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보다 100배 낫다”
“미국코 납작…우승 그 이상”
야구 국가대표팀이 14일 미국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 2라운드 8강리그 두번째 경기에서 세계 최강 미국팀을 7대3으로 누르자, 시민들과 야구계 인사들은 감격과 흥분에 휩싸였다.
시민들 환호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의 한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장동욱(46·서울 중랑구 면목동)씨는 “국민의 골치를 아프게 하는 정치인들보다 야구 선수들이 100배는 낫다”며 “2년 전에 직장을 옮긴 뒤 힘든 점이 많았는데, 이렇게 통괘한 경기를 보니 잠시나마 걱정이 사라지는 것 같다”고 고마워했다.
윤지환(36·세무사·충남 서산시 예천동)씨는 “한국팀이 투타 모든 면에서 미국팀을 압도했다”며 “경제가 안 좋고 골프 로비니 뭐니 안 좋은 일이 많은데, 스포츠만 사람들을 기쁘게 해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회사원 서승덕(36·여)씨는 “2002년 월드컵 4강에 진출했을 때와 똑같은 기분”이라며 “다음 경기도 이겨서 꼭 4강에 진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905년 한국에 처음 야구를 도입한 기독교청년회는 “야구 도입 101년만의 쾌거고 경사”라고 기뻐했다. 여봉구 서울기독교청년회 체육교육부장은 “우리 선수들의 실력은 미국 선수들과 대등했고, 정신력은 돈으로 움직이는 미국 선수들보다 훨씬 더 나았던 것 같다”며 “한국인들이 미국과의 관계에서 좀더 자신감을 갖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월드컵 4강 이상의 쾌거”=한국야구 역사를 새로 쓴 이날 경기에 대한 야구인들의 감격은 더욱 남달랐다. 대한야구협회 홍보이사를 맡고 있는 야구 전문가 구경백씨는 “김인식 감독의 지도력이 좋았고,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의 하나된 팀워크가 빛을 발한 결과”라며 “미국이 장난질하는 상황에서 사실상 4강까지 올라간다는 것은 월드컵 축구대회 때 안방에서 4강에 오른 것 이상”이라고 흥분했다.
야구인들의 모임인 일구회 전 회장을 지낸 강태정씨도 “1970년대 국가대표팀의 일원으로 하와이에 가서 미국 대학팀과 맞붙어 참패했던 기억이 난다”며 “우리 야구사 100년사의 최대 위업”이라며 뿌듯해했다.
김상훈 에스비에스 해설위원은 “4∼5점 정도 차이로 지지 않을까 싶었는데 투수 로테이션과 최희섭 대타작전이 성공했다”고 승리의 원인을 분석했다. 김 위원은 “10번 붙어 1번 이기기 힘든 경기였는데 우리 대표팀이 너무 잘했다. 이 정도면 월드컵 우승 그 이상이 아니냐”며 감격했다.
야구인들은 이번 일을 기회로 돔구장을 비롯한 야구 인프라 확충에 사회가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랐다.
전진식 조혜정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미주 동포도 감격 =경기장은 물론 위성채널과 라디오방송, 인터넷 중계로 경기를 본 동포들은 한국의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 서로 얼싸안고 기쁨을 함께 했다. 힘든 경기가 될 것이라는 예상 때문인지 야구장을 찾은 이는 약 3천명에 그쳐 전날 1만 여명이나 됐던 멕시코전에 비해 크게 줄었으나 예상을 뛰어넘는 선전에 경기 내내 ‘대~한민국’의 함성은 우렁찼다. 미국땅을 밟은 지 27년째라는 케니스 조씨(58)는 “세계 최강이라는 미국을 큰 점수차로 꺾는 기적에 저절로 눈물이 솟았다”며 “이번 쾌거가 한국 선수들의 미국 진출을 더욱 넓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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