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6.03.07 15:17 수정 : 2006.03.07 15:17

1991년에 한일 수퍼게임이 처음 열렸다. 한국의 프로야구가 1982년에 생겼으니 일본에 비하면 50여년 뒤진 현실이라 일본은 막 태동한지 10년밖에 않된 한국 프로야구를 걸음마 수준의 동네야구로 생각하던 시절 이었다. 당시 7차전으로 일본에서 시즌이 끝난후 펼쳐진 수퍼게임은 양국 프로야구의 수준을 가름할 친선경기 이상의 의미를 갖는 경기였다. 우리팀은 국보급 투수로 불리던 선동렬과 송진우등 에이스급에 김성한, 장종훈등 거포들과 이정훈등 기교파까지 총 망라된 올스타를 구성하여 출전하였다.

드디어 1차전이 열리고 일본도 수퍼게임 명칭에 걸맞게 올스타 주전급으로 선발진을 꾸려 등장하였다. 그러나, 당시 1차전은 참혹하기 까지 했었다. 일본의 주전투수들에 우리의 올스타들은 셋에 둘은 삼진 아웃을 당하며 헛방망이 질만 연신 되풀이 하였던 것이다. 우리 타자들에겐 생소한 급격하게 떨어지는 포크볼에 한다하는 한국의 고수들이 줄줄이 넉아웃된 것이다. 일본 투수진은 1,2회만 던지며 회가 바뀌면 다른 투수가 나와서 똑같은 장면을 연출하는 위력을 과시했었다.

반면에 한국의 투수들은 1회부터 일본 타자들의 정교함에 당하고 있었다. 노무라등 일본의 당시 올스타들은 정교함과 힘을 겸비한 타력으로 당시 우리 투수진을 공략하였다. 결국 경기 중반 헛스윙만 하다가 한방 운좋게 걸린 오리궁둥이 김성한의 솔로홈런으로 영패를 면하고 7~8점차의 완패를 당하며 역사적인 한일 올스타간 1차전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당시를 회상해보면 체격에서도 우리선수들은 일본의 거구들에 비하면 왜소하기만 했다. 웨이트 트레이닝에 능했던 일본의 파워맨들에 한국의 슬러거들도 왜소해 보였던 것이다.

어제 같은 장소인 도쿄돔에서 펼쳐진 한일전을 보면서 격세지감을 느꼈다. 우선 체구를 역전시켜 놓았다. 스몰야구를 즐겨하는 일본선수들을 결국 한국의 슬러거들이 체구부터 앞지른 것이다. 대략 90년대 중반을 넘어서며 웨이트 트레이닝과 체구를 더욱 중시하는 야구로 발전하면서 이룬 결과였다. 타자들의 자신감과 주루플레이 및 수비에서의 자신감도 한층 좋아졌다. 91년 당시에 비교한다면 거의 일본에 근접한 실력으로 따라붙은 것이다.


그동안 일본은 올림픽, 아시안게임 예선전 등에 극히 제한된 일부의 중견 프로선수만 출전 시켜왔고 올스타를 꾸린 한국팀에 연패를 당해왔다. 이는 당연한 결과다. 지속적으로 프로야구를 이끌어오는 한국야구의 올스타를 일본의 아마와 프로 혼성팀이 이길수는 없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2003년말 시드니 올림픽 예선전이 진정한 프로 드림팀 간의 첫 대결 이었다. 대만에 너무도 억울하게 연장전에서 역전패한 한국팀은 일본을 반드시 잡아야만 올림픽에 나갈수 있는 위기의 순간 이었다.

그러나 스코어는 2:0 이었다. 메이저리거는 전혀 포함되지 못했던 시절의 프로 대표팀간 첫 경기에서 우리 투수진과 수비는 그런대로 선전한 셈이다. 비록 져서 올림픽 진출이 좌절되기는 했지만 2점으로 콧대높은 일본 대표팀을 막은것은 칭찬할만 했다. 문제는 타력 이었다. 한다하는 국내의 타자들은 포크볼과 현란한 일본투수들 고유의 변화구에 그런대로 적응하는 모습을 보이며 안타는 만들어 냈지만 역시 한수 아래의 한계를 보이며 진루타 내지는 적시타의 부재 속에서 영패의 수모를 감내 해야만 했던 것이다.

2006년 한국 야구는 실력면에서 이제 턱밑까지 일본을 추격한게 드러났다. 이진영의 수비도, 이승엽의 홈런도 이종범의 안타도 모두 좋았지만 가장 중요한건 선수들의 경륜과 자신감 이었다. 이제는 제법 오래된 프로야구의 역사 속에서 자연스레 익힌 프로다운 자신감이 경기를 잘 풀어갈수 있는 원인을 만들어 준 것이다. 91년 부터 수년간 보여왔던 움츠러들며 전혀 프로답지 못하던 왜소함에서 이젠 완전 탈피한 모습을 한국야구가 보여준 부분이 어제 경기의 포인트였다.

하지만 진정한 실력면에 본다면 아직도 일본에 1~2점차 정도는 벌어져 있다고 보인다. 그러나 단기전 승부에서, 더구나 투수놀음 이라는 극단적 표현까지 존재하는 야구에서 국내의 우수한 투수들에 메이저리거 까지 포함된 현 상태의 전력 이라면 양국은 예측하기 힘든 박빙의 전력으로 보인다. 이제 몇일후면 미국으로 건너가 8강 리그전을 펼친다고 한다. 미국과 캐나다 혹은 멕시코가 올라와서 한국, 일본과 4개팀을 이뤄 펼칠것으로 예상되는 8강 리그에서 한국팀이 2위안에 들어 목표인 4강을 달성 하려면 일본을 또한번 잡아야 한다.

어제 보여준 여유있는 자신감과 집중력으로 다시한번 일본팀을 여지없이 물리치는 시원한 모습을 기대해 본다.

| 한겨레 필진네트워크 나의 글이 세상을 품는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