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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선수단 “꿈이 현실로…하늘을 나는 기분” |
마지막 타자를 삼진으로 잡은 '돌부처' 오승환(삼성)은 별명처럼 역시나 담담했다. 박찬호(샌디에이고)는 더그아웃을 박차고 맨 먼저 뛰쳐나왔다.
이미 캘리포니아 '잠실구장'이 돼버린 에인절 스타디움 명물인 좌측 펜스뒤 인공폭포 쪽에서는 폭죽이 수를 놓았다.
동시에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주관방송사인 미국 스포츠 전문채널 ESPN은 스즈키 이치로(시애틀)의 얼굴을 포착했다. 이치로는 분을 삭이려고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가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결국 뒤를 보며 '악' 소리를 질렀다.
한국이 일본을 연파했다. 5일 도쿄대첩에 이어 불과 11일만에 다시 미국의 애너하임에서 침몰시켰다. 실질적으로 50여년 가까이 앞서 있다는 정교함과 꾸준함의 상징, 일본프로야구를 마침내 넘어섰다.
에인절 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3만9천679명의 팬들은 모두 일어섰다. 두 손을 들고 만세를 부르며 '대~한민국' 함성으로 한국 야구 '독립기념일'을 축하했다.
WBC를 통해 한국야구는 적어도 단기전에서는 이제 일본의 상대적 우위 징키스를 벗어났다.
서재응(LA 다저스)는 마운드에 태극기를 꽂았다. 홀로서기의 상징이었던 셈이다.
선수단은 괴성을 지르며 그라운드를 한 바퀴 돌았다. 마치 한국에서 경기를 치르는 것 같았다는 선수들의 말처럼 그들은 목이 터져라 응원해 준 재미동포들에게 감사 인사를 드렸다.
한 치의 오차 없는 마운드 운용으로 '신(神)의 경지'에 올랐다는 평을 듣고 있는 선동열 투수코치의 눈에는 이슬이 그렁그렁했다.
현역 시절 일본을 눌렀고 일본에서 '나고야의 태양'으로 뛰었으며 한국에서는 감독으로 일본풍 야구를 주도하고 있는 삼성 라이온즈의 수장이자 지일파의 대표 선 코치도 "너무 좋다"는 말만 연발하며 기쁨을 주체하지 못했다.
선수단은 라커에서 샴페인 대신 맥주를 터뜨리며 승리를 자축했다.
안방마님 조인성(LG)은 "미국과 일본의 최고 선수들을 상대로, 지난해 팀에서 당했던 설움을 훌훌 털어버릴 수 있어 후련하다"고 말했다.
지금 이 분위기면 결승까지 간다고 선수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2006년 봄에 꿈이 현실이 됐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 (애너하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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