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하 부엉이’ 여의도 날다
|
[뉴스 쏙]
“부엉이는 행동하는 양심의 상징”
정치권 안팎 재해석·조명 활발
한명숙은 12년째 부엉이 마니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올라가 생을 내려놓은 곳, ‘부엉이 바위’. 거기 꼭대기에서 부엉이 소리가 그치지 않아 그렇게 불렸다는 이곳에서 이젠 부엉이도, 바위 밑 골짜기 ‘자왕골’에서 어릴 적 칡도 캐고 진달래도 땄다던 그 ‘노무현’도 더는 볼 수 없다. 그러나 그곳의 부엉이는 요즘 여의도 정가 안팎에서 이야깃거리를 낳으며 되살아나는 분위기다. 노 전 대통령 영결식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대, 통, 령, 님!” 하며 ‘조사’를 끝까지 읽어 내려갔던 한명숙 전 국무총리.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내년 지방선거에서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로 떠오른 그가 실은 부엉이와 깊은 인연이 있다는 건 참으로 공교로운 일이다. 그의 집 거실엔 200여개 부엉이 인형이 있다. 그는 “어둠을 밝히는 환한 부엉이 눈을 보면서 왜 부엉이를 지혜의 새라 부르는지 깨달은 뒤 12년째 인형 수집을 해왔다”고 했다. 2006년 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취임 직전 총리 공관에 출국 인사를 왔을 때도 당시 한 총리는 그에게 크리스털로 만든 ‘가족 부엉이’를 선물했다. 한 전 총리는 최근 흙으로 구운 부엉이에 초를 꽂아 불을 밝히곤 한다고 한다. 이 부엉이는 노 전 대통령 서거 직전인 5월 초 독일인 환경운동가한테서 받은 것이다. 향후 정치 행보를 고민하는 그는 “노 전 대통령의 잔잔한 미소가 커다랗게 뜬 부엉이 인형의 눈망울에 서글프게 떠오른다”며 “부엉이 촛대에 불을 밝혀 이 시대 우리가 할 일이 무엇인지 생각에 잠긴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선 조선 말기 송하노인이 썼다는 예언서 <송하돈비결>을 해석한 책 <송하비결>이 새삼 회자된다. 송하노인의 2003~2010년 예언을 풀이한 이 책 초판본(2003년)의 2009년 예언 부분에 부엉이 사진과 함께, “황우지세(黃牛之歲·누런 소의 해에는), 휴입조궁(鵂入朝宮·수리부엉이가 조정에 들어오는 형상이니), 역신회두(逆臣回頭·역신(정부정책에 반하는 세력)이 머리를 들고), 국사번요(國事煩擾·나라의 일이 이와 같으니 매우 번거롭고 소란하다)라고 적힌 것이 ‘부엉이 바위’에서 몸을 던진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직후 상황과 엇비슷하다는 것이다. 이는 ‘휴입조궁’을 “부엉이 바위에서 몸을 던진 노 전 대통령이 경복궁 안에서 영결식을 치른 것을 말하는 것 아니냐”는 누리꾼들 나름 의 해석과 맥을 같이한다. 그러나 지난해 8월 나온 이 책 개정 4판에선 역자들이 ‘휴입조궁’을 지난해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는 상황을 묘사한 예언으로 수정 해석하는 등 오락가락 풀이를 하고 있다. ‘부엉이’는 행동하는 양심의 새로운 상징물로도 해석된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한국 현대사는 죽음을 헛되이 보내지 않은 역사다. ‘개천에서 난 용’ 노무현의 죽음은 수천만 부엉이의 비상으로 이어질 것”이라 했고, 한 전 총리는 “부엉이가 떠난 자리에 자각하고 깨어 있는 새로운 부엉이(국민)가 날아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류학자 윤무부 박사는 부엉이를 ‘월하의 공동묘지’에서 귀신 등장을 알리는 효과음 정도의 새로 생각하는 것을 아쉬워했다. 그는 “외국에선 부엉이가 밤에 자지 않고 사냥하기 때문에 열심히 일하는 대통령, 열심히 연구하는 사람을 칭찬할 때 ‘부엉이’라 표현해 주고, 그래서 인형도 많이 팔린다”며 “낚싯바늘 같은 발톱으로 쥐를 잡아먹는 부엉이의 민첩성과 정확성도 아주 뛰어나다”고 말했다. 그는 “부엉이는 원앙처럼 부부 연을 맺으면 헤어지는 법이 없고, 암·수컷 할 것 없이 자식들도 헌신을 다해 키우는 새”라고 설명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