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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난 국외투자’ 열내다 화상입을라. jongge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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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쏙]
이라크 디나르화, 화폐 개혁땐 휴짓조각
동남아 마트·벌목·카지노 등도 사기 위험
투자의 오지랖의 끝은 어디인가?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각국 주식, 부동산, 펀드 투자를 지나 이제는 기묘한 투자 대상을 앞세우는 투자상품들이 속속 등장해 투자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요즘 가장 투자 열풍이 센 곳은 역시 외환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세계적 금융위기 이후로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탓이다. 여전히 기본 투자 대상은 달러화에서 시작해 엔화나 유로화 등이지만 최근에는 인터넷을 중심으로 이라크 디나르화 투자를 놓고 관심이 뜨겁다.
미국의 침략으로 거의 국가 경제가 폐허가 되다시피 한 이라크의 돈에 어쩌다 관심이 이처럼 커졌을까? 이라크 디나르화 투자를 권하는 이들은 일본을 그 진원지로 든다. 이들은 일본 회사의 인터넷 사이트를 소개하며, 일본에서 이라크 디나르화 투자 열풍이 불고 있다고 전한다.
이라크 디나르화 투자 근거는 크게 세 가지다. △미군 철수 시작 △막대한 원유 매장량 △과거 이라크 디나르화 변동 사례 등이다. 올해부터 2012년까지 미군이 철수하고 나면 현재 폭락한 디나르화 가치가 막대한 원유 매장량 덕분에 급등할 것이란 논리다. 과거에도 이라크 디나르화 가치의 급변동으로 ‘돈벼락’을 맞은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 대박을 꿈꾸는 이들에게 팔리는 이라크 디나르화는 1디나르에 50~100원 정도. 판매자들은 향후 이라크 경제가 되살아나면 현 가치보다 최소 10배 이상, 많게는 700배까지 오를 것이라고 주장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발행한 단기 차용증(IOU)도 최근 새로운 투자 대상으로 등장했다. 재정이 바닥난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지난 2일부터 차용증을 발행해 납품업자와 납세자, 지방정부에 주면서 국내에서도 주목을 하고 있다. 이 차용증은 연리 3.75%로 오는 10월2일이 만기인데, 차용증을 받은 이들은 당장 현금이 필요해 할인해 내놓고, 투자자들은 할인폭만큼의 이익에 석 달간 3.75% 이율까지 챙길 수 있다. 전체 차용증 규모는 30억달러로 해외 투자자를 받은 규모는 아니다. 하지만 최근 국내 자산가들이 관심을 가지면서 증권사에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몇 년 전 크게 붐을 이뤘던 동남아시아 투자도 최근 경기가 조금 풀리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 과거에는 주로 주식·펀드에서 시작해 부동산 투자가 눈길을 끌었는데, 최근엔 마트 운영이나 벌목 사업 등 좀더 구체적인 사업 프로젝트로 투자 대상이 바뀌고 있다. 한 30대 자영업자는 “지인이 방글라데시 마트 운영에 투자하라는 제안을 해와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비슷한 유형으로는 베트남·라오스 등 저개발국이나 타이·필리핀 등 관광지의 벌목사업, 카지노나 게임산업에 대한 투자 제안도 부쩍 늘어났다.
그러나 투자 대상이 점점 세분화, 구체화될수록 무리한 욕심을 조심하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특히 이라크 디나르화처럼 기대수익률이 로또 수준이라면 사기성이 짙다고 봐야 한다고 충고한다. 한 투자 전문가는 “이라크 정세가 바뀌면 대박을 거둬들일 것이라고 현혹하지만 이라크에서도 디나르는 화폐가치가 없어 휴짓조각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라크가 고정환율제를 채택하고 있어 디나르 환율은 명목상 1달러가 1.6디나르이고, 1디나르에 842원가량이다. 그러나 국제금융센터 자료를 보면, 지난 20일 현재 시장에서 거래되는 공식환율은 1달러당 1157.35디나르로, 1디나르가 1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현재 인터넷에서 국내 투자자들에게 파는 디나르화는 50~100배나 비싸게 팔리는 셈이다. 더구나 이라크 정세가 안정된다 해도 화폐 개혁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 지금 디나르 화폐에 투자하는 것은 위험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동남아시아 나라들의 카지노나 벌목·토목 등 개발업 투자 역시 쉽사리 달려들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 금융감독원이 불법 사기 투자로 제시한 유형은 △국외 부동산 개발, 카지노 사업 △국외통화선물 거래 △게임·오락 산업, 쇼핑몰사업 등을 가장한 자금 모집이다.
그렇다면 미국 캘리포니아주 차용증은?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웰스파고 등 미국의 대형 상업은행들이 최근 주정부의 재정상태를 믿을 수 없다며 이 차용증의 현금 교환 불가를 선언했을 만큼 위험도가 높은 편이다. 한 국외투자 전문가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고 하지만, 리스크가 너무 크면 리턴이 아예 없는 경우가 많다”고 경고했다. 김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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