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한국시각) 애너하임 에인절스타디움에서 열린 세계야구클래식 8강리그 1조 첫 경기. 3-3으로 맞선 8회초 일본은 안타와 사사구 2개로 1사 만루의 결정적인 기회를 맞았다. 타석에 들어선 이와무라 아키노리는 좌익수 뜬공을 쳤고, 발빠른 3루 주자 니시오카 쓰요시는 넉넉히 홈을 밟았다.
그런데 벅 마르티네스 미국 감독은 봅 데이비슨 구심에게 “3루 주자의 리터치가 빨랐다”고 항의했다. 당시 3루에는 좌익수의 포구를 보기 위해 외야로 달려간 네일 풀턴 3루심 대신 브라이언 나이트 2루심이 달려와 주자의 리터치를 봤다. 구심은 2루심을 불러 상의했고, 2루심은 애초 세이프 판정을 번복해 아웃을 선언했다. 오 사다하루 일본 감독은 손가락으로 머리를 빙빙 돌리며 항의했지만 소용없었다.
대회 주관방송사인 <이에스피엔(ESPN)>의 느린 화면은 문제의 장면이 명백한 오심임을 보여줬다. 3루를 밟고 있던 니시오카는 미국 좌익수 랜디 윈이 공을 잡기 전에 홈쪽으로 몸을 움찔했지만 발은 분명히 랜디 윈이 공을 잡은 뒤에 베이스에서 떨어졌다. 경기 뒤 오 사다하루 감독은 “2루심이 3루에서 주자의 스타트를 정확히 봤는데 4심 합의도 아니고 구심 혼자서 판정을 뒤집을 수 있는가”라며 고개를 저었다. 일본의 간판타자 스즈키 이치로도 “우리는 메이저리그 선수들을 존경하고 우리가 이길 기회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참으로 딱하고 창피한 일”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이날 미국은 이치로에게 선두타자 홈런을 맞는 등 초반 0-3으로 끌려가다가 치퍼 존스와 데릭 리의 홈런 2방으로 간신히 3-3 동점을 만들었고, 9회말 알렉스 로드리게스의 끝내기 안타로 4-3 역전승을 거뒀다. 흐름상 8회 일본의 득점은 결승점을 의미했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야구 종주국’의 자존심을 지키려던 미국은 캐나다전 참패, 경기일정 일방변경에 이어 일본전 오심으로 더욱 큰 상처가 났다. 애너하임/권오상 기자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