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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이승엽 선수(위)가 14일(한국시각) 미국 애너하임 에인절스타디움에서 열린 2006 세계야구클래식(WBC) 8강 라운드 미국과의 2차전 1회 말에 1점 홈런을 치고 난 뒤, 최희섭 선수가 4회 말 3점 홈런을 치고 있다. 애너하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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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구 101년 새역사…WBC 4강 예약
9회초 2사2루 상황. 마무리투수 오승환 선수(삼성 라이온스)가 미국의 강타자 치퍼 존스(애틀랜타 브레이브스)를 2루 땅볼로 잡아내자, 한국 선수들은 더그아웃에서 뛰쳐나와 덩실덩실 춤을 췄다. 축구로 치면, 월드컵에서 한국이 브라질을 잡은 것과 같은 일이 일어난 순간이었다. 2006 세계야구클래식(WBC) 8강 라운드에 출전한 한국대표팀이 14일(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애너하임의 에인절스타디움에서 열린 ‘야구의 종주국’ 미국과의 8강리그 1조 2차전에서 7-3으로 이겼다. 1905년 미국인 선교사 질레트가 야구를 한국에 소개한 지 101년 만에 거둔 값진 승리다. 미국의 기선을 제압한 것은 1회말 솔로홈런을 날린 이승엽(29·요미우리 자이언츠) 선수였다. 이때만 해도 미국 쪽 더그아웃의 표정은 밝았다. 하지만 한국이 3-1로 앞선 4회말 2번 김민재 선수가 2루타로 치고 나가자 미국 쪽 더그아웃이 바빠졌다. 다음 타자가 이승엽 선수이기 때문이었다. 겁을 먹은 미국은 이 선수를 고의 4구로 내보내고, 김인식 감독은 김태균 대신 최희섭(27·엘에이 다저스) 선수를 대타로 내는 승부수를 띄웠다. 최 선수는 볼카운트 1-1의 상황에서 기회를 놓치지 않고 오른쪽 파울 폴대 안쪽에 떨어지는 3점 홈런을 날렸다. 작전의 승리이자 이날 승부를 가른 쐐기포였다. 이후 100억원대 연봉이 즐비한 미국 선수들은 수비에서 실책 셋을 범하며 우왕좌왕했다. 공격에서도 선발 손민한 선수에 이어 등장한 전병두-김병현-구대성-정대현-오승환의 계투진을 공략하지 못하고 무너졌다. 참가국 중 유일하게 전승을 달리고 있는 한국은 16일 낮 12시 일본과의 8강 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5실점 이하로 져도 4강에 오른다. 애너하임/권오상 기자 k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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