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6.03.14 18:52 수정 : 2006.03.15 08:17

이승엽이 14일(한국시간) 세계야구클래식(WBC) 8강 라운드 미국과의 2차전 1회말 1점홈런을 친 뒤 홈으로 향하고 있다. 애너하임/연합뉴스

허 찌른 용병술 탄탄해진 실력 똘똘 뭉친 선수
‘세계 최강’ 미국 꺽으며 ‘야구월드컵’ 대이변
국제무대 경험 화려한 결실…정보전도 앞서

기적이 일어났다. 프로야구 24년 역사의 한국이 131년 역사의 ‘야구 종주국’ 미국의 자존심에 구멍을 냈다.

알렉스 로드리게스, 데릭 지터(이상 뉴욕 양키스), 켄 그리피 주니어(신시내티 레즈), 치퍼 존스(애틀랜타 브레이브스)…. 한 선수의 몸값이 한국 프로야구 모든 선수들의 연봉보다 비싼 메이저리그 강타자들은, 김치와 된장을 먹고 큰 한국 투수들이 던진 공에 연방 헛방망이를 휘둘렀다. 반면 한국 타자들은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에 빛나는 돈트렐 윌리스 등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투수들을 상대로 무려 10안타를 몰아쳤다. 세계야구클래식에서 멕시코, 미국을 연파하고 ‘핵폭풍’을 일으킨 한국 야구의 힘은 과연 어디서 나온 것일까?

빛나는 김인식 감독 용병술=애초 전문가들은 한국 성적을 아시아 예선에서 대만을 꺾고 2라운드에 진출하는 정도로 예상했다. 미국은 물론 일본을 넘기도 현실적으로 벅차 보였다. 하지만 이런 예상은 보란 듯이 빗나갔다. 그 중심에는 김인식 감독의 용병술과 지도력이 자리잡고 있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절묘하게 투수진을 운용했다. 가장 구위가 뛰어난 서재응을 1·2라운드 첫 경기였던 대만과 멕시코전에 투입해 승리를 낚았고, 미국전에는 메이저리거들에게 낯선 손민한을 선발로 내세웠다. ‘메이저리그 통산 106승’에 빛나는 ‘에이스’ 박찬호를 마무리로 돌린 것도 인상적이었다. 그런가 하면 세계 최강 미국을 상대로 국내파 오승환을 9회초 과감히 마무리로 기용해 상대의 허를 찔렀다. 부진한 최희섭을 미국전에 대타로 기용해 결정적인 한방을 터뜨리게 한 것도 절묘했다.

김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선동열·김재박 등 코치들과 하나가 되어, 개성이 강한 선수들을 대화와 믿음으로 다독이며 묶어내는 덕장의 기질을 잘 보여줬다. 이광권 <에스비에스(SBS) 스포츠> 해설위원은 “김 감독과 개성 강한 코치 및 선수들 간의 의사소통이 아주 잘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김인식의 ‘인화의 야구’가 빛을 발한 셈이다.

똘똘 뭉친 선수들=한국과 미국·일본 등 각자 다른 무대에서 뛰고 있지만, 한국 선수들은 이번 대회를 통해 단단한 인화력을 과시했다. 국내에서 초·중·고·대학을 거치며 야구 선·후배로 우정을 쌓은 국내·국외파들은 오랜만의 해후였음에도 짧은 기간에 끈끈한 팀워크를 다졌다.

하지만 한국 선수들이 단결하게 된 계기는 뜻밖의 곳에서 터져나왔다. 1라운드 일본과의 대결을 앞두고 나온 “30년 동안 일본을 이기지 못하게 해주겠다”던 스즈키 이치로의 발언이 그것. 한국 선수들은 “두고 보자”며 ‘타도 일본’의 신념으로 똘똘 뭉쳤다. 신상우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의 ‘4강 병역혜택’과 ‘보너스 10억원’ 발언도 한국 선수들에게 큰 동기로 다가왔다. 여기에 한국인 특유의 정신력은 유니폼에 단 국기가 무색할 정도로 엉성한 플레이를 보인 미국 선수들의 혼을 빼놓았다.

단단해진 토양=한국 야구는 1990년대 말부터 박찬호 김병현 이승엽 서재응 최희섭 김선우 등 많은 메이저리거를 배출했다. 야구의 국제화는 한국 야구의 토양을 단단하게 만든 계기가 됐다.


77년 니카라과 슈퍼월드컵과 82년 세계야구선수권대회 우승으로 쿠바와 함께 아마야구 최강을 자랑하던 한국은 82년 프로야구 출범을 계기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각 팀들은 미국과 일본 전지훈련을 통해 선진 야구를 받아들였고, 선수들의 국외 진출도 부쩍 늘었다. 특히 94년 박찬호의 메이저리그 진출은 한국 야구가 미국 쪽으로 눈을 돌린 계기가 됐다. 이광권 해설위원은 “박찬호의 성공은, ‘메이저리그에서 타자는 어려워도 투수는 통한다’는 교훈을 줬다”고 평가했다.

야구의 국제화는 ‘정보전쟁’에서도 승리를 가져왔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1라운드 상대였던 일본·대만은 물론 미국·멕시코 등 상대 팀 선수들의 장·단점을 정확하게 분석했다. 어떤 타자가 어떤 스타일의 투수에게 약한지, 상대 선발은 어떤 타자들에게 약한지 세밀하게 분석했고, 이는 결국 기적을 이뤄내는 힘이 됐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