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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3.13 15:46 수정 : 2006.03.13 15:46

1) 축구와 야구, 용호상박의 열기

공 하나와 넓은 공간만 있으면 쉽게 뛰어놀 수 있는 축구와는 달리, 야구는 일정한 규격을 갖춘 운동장이 있어야 하고 장비도 갖추어 있어야 할 수 있는 경기입니다. 이런 불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야구의 열기는 축구와 겨루어도 손색이 없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80년대에 출범한 프로야구의 열기는 축구(K-리그)를 능가해 왔습니다. 물론 축구 중에서 국가대표 경기는 국민의 관심을 얻었지만, 지금까지 프로축구는 야구에 비해서 상당히 적은 관중을 동원해 왔습니다. 실제로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박찬호 선수의 경기에 대해서는 한 방송사가 중계권을 독점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2) 국제 경기로서는 축구가 우위?


그런데 세계의 단일 스포츠 경기 중에서 ‘월드컵’은 그야말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번 2006년 독일 월드컵에 출전하기 위해서 벌이는 지역예선에 참가한 총 197개국으로 알고 있습니다(유럽 51 + 아프리카 51 + 아시아 39 + 오세아니아 12 + 북중미-카리브해 34 + 남미10). 그야말로 전 세계가 축구공 하나 때문에 4년마다 열광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자국의 프로 리그 상으로는 축구와 야구가 용호상박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지만, 솔직히 야구에 대한 국제경기는 월드컵에 비하면 그다지 세계인의 관심을 얻지 못해왔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아마도 야구가 구경하기에는 좋지만 실제로 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도 해 봅니다.

3) ‘야구의 세계화’를 위해 준비된 WBC

그렇기 때문에 ‘야구의 세계화’라는 계획 아래 시작된 2006 World Baseball Classic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대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국민들은 간만에 굵직한 세계적인 대회에 우리나라의 선수들이 활약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한 것 같습니다. 이제 막 시작한 WBC가 한창 물이 오른 월드컵을 능가할 수는 없지만, 나름대로 야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오랜만에 세계적으로 뛰어난 선수들의 경기를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 것입니다.

출전 국가는 16개국으로 미국과 중남미 국가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우승 후보로 미국, 도미니카, 쿠바, 베네주엘라 등의 나라를 손꼽았습니다. 물론 일본과 한국도 무시못할 전력이라고 할 수 있지만 A조의 아시아 지역은 그야말로 변방에 가까웠습니다. 이번 WBC 대회가 ‘야구의 세계화’가 아닌 미국과 미국 메이저리그 선수들만의 잔치로 끝날 가능성이 많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4) WBC 경기방식, 과연 ‘야구의 세계화’에 걸맞는 방식일까?

그런데 이번 WBC 대회는 야구팬들의 고개를 갸우뚱 거리게 하는 여러 가지 이색적인 경기 방식이 있습니다. 투구 수 제한으로 낯선 경기 방식에 적응하지 못한 투수들은 제기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없었습니다. 지역예선을 통과한 팀의 1, 2위는 8강에 올라가서 다른 조의 1, 2위 팀과 다시금 한 조가 되어서 리그 방식으로 경기를 진행합니다. 지역예선에서 맞붙은 팀은 8강에서 다시 한번 맞붙어야 합니다. 2개조로 나뉘어 진행한 8강 리그에서 각 조의 1, 2위는 4강에 진출하게 됩니다. 그런데 여기에서도 다시금 결승 티켓은 동일한 조의 1위와 2위가 다투게 됩니다(이것은 미국의 프로야구 방식의 시스템을 세계대회에 적용한 듯한 느낌을 받게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A조에 속한 우리나라는 결승에 오르는 경우에만 C조와 D조의 국가와 경기를 치르는 것이 허락된다는 것입니다. 이번 WBC에 참가한 우리나라는 쿠바, 푸에르토리코, 도미니카, 베네주엘라와 경기를 하기 위해서는 결승에 올라야 하며, 결승에 오르더라도 그들 중에 선택된 한 국가와 경기를 치를 수 있게 됩니다.

‘야구의 세계화’라는 목표아래 시작된 WBC는 시작부터 조금 다른 방향을 설정해 놓은 것 같습니다. 우승을 목표로 하지 못하는 실력을 가진 국가는 보다 뛰어난 다른 국가들과 많은 경기를 치르면서 경기력을 향상시키고 경험을 쌓을 수 있습니다. 미국에 유리한 방식으로 진행되는 이번 경기 방식은 앞으로 WBC 대회가 국제적인 대회로서 ‘야구의 월드컵’이라는 명성을 얻을 것이냐, 아니면 그냥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소속 국가에 돌아가서 올스타 형식으로 치루는 그들만의 리그가 되느냐는 앞으로 두고 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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