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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밋업의 주짓수 클래스. 사진 위밋업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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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여성들의 판
여성이 기획하고 참가하는 ‘판’ 늘어나
유명 여성 운동선수 지도 체육모임부터
일·삶 고민 나누는 여성 네트워킹
개그쇼·디제잉·보드게임 모임까지
인기 많은 팟캐스트도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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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밋업의 주짓수 클래스. 사진 위밋업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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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크로스피터 모임 움직여 사진 움직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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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은평시스터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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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자 인터뷰-은평시스터즈] 모여서야 진짜 동네가 되었네
은평시스터즈는 2018년 11월 은평문화재단이 마련했던 여성 1인 가구 공론장에 모인 사람들이 꾸린 후속 모임이다. 은평구에서 사는 1인 여성들의 공동체 형성을 위한 정기 모임으로 그 틀을 갖췄다. 이 모임을 이끄는 이들은 김은평(활동명), 에지뇽(활동명). 그들은 어쩌다 이 모임을 꾸리게 됐을까?
김은평씨는 “은평시스터즈를 하는 나조차 2013년부터 은평구에서 살았지만, 정착했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가장 큰 문제는 네트워크라고 여겼다. 소속감과 친밀감을 주면서 정보 공유도 할 수 있는 친구, 동네에서 더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들이 모인 모임을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한다. 은평시스터즈들 사이에서는 달리기에 좋은 코스는 어디 있는지, 믿을 만한 치과와 동물병원은 어디인지 등 정말 동네 친구에게서 얻을 수 있는 알찬 정보들이 오간다.
정보만 주고받는 건 아니다. 직접 만나 다양한 활동을 한다. 이 가운데 에지뇽씨가 꼽는 제일 인상 깊었던 모임은 ‘과일 나눔’이다. 그는 “1인 가구는 수박을 사도 커서 다 못 먹고 상해서 버리게 되고, 과일을 사면 아까워서 그것을 다 먹느라 과식을 하게 되는 때도 있다. 그래서 과일 모임을 열었고, 혼자서는 쌓아두고 먹지 못하는 복숭아, 수박, 자두 등 여러 제철 과일을 먹을 수 있었다”며 경험을 말했다. 매달 모임은 구성원들이 건의한 주제를 중심으로 만들어진다. 에지뇽씨는 “최근의 건의 사항으로는 은평구 떡볶이 투어, 암벽 등반 등이 있었는데, 되도록 새로운 것에 도전해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은평구 주민이 아니라도 1인 가구 여성이라면 참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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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빌라선샤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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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4인 디제이 크루 바주카포. 사진 바주카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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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자 인터뷰-보이그] 혼자 보드게임 하는 사람들이여!
성인 여성 보드게임 모임 ‘보이그’. 보이그 구성원인 이아무개(32)씨는 그 매력에 푹 빠졌다. 그가 꼽는 가장 큰 매력은 다음과 같다. “보드게임 광인(?)들이 모여 있어서 새로운 참가자가 오면 굉장히 반겨줄 뿐만 아니라 정말 미친 듯이 보드게임만 한다. 가볍고 쉬운 게임부터 어렵고 묵직한 게임도 할 수 있는 능력자가 모여 있어 게임 배우기에도 좋다. 한마디로 깊이가 있다.”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치명적인 매력. “남자 참가자가 있으면 게임을 못 한다 어쩐다 하면서 참견이나 지적을 하는 경우가 있고, 자랑하는 사람들도 꼭 있다. 그런데 보이그는 그런 사람 없이 모임이 평등하게 이뤄지는 게 좋다.”
이씨는 보이그 모임에 갈 때 화장을 안 해도 되고, 브래지어를 안 하고 가도 되는 걸 반겼다. 보드게임도 게임이다. 게임은 집중력이 필요하고, 집중력에는 체력이 필요하다. 거추장스러운 건 내던지고 편한 차림으로 보드게임 자체에만 집중하면 된단다. 이런 매력에 홀려서일까? 다른 지역에 살지만, 서울에서 열리는 보이그 모임에 참가하는 구성원들도 있다고 이씨는 귀띔했다.
여성 전용의 오프라인 모임이어서 참여하려면 인증을 받아야 한다. 이씨는 “보이그는 참가자가 여성인 사실을 온라인으로 완벽하게 알 수 없어서 가입 뒤 30일 이내에 오프라인 모임에 참여해야 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또 모임의 활성화를 위해 모든 회원은 1분기(3개월)에 한 번 이상 오프라인 모임에 참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이씨는 강력하게 권한다. ”보드게임을 좋아하고, 관심이 많은 분 그리고 매일 혼자서 보드게임을 돌리는(하는) 분에게 꼭 참여해보라고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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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스탠드업 코미디언 크루 블러디퍼니. 사진 블러디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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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자 인터뷰-블러디퍼니] 폭소하는 ‘그날’이 필요해
코미디, 웃고 싶어서 본다. 그런데 불편한 구석 없이 웃고 싶다? 그렇다면 여성 스탠드업 코미디 크루 ‘블러디퍼니’의 행보를 쫓아가 보자.
“스탠드업 코미디 전용 클럽 코미디 헤이븐의 무대에 최정윤씨가 여성으로는 거의 유일하게 출연했었다. 그러다 그 판에서 버티는 게 힘들기도 하고 혼자 여성 코미디언으로 목소리를 내는 게 부담스러워 지난해 11월 여성 코미디언팀을 꾸렸다. 그게 시작이었다.” 6명의 블러디퍼니 멤버 중 한 명인 고은별씨가 설명했다.
‘블러디퍼니’는 이중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영국식 영어로 의역하면 ‘엄청나게 웃기는’ 정도의 뜻이다. 멤버 최예나씨는 여기에 더해 “여성들은 일생에서 수십 년 동안 주기적으로 피를 흘리지 않나. 그런 뜻도 담았다”고 말했다. 블러디 퍼니의 공연 이름인 ‘그날’ 역시 ‘생리하는 날’이라는 뜻을 담았다. 고은별씨는 “우리가 생리하는 날을 ‘그날’이라고 하고 솔직하게 말을 못하지 않나. ‘그날’이라는 공연 이름은 생리든 몸이든 섹스든 여자의 삶에 있는 모든 것을 다 소리 내서 시원하게 말할 수 있는 ‘그날’이 왔으면 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덧붙인다.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스탠드업 코미디 공연은 공연을 만드는 사람, 그 판에 참여하는 사람 모두에게 뜻깊다. 최예나씨는 “여자끼리 모여 있으니, 모두가 싫어하는 무엇을 소재로 꺼내면 정말 재미있어하고 통쾌해한다. 남성 중심적인 사회 같은 걸 소재로 공개적인 자리에서 터트리니까 관객들이 속 시원해 하더라. 무엇보다 불편함을 크게 느끼지 않고 여성 관객들이 공감만 하다 갈 수 있는 공연을 만들었다는 게 큰 성취감을 준다”고 말했다. 블러디퍼니가 마련한 오픈 마이크(아마추어나 신인 배우가 무대에 설 수 있는 자리)에 참여해 온 박나비씨는 “남자 코미디언 공연을 보다 상당히 불쾌한 경험을 할 때도 있었는데, 블러디퍼니는 마음 편하게 웃을 수 있다. 그게 정말 좋다”고 말했다
● [이용자 인터뷰-소글워크숍] 서로의 용기가 되는 글쓰기
글쓰기 강좌는 전성시대를 맞았다. 꼭 여성 전용이 아니라도, 여성들의 참여가 많은 분야다. 그런데 이 글쓰기 모임은 좀 특별하다. 여성 전용 글쓰기 모임 ‘소글워크숍’에 참여한 직장인 박강하씨의 경험담을 들어보니 그 특별함이 더욱 강렬하게 느껴진다.
“글을 쓴다는 건 자신을 드러내는 건데 부담이 컸다. 그런데 여성들끼리 모여 있으니 보다 편한 마음이 되더라. 나를 덜 판단하고, 더 이해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그랬고.” 박씨는 소글워크숍에서 쓴 글을 모두에게 공개한다. 하지만 공격적인 평가보다는 응원을 받는다는 느낌이라고 덧붙인다. 꼭 맞는 글쓰기 수업을 찾는 박씨는 소글워크숍을 일곱달이나 다녔다. 그는 “완벽한 글은 세상에 없고, 나만 쓸 수 있는 글을 쓰면 된다고 말하는 소은성 선생님의 지도 방식과 조언이 매력적이었다. 강의 중 5분 정도씩 짧게 글을 쓰니까 긴장할 틈도 없고, 보다 생생한 글이 나오게 된다”고 말했다.
소글워크숍에서는 글을 쓰기만 하지 않고, 읽기도 한다. 강사인 소은성 작가가 꼽아온 여성 작가의 글을 함께 읽고, 나눈다. 박강하씨는 “이제까지 읽은 책 중에는 의식하지 않았었는데 남성 작가가 많았더라. 나도 모르게 남성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게 된 이유가 아니었을까 싶었다. 무엇보다 이전까지는 글 쓸 때 폄하되지 않을까 해서 여성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게 꺼려졌는데, 여성 작가의 글을 많이 접하고는 용기를 얻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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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치맛바람라이더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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