광열차 ‘로키마운티니어’ 철도여행이다. 단풍이 한창인 밴쿠버의 도심을 구경한 뒤 로키산맥을 넘어 겨울로 접어든 밴프를 만났다.
밴쿠버는 토론토·몬트리올에 이어 캐나다에서 세 번째로 큰 대도시다. 울창한 산림과 강줄기를 품고 바다에 접한 항구도시로, 경관이 수려하고 즐길거리도 많은 곳이다. 로키마운티니어 열차를 타기에 앞서, 밴쿠버에서 요즘 인기 있다는 수제맥주 브루어리(양조장) 투어에 나섰다. 2013년부터 브루어리 체험 투어를 시작한 ‘밴쿠버 브루어리 투어’가 화~일요일 운영하는 시내 양조장 탐방이다. 도심의 맥주 양조장 겸 매장 3~4곳을 돌며 맥주 제조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그 양조장만의 특별한 맥주 4~6종을 시음해볼 수 있다.
모임 장소인 워터프론트역에서 만난 일행 10여명은 14인승 밴을 타고 먼저 도심 동쪽의 ‘에스에프(SF) 브루잉’(스트레인지 펠로스 브루잉)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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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 맥주 양조장 투어 참가자들에게 가이드가 맥주 제조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이병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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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인지 펠로스 브루어리에서 맥주를 맛보고 있는 투어 참가자들. 이병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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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에서 유명한 수제맥주 전문가 이안 힐이 설립했다는 양조장이다. 동부지역에서 규모가 큰 편으로, 맥주 경진대회 수상 경력이 다양한 양조장이라고 한다. 대형 발효·숙성 탱크들을 구경하며 맥아·호모 등 재료 선별부터 숙성까지 맥주 제조 과정의 설명을 들은 뒤 바이젠·아이피에이 등 넉 잔씩의 수제맥주를 맛봤다. 이 양조장의 대표 맥주라는, 신맛을 강조한 맥주와 과일향이 나는 맥주가 인상적이었다. 도심 북쪽의 깔끔한 양조장 ‘딥 코브 브루어리’에서 치즈·피자 등을 곁들여 흑맥주 등을 맛본 뒤 들른 ‘스톰 브루어리’가 흥미로웠다. 낡고 허름한 단층 벽돌 건물인데 외벽을 양조 탱크, 동물 등 그림들로 요란하게 치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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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 손질 창고를 양조장 겸 매장으로 활용한 스톰 브루어리. 이병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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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생선 손질 장소로 쓰던 공간을 양조장으로 꾸몄다고 한다. 매장도 양조 공간은 비좁지만, 여기저기 어지럽게 설치된 양조용 탱크들과 호스, 맥주 통들이 오히려 자유롭고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해 낸다. 발효·숙성 탱크들도 본디 우유와 요구르트 탱크, 수프 제조 용기 등을 재활용한 것이라고 한다. 손 글씨로 써 붙인 판매 맥주 목록엔 20여종이 적혀 있는데, 그때그때 시험적으로 만든 새로운 맛의 맥주를 선보인다고 했다. 양조장 세 곳을 돌며 10여 잔의 맥주를 맛보면서 일행 대부분은 살짝 취기가 오른 상태로 기분 좋게 탐방을 마쳤다. 참가비는 50캐나다달러(대략 한화 4만3200원)다.
비슷한 형식의 탐방 투어로, 그랜빌 아일랜드의 퍼블릭 마켓 투어도 있다. 그랜빌 아일랜드는 20세기 초중반까지 공장지대였으나 쇠락하며 방치됐던 곳이다. 1970년대 공장·창고 건물 등을 활용해 쇼핑·식도락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곳이다. 안내소에 신청하면 2시간에 걸쳐 농수산물 가게가 밀집한 퍼블릭 마켓의 유서 깊은 가게 7곳을 돌며 와인·커피·빵·치즈·햄·과일·도넛 등을 시식하는 ‘푸디 투어(식도락 투어)’에 참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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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이 제작한 토템폴을 전시하고 있는 밴쿠버 브리티시콜롬비아대학 안의 인류사박물관. 이병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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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키마운티니어는 밴쿠버에서 출발해 로키산맥 일대 등을 오가는 5개 노선의 관광열차를 일컫는다. 밴쿠버~재스퍼, 밴쿠버~밴프 노선과 순환 노선 등이 있다. 지난 8일 브리티시콜롬비아주 밴쿠버에서 캠루프스를 거쳐 앨버타주 밴프까지 가는 1박2일 코스의 로키마운티니어 열차를 탔다. 해마다 4월 중순부터 10월 중순까지 매주 2~3회씩 운행하는 호화로운 관광열차다. 밴쿠버 로키마운티니어 전용 역에서 이른 아침에 출발해 캠루프스에서 하루를 묵은 뒤 로키산맥의 설봉들을 감상하며 밴프에 닿는 여정이다. 다음날엔 밴프 일대를 버스로 여행한 뒤 캘거리에서 여행을 마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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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의 로키마운티니어 전용 역. 이병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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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석은 골드, 실버 등급으로 나뉜다. 두 등급 모두 특급 호텔 수준의 아침·점심 식사가 제공되지만, 골드 등급은 별도 식당 칸에서 식사를 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두 등급 모두 승무원이 수시로 주변 경관과 자연생태, 지역 문화 등에 대해 설명해 주는 점이나, 와인·위스키 등 주류와 과일·견과류 등 간식을 원하는 대로 먹을 수 있다는 점은 같았다.
시속 55㎞의 느린 속도로 달리는 열차에 앉아 대형 통유리창을 통해 수시로 바뀌는 경치를 감상하며 느긋하게 맥주나 위스키, 와인을 골라 마시는 기분은 생각보다 훨씬 근사했다. 실시간으로 바뀌며 새로운 경관을 펼쳐 보이는 와이드 차창 화면은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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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안개 낀 강변을 달리는 로키마운티니어 열차. 이병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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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에선 승무원들이 수시로 음식·주류·음료를 서비스한다. 이병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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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물줄기들이 수시로 나타난다. 이병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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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11%%] 밴쿠버에서 밴프에 이르는 동안 만나게 되는 창밖 경치는 대체로 이런 것들이다. 기찻길을 따라 펼쳐지는 샛노랗게 물든 활엽수 단풍들, 빽빽하게 우거진 전나무 숲과 숲 사이로 굽이치는 깨끗한 물줄기, 물살 헤치며 떼지어 달리는 붉디붉은 연어떼, 수시로 나타나는 푸른 보석 같은 호수와 습지들, 수면을 장식하는 쓰러진 나무들과 내려앉은 새떼…. 숲 지대를 지나면 황량한 암석지대를 거쳐 꼭대기에 눈과 얼음을 뒤집어쓴 웅장한 로키 산봉우리들이 다가온다. 승무원이 수시로 “곧 오른쪽 차창으로 멋진 절벽지대가 펼쳐질 것”이라거나 “지금 열차가 속도를 줄이는 건 곰이 나타났기 때문”이라는 등의 안내 방송을 한다. 승객들은 일제히 차장으로 몰려 카메라를 들이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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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키마운티니어 열차에는 침대칸이 없다. 중간 역에 내려 호텔에서 묵은 뒤 다시 열차에 올라 여행을 시작하는 방식이다. 골드 등급의 경우엔 시야가 탁 트인 2층 전망 칸에 좌석이 배정되고, 숙소도 최고급 호텔이 제공된다. 이번 여행에서 실버 등급을 이용했지만, 일부 승객이 루이스 호수역에서 내린 뒤 승무원의 배려로 잠시 식당 칸의 식사와 2층 전망 칸을 체험할 수 있었다. 스테이크·연어요리 등 신선한 식재료를 즉석에서 요리해 내놓는 음식은 훌륭했고, 2층 전망 칸은 위치가 높은 데다 천장까지 유리로 돼 있어 한층 넓은 시야로 경치를 눈에 담을 수 있었다.
[%%IMAGE13%%] 밴프는 북쪽 재스퍼와 함께 캐나다 로키 탐방의 거점이 되는 도시다. 밴프에 여장을 풀면 캐나다 최초의 국립공원인 밴프국립공원과 인접한 요호국립공원·쿠트니국립공원 등을 탐방할 수 있다.
밴프 여행에서 루이스 호수나 에메랄드 호수 등 설경을 담고 있는 아름다운 호수 탐방을 빼놓을 수 없지만, 이번 여행에선 일정상 밴프 도심 주변 명소를 둘러보는 데 만족해야 했다. 날씨가 흐려 시야가 좋지는 않았지만, 곤돌라를 타고 설퍼산(2285m) 전망대에 올라 바라본 밴프 시내와 밴프를 둘러싼 캐스케이드산(2998m), 런들산(2948m) 등 3000m급 바위산들의 설경이 볼만 했다.
[%%IMAGE14%%] [%%IMAGE15%%] [%%IMAGE16%%] [%%IMAGE17%%] 설경의 진수는 헬기 투어를 통해 제대로 감상했다. 헬기 투어도 로키마운티니어 열차 여행에 포함된 코스다. 밴프에서 캘거리로 가는 길에 헬기로 카나나스키스 일대의 배리어 호수와 설산들을 둘러봤다. 눈 덮인 바위 봉우리와 중턱에 걸린 구름, 산자락에 우거진 침엽수림들이 대비가 눈부셨다.
캐나다 로키마운티니어 여행 팁
△ 에어캐나다는 매일 각 한 편씩 인천~밴쿠버, 인천~토론토 노선을 운항한다. 에어캐나다(www.aircanada.com)는 2018년 스카이트랙스가 선정한 ‘북미 최고의 항공사’다.
△ 로키마운티니어 관광열차는 매년 4월 중순~10월 중순, 매주 2~3회 운행한다. 실버(일반 객실 이용) 등급의 숙박엔 중급 호텔이, 골드(2층 전망객실 및 식당 칸 이용) 등급 숙박엔 로키의 최고급 호텔로 꼽히는 샤토 레이크 루이스 등 페어몬트 호텔 계열에서의 숙박이 포함된다. 내년(2019년) 여행 상품을 오는 10월26일까지 예매할 경우 2인당 800캐나다달러(대략 한화 69만1000원) 지원 혜택을 준다. 이 혜택은 호텔이나 식사, 관광, 교통수단 등을 업그레이드 또는 추가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예약은 ‘로키마운티니어 캐나다여행’, ‘캐나다여행 전문 샬레트래블’(02-323-1062) 등을 통해 할 수 있다. 예약 방식에 따른 가격 차이는 없다.
밴쿠버 밴프(캐나다)/글·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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