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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1.07 19:56 수정 : 2018.11.08 11:15

물억새 우거진 속초 영랑호에서 만난 백로 무리.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라이프 레시피┃이기적인 여행

외설악 관문도시 속초 늦가을 여행
영랑호 물에 잠긴 설악산 한폭 그림
장사어촌체험마을엔 제철 해산물 풍성
동명항·청호동에선 양미리·도루묵 축제

물억새 우거진 속초 영랑호에서 만난 백로 무리.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강원도 속초는 외설악 탐방의 관문이자 강원 북부 해안 여행의 거점이 되는 항구도시다. 아름다운 해안 경치와 풍성한 해산물을 기본으로 갖춘 관광도시 속초로, 가을을 마무리하는 여행을 떠나볼 만하다. 늦가을 산과 바다와 호수 정취를 누리는 여행이다. 희끗희끗 눈 덮인 설악산 능선은 영랑호 맑은 물에 담겨 있고, 호수 둘레길에는 막바지 단풍잎이 흩날린다. 영랑호와 바다가 만나는 곳에 자리한 어촌마을 장사항에는 어부가 그물질하고 해녀가 물질해 거둬온 온갖 해산물과 다채로운 체험행사가 기다린다. 장사항은 한국어촌어항협회가 선정한 가볼만한 어촌체험마을 중 하나다. 가까운 동명항에선 제철 맞은 양미리를 내세운 축제가 한창이다.

영랑호는 강원도 북부 해안을 따라 늘어선 석호(모래톱이 발달하며 막혀 형성된 담수호)들 중 하나다. 속초에는 영랑호와 청초호가 있다. 둘 다 속초의 명물 호수지만, 경관은 빌딩들에 둘러싸인 청초호에 비해 영랑호가 훨씬 빼어나다. 속초 여행자들의 대부분은 도심권을 둘러보느라 이 근사한 호수의 풍광을 놓치고 만다. 중앙동 전통시장이나 동명항 일대의 수산물 판매장을 거쳐, 갯배를 타고 아바이마을을 둘러보고 마무리하기 일쑤다. 사실 그래서 더욱 쾌적한 속초시민들의 도심 호수공원으로 남아 있는지도 모르겠다.

영랑호는 아름다운 경관으로, 신라 때부터 화랑들이 찾아와 수련하던 곳으로 전해온다. 화랑인 영랑·술랑·안상·남랑 등이 금강산에서 수련하고 경주로 돌아가는 길에 이곳 경치에 반해 오랫동안 머물렀다고 한다. 호수 이름도 화랑 이름에서 유래했다. 물가 산책로엔 지금 물억새가 늦가을 햇살을 받아 눈부시고, 수면엔 막 날아들기 시작한 철새들의 날갯짓이 요란하다. 물에 잠긴 설악산 능선들과 달마봉, 울산바위의 자태가 아름답다. 호숫가에 자리한, 범의 자태를 닮았다는 거대한 바위무리 범바위는 영랑호의 명물로 속초8경의 하나다. 거대한 바위 위에 올라앉은 집채만 한 바위들이 호수를 배경으로 장관을 이룬다. 화랑들이 수련했다는 장소다. 낙엽 깔리고 억새 무리 반짝이는 습지생태공원 탐방로에 앉아 늦가을 햇살을 만끽하는 시간도 누리시길 권한다.

영랑호 북쪽 산책로에서 바라보면 호수와 설악산 능선, 달마봉·울산바위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둘레 7.8㎞로 동서로 길게 누운 호수인데, 호숫가를 따라 돌 수 있는 찻길과 자전거 도로,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차로 한 바퀴 돌려면 시계 방향으로 차를 몰아야 한다. 호수 서북쪽 찻길은 일방통행로다.

영랑호 동쪽 끝 바닷가에는 한국어촌어항협회가 가볼만한 어촌체험마을로 선정한 장사항이 있다. 도심 바닷가에 자리한, 소형 어선 18척이 드나드는 작은 포구다. 본디 바다였던 자리에 모래톱이 형성되면서 육지가 되고 마을이 들어선 곳으로, 마을 이름도 ‘모래기(사야터)’였다. 사진항으로 불리다 이웃마을 장천리와 합쳐 장사동이 됐다.

장사항은 2000년부터 해마다 여름철 ‘오징어 맨손잡기 축제’를 벌여온 유명한 ‘오징어 마을’이기도 하다. 최근 오징어 어획량 급감으로 다소 시들해졌지만 지난 여름에도 오징어와 바닷물고기 맨손잡기, 오징어 먹물 글씨 쓰기, 오징어 요리 체험, 해조류 채집·표본 만들기, 소형 통발 수산물 채취 체험 등을 진행했다.

장사어촌체험마을 옛이야기를 ‘에이아르(AR) 게임’을 하며 만날 수 있다.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수온 상승과 남획 여파로 위축된 오징어 체험마을이 올해부터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모바일 ‘에이아르(AR·증강현실) 게임’과 ‘브이아르(VR·가상현실) 체험’을 이용해 마을 일대를 여행하는, 어촌마을 최초의 ‘첨단 기기 활용 어촌 게임마을’로 거듭나려는 시도다. 탐방마을에 전해오는 ‘탁장사와 대왕 오징어’ ‘화랑과 선녀’ 이야기 등을 활용해 모바일 게임을 하며 마을 구석구석을 둘러볼 수 있게 했다. 스마트폰으로 앱을 다운 받은 뒤 마을을 걸어다니며, 장사항과 영랑호에 얽힌 이야기를 따라 장애물을 물리치고 미션을 수행하는, 방탈출 형식의 게임이다. 연말엔 그네 형태의 좌석에 앉아, 장사항과 영랑호·설악산 일대를 실감나게 날아다니며 둘러보는 ‘브이아르’ 체험 시설(아이글라이더)을 개관할 예정이다.

장사항 파워보트.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장사항에는 봄부터 12월까지 운영하는 파워보트·요트 체험장도 있다. 파워보트는 장사항 앞바다 해삼·전복·홍합의 보물창고인 형제바위 일대와 속초 등대, 영금정 주변을 시속 50~60㎞로 달리며 20여분간 스릴을 즐기는 레저다. 어른 2만원, 어린이 1만6000원. 요트 체험은 12인승 요트를 타고 바람의 힘으로 느릿느릿, 1시간20분 동안 앞바다를 유람하는 뱃놀이다. 각자 준비해온 음식을 들며 설악산의 자태를 바다 쪽에서 감상할 수 있다. 어른 3만5000원, 어린이 2만5000원.

어민들이 직접 잡은 싱싱한 해산물을 만나려면 장사항 수산물 직판장으로 가면 된다. 어촌계원들이 운영하는 18개의 매장에 자연산 전복·비단멍게·멍게·해삼·홍합·성게·방어·노래미·숭어 등 해산물이 깔려 있다. 해산물을 사서 위층으로 올라가면, 채소류·양념 세트 비용을 내고 포구 경치를 감상하며 음식을 먹을 수 있다. 장사항 유일의 해녀 이해자(65)씨도 1층 매장에서 만날 수 있다. 45년 전 제주도에서 부모를 따라 속초로 와 정착한, 대를 이어 물질을 해온 해녀다. 요즘도 앞바다 형제바위로 물질을 나간다는 이씨는 “섶(홍합)은 옛날보다 많이 줄었지만, 성게는 엄청나게 늘었다”면서 “번식력이 좋은데다 주변 해초들을 마구 먹어치워 ‘해적 생물’이 된 지 오래”라고 말했다.

장사항 이모횟집의 한천물회.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장사항엔 횟집·대게집·커피숍들이 즐비하다. 10여년 전까지는 횟집만 40여곳에 이르렀지만, 지금은 12곳만 남았다. 대게집(7곳)이 늘고 최근엔 유행을 타고 커피숍으로 간판을 바꾼 가게(5곳)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살아남은 횟집 중엔 잡어물회·해초물회·한천물회 등 물회로 새롭게 성가를 올리는 곳들도 있다. 이모횟집은 우뭇가사리와 지누아리(바닷말의 일종)를 섞어 묵으로 만든 한천과 광어·방어 등 제철 생선, 전복·해삼·멍게·성게알 등과 채소류가 푸짐하게 들어가는 매콤한 한천물회로 이름난 식당이다. 소면과 함께 말아 먹는 맛이 그만이다. 1인분 1만7000원.

이번 주에 장사항을 찾는다면 마을에 남아 있는 전통문화의 하나인 풍어제를 구경할 수 있다. 해마다 음력 10월 초이튿날(11월9일) 마을 성황당에서 어촌계의 주도로 마을의 안녕과 풍어를 비는 제사를 올린다. 성황당 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바다 경치도 괜찮다. 마을엔 어촌계가 운영하는 깨끗한 펜션도 있다. 4인실(평일 5만원), 6인실(8만원), 8인실(13만원) 등 8개의 객실이 있다. 예약 장사어촌체험마을 최복자 사무장(010-9698-7649).

동명항 양미리축제장에서 양미리·도루묵을 저렴하게 구워먹을 수 있다.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강원도 동해안은 바야흐로 양미리·도루묵 철로 접어들었다. 이웃한 동명항에서 11월11일까지 양미리 축제가 벌어진다. 축제장에는 양미리·도루묵 구이 매장들이 즐비하고, 매장마다 구수한 냄새가 진동해 술맛을 당기게 한다. 한 매장 아주머니가 말했다. “어여 드루와봐. 만원만 내면 기양 떠걸 쳐요, 떠걸(떡을).” 1만원에 양미리 10마리와 도루묵 2~3마리를 구워먹을 수 있다. 축제장 뒤 선착장으로 가면 어선에서 양미리 그물 끌어올리는 모습, 그물을 펼쳐놓고 양미리 따내는 모습도 구경할 수 있다. 도루묵 축제는 11월16~25일 청호동 일대에서 열린다.

속초/글·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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