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응 김병현 최희섭 배출 광주일고 '흥분의 도가니'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미국과 일본을 연달아 격파하며 `3월의 새로운 전설'을 쓴 주인공은 다름 아닌 광주 출신의 야구인들이다. 이종범은 16일(한국시간) 애너하임 에인절스타디움에서 열린 제1회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라운드 최종전에서 8회 결승 2타점 적시타를 터뜨리며 한국의 4강행을 이끌었다. 이종범은 이날 1사 2.3루의 득점찬스를 놓치지 않고 좌중간을 통타, 포효했다. 지난 14일 결승 `쓰리런 아치'로 최강 미국을 무너뜨린데 일등공신이었던 최희섭, 이날도 6회 중간 계투요원으로 나와 4명의 타자 중 2명을 삼진으로 돌려 세운 김병헌은 모두 자랑스런 광주의 아들이었다. 선발투수로 2차례 나와 1.00의 방어율로 `컨트롤 아티스트'라는 별명의 의미를 다시한 번 되새겨 준 서재응도 역시 광주 출신. 적절한 투수교체 타이밍으로 한국의`무결점 마운드'의 숨은 공신 선동렬 투수코치까지 광주 출신의 야구인들은 한국의 6연승 고공행진을 이끌었다. 특히 일본에 쓰라린 2연패를 안긴 맏형 이종범은 이날 광주의 별에서 세계의 별로 우뚝 섰다. 이같이 광주출신의 야구인들이 투타에서 절정의 활약을 펼치자 광주시민들은 광천동 버스터미널, 광주역 등 곳곳에 설치된 TV앞에서 숨직이며 일본과의 짜릿한 승부를 만끽했다. 여기에 서재응, 김병현, 최희섭 등 3인방을 배출한 광주일고는 말그대로 흥분의 도가니.점심시간에 TV를 켜 놓은 채 밥먹는 것도 잊고 화면에 열중하며 때로는 탄식, 때로는 기쁨에 학생들은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며 짜릿한 승부를 즐겼다. 윤환웅(17)군은 "최희섭 선배를 비롯해 광주일고 선배들이 전 세계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광주일고 출신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정원미(36) 광주일고 교무부장은 "광주일고에 근무하는 교사로서 여기 출신 선수들이 맹활약해 자긍심을 느낀다. 국가의 위상을 높여 정말 기뻤다. 하지만 학생들은 정상수업을 했다"며 살며시 웃었다. 허세환 광주일고 감독도 야구 인생에서 이처럼 기막히게 좋은 날은 처음이다. 태극마크를 달고 이번 대회에 출전한 서재응, 김병현, 김종국, 정성훈을 직접 지도한 허 감독은 제자들의 활약에 넋이 나갔고 경기가 끝나고 미국 에너하임에서 걸려온 한 통의 전화에 기쁨은 두 배가 됐다. "그래 오늘 너무 고생했다. 볼 좋더만..몸은 괜찮고? 그래 그래 이제 다음 게임이 언제냐? 응 몸 잘 추스려 이번에 내친김에 우승해 버려라..그래 그래 또 연락하자" 서재응은 허 감독과의 통화에서 "여기 분위기가 너무 좋아요. 선수들이 모두 우승 한 번 해보자는 자세에요"라며 현지 분위기를 전달했다. `악동'으로 소문났지만 스승 앞에서는 한없이 겸손한 `핵잠수함' 김병현도 "몸 상태가 좋아요. 컨디션이 최상입니다"고 말했다. 허 감독은 "오늘 학교 전체가 한국이 스페인을 꺾고 2002월드컵에서 4강에 진출한 것과 같은 분위기였다"고 말하며 여전히 진한 감동에 젖어있었다. 송광호 기자 buff27@yna.co.kr (광주=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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