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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김인식 감독 ‘믿음의 야구’ 빛났다 |
프로 역사 20년이 갓 넘은 한국 야구가 131년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을 격파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다윗'이 '골리앗'을 거꾸러뜨린 격이다.
다윗이 주먹에 쥔 돌을 거인 골리앗을 정확히 겨냥해 팔매질을 할 수 있도록 해준 힘은 상당 부분 김인식 감독의 용병술과 야구 철학에서 비롯됐다.
김인식 감독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예선과 본선을 거치며 한 치의 오차도 없는 투수 운용과 절묘한 타순 구성, 시의적절한 대타 작전을 구사하며 한국을 유일한 무패 팀으로 이끌고 있다.
매 경기 한 박자 빠른 투수 교체로 상대의 득점 찬스를 원천 봉쇄하고, 선수 개개인의 성격을 고려한 임무부여로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는 것은 김 감독이 아니면 내리기 어려운 결단일 터이다.
선발 투수 박찬호를 책임감과 애국심이 강하다는 점에 주목해 마무리로 돌려 결국 세 경기나 한국팀의 승리를 지키게 만든 것이 대표적이다.
14일 미국전에서 보여준 타순 및 대타 작전도 용병술의 진면목을 보여줬다.
김인식 감독은 이날 상대 선발로 좌완 돈트렐 윌리스가 나오자 최희섭 대신 김태균, 이진영 대신 송지만으로 라인업을 과감히 뜯어고쳤고, 결과는 대성공으로 나타났다.
이승엽의 홈런으로 1-0으로 앞선 1회 김태균이 볼넷으로 출루한 뒤 송지만과 이범호의 연속 안타로 홈을 밟아 득점을 올렸으니 라인업 변동이 결과적으로 초반 기선 제압에 큰 효과를 발휘한 셈이다.
이날 2루수로 깜짝 기용한 김민재도 5타수3안타의 불방망이를 휘둘렀으니 타순 변경은 대성공이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용병술의 백미는 3-1로 앞선 4회 2사 1,2루에서 김태균 대신 최희섭을 대타로 올린 것이었다.
최희섭은 전 경기까지 메이저리거 답지 않은 극심한 타격 부진에 시달리고 있었지만 김 감독은 상대 투수가 우완 댄 휠러로 바뀐 만큼 최희섭을 믿고 내보냈다.
방망이를 곧추 세운 최희섭은 통렬한 3점 홈런을 쏘아올리며 감독의 믿음에 화답했고, 이 홈런으로 한국은 결국 승부에 쐐기를 박고 대어를 낚는 데 성공했다.
김인식의 '믿음의 야구'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또 선수를 믿고 기다려주는 믿음의 야구는 선수들의 단결과 집중력에도 보약이됐다.
인화를 강조하는 덕장 김인식 감독의 스타일은 개성 강한 선수들을 하나로 뭉치게 했다. 이런 좋은 분위기 덕에 선수들은 본선 진출 팀 가운데 유일하게 에러를 하나도 남기지 않는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활짝 꽃피고 있는 김인식표 야구의 힘이 앞으로 어디까지 이어질 지 주목된다.
현윤경 기자 ykhyun14@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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