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맞서는 김인식 감독의 현역 생활은 그리 밝지 않았다. 투수로 활약하던 한일은행시절 어깨 부상으로 조기 은퇴한 그는 실업과 대학 감독을 맞다 비교적 늦은 1989년 해태 타이거즈의 수석코치로 처음 프로와 인연을 맺었다. 하지만 `늦깎이' 김인식 감독의 지도자로서 능력은 경륜을 더해 가면서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1990년 쌍방울 레이더스 초대 감독을 거쳐 1995년 두산 베어스 사령탑에 오른 김 감독은 전력상 약체라는 평가를 뒤엎고 두 차례나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라 지도력을 높이 평가받았다. 또한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에서 한국대표팀을 이끌고 금메달을 획득했던 김인식 감독은 지난 해에는 최약체로 분류했던 한화 이글스의 돌풍을 주도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도 두 사람의 행보는 판이했다. 오사다하루 감독이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선수들을 다그쳤다면 김 감독은 한마디로 여유 그 자체였다. 아시아라운드가 끝난 뒤 피닉스 전지훈련기간 오사다하루 감독이 6일간의 짧은 기간에 세 차례 연습경기로 선수들을 몰아친 반면 김인식 감독은 두 차례 연습경기도 많다며 이틀이나 느긋한 휴식을 취했다. 웬만한 감독이면 중압감에 조급증이 날 법도 하지만 김인식 감독은 특유의 태평스러운 목소리로 "얘들이 피곤한데 무슨 훈련이야, 하루 쉬면 야구 못해?"라며 급할수록 여유를 찾는 역발상을 보였다. '약팀에게는 긴장된 모습으로, 강팀에게는 편한 심정으로'라는 절묘한 소신을 갖고 있는 김인식 감독의 판단력이 정확했는지, 현재 한국과 일본의 입장은 천양지차가 되고 말았다. 결국 일본의 야구영웅 오사다하루 감독은 최고의 홈런왕으로 길이 기억되겠지만 이번 WBC에서 최고의 지도자는 `포커 페이스' 김인식 감독이라는 사실이 분명히 드러난 셈이다. 천병혁 기자 shoeless@yna.co.kr (애너하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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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김인식 VS 오사다하루, 색다른 야구인생 |
"그저 뭐, 최선을 다할 뿐이지"(김인식 감독), "전력을 몽땅 쏟아부어 반드시 4강에 오르겠다"(오사다하루 감독)
한.일 프로야구 최고의 명장이 다시 한번 외나무 다리에서 만났다.
`믿음의 야구', `재활 공장장'이라는 천하 덕장 김인식 감독과 홈런신기록을 보유한 일본프로야구의 '슈퍼스타' 오사다하루 감독의 맞대결은 지난 5일 `도쿄 대첩'이후 두 번째.
16일 벌어지는 한.일전은 양국 프로야구의 향배를 좌우할 만큼 운명의 한판이지만 선수단을 이끄는 사령탑의 이력이나 성향은 너무도 판이해 눈길을 끌고 있다.
국내에서 `왕정치'로 잘 알려진 오사다하루 감독은 현역시절부터 일본 열도를 들썩였던 프로야구의 전설적인 홈런왕이다.
개인통산 868홈런을 기록, 일본인들에게 메이저리그 홈런왕 행크 아론(755홈런)을 능가했다는 자부심을 심어준 인물이다.
지도자로서도 17시즌째를 맞은 오 감독은 2차례나 재팬시리즈를 제패하면서 일본 최고의 감독 반열에 올랐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도 그는 "미국을 꺾고 우승하겠다"고 호언장담했으며 한국은 안중에도 없었다.
이에 맞서는 김인식 감독의 현역 생활은 그리 밝지 않았다. 투수로 활약하던 한일은행시절 어깨 부상으로 조기 은퇴한 그는 실업과 대학 감독을 맞다 비교적 늦은 1989년 해태 타이거즈의 수석코치로 처음 프로와 인연을 맺었다. 하지만 `늦깎이' 김인식 감독의 지도자로서 능력은 경륜을 더해 가면서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1990년 쌍방울 레이더스 초대 감독을 거쳐 1995년 두산 베어스 사령탑에 오른 김 감독은 전력상 약체라는 평가를 뒤엎고 두 차례나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라 지도력을 높이 평가받았다. 또한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에서 한국대표팀을 이끌고 금메달을 획득했던 김인식 감독은 지난 해에는 최약체로 분류했던 한화 이글스의 돌풍을 주도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도 두 사람의 행보는 판이했다. 오사다하루 감독이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선수들을 다그쳤다면 김 감독은 한마디로 여유 그 자체였다. 아시아라운드가 끝난 뒤 피닉스 전지훈련기간 오사다하루 감독이 6일간의 짧은 기간에 세 차례 연습경기로 선수들을 몰아친 반면 김인식 감독은 두 차례 연습경기도 많다며 이틀이나 느긋한 휴식을 취했다. 웬만한 감독이면 중압감에 조급증이 날 법도 하지만 김인식 감독은 특유의 태평스러운 목소리로 "얘들이 피곤한데 무슨 훈련이야, 하루 쉬면 야구 못해?"라며 급할수록 여유를 찾는 역발상을 보였다. '약팀에게는 긴장된 모습으로, 강팀에게는 편한 심정으로'라는 절묘한 소신을 갖고 있는 김인식 감독의 판단력이 정확했는지, 현재 한국과 일본의 입장은 천양지차가 되고 말았다. 결국 일본의 야구영웅 오사다하루 감독은 최고의 홈런왕으로 길이 기억되겠지만 이번 WBC에서 최고의 지도자는 `포커 페이스' 김인식 감독이라는 사실이 분명히 드러난 셈이다. 천병혁 기자 shoeless@yna.co.kr (애너하임=연합뉴스)
이에 맞서는 김인식 감독의 현역 생활은 그리 밝지 않았다. 투수로 활약하던 한일은행시절 어깨 부상으로 조기 은퇴한 그는 실업과 대학 감독을 맞다 비교적 늦은 1989년 해태 타이거즈의 수석코치로 처음 프로와 인연을 맺었다. 하지만 `늦깎이' 김인식 감독의 지도자로서 능력은 경륜을 더해 가면서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1990년 쌍방울 레이더스 초대 감독을 거쳐 1995년 두산 베어스 사령탑에 오른 김 감독은 전력상 약체라는 평가를 뒤엎고 두 차례나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라 지도력을 높이 평가받았다. 또한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에서 한국대표팀을 이끌고 금메달을 획득했던 김인식 감독은 지난 해에는 최약체로 분류했던 한화 이글스의 돌풍을 주도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도 두 사람의 행보는 판이했다. 오사다하루 감독이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선수들을 다그쳤다면 김 감독은 한마디로 여유 그 자체였다. 아시아라운드가 끝난 뒤 피닉스 전지훈련기간 오사다하루 감독이 6일간의 짧은 기간에 세 차례 연습경기로 선수들을 몰아친 반면 김인식 감독은 두 차례 연습경기도 많다며 이틀이나 느긋한 휴식을 취했다. 웬만한 감독이면 중압감에 조급증이 날 법도 하지만 김인식 감독은 특유의 태평스러운 목소리로 "얘들이 피곤한데 무슨 훈련이야, 하루 쉬면 야구 못해?"라며 급할수록 여유를 찾는 역발상을 보였다. '약팀에게는 긴장된 모습으로, 강팀에게는 편한 심정으로'라는 절묘한 소신을 갖고 있는 김인식 감독의 판단력이 정확했는지, 현재 한국과 일본의 입장은 천양지차가 되고 말았다. 결국 일본의 야구영웅 오사다하루 감독은 최고의 홈런왕으로 길이 기억되겠지만 이번 WBC에서 최고의 지도자는 `포커 페이스' 김인식 감독이라는 사실이 분명히 드러난 셈이다. 천병혁 기자 shoeless@yna.co.kr (애너하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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