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강 A조는 멕시코, 일본, 미국, 한국이 리그전을 통하여 상위 1, 2위가 다시 결승 진출을 놓고 대결하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야만 8강 B조(도미니카, 쿠바, 푸에르토리코, 베네주엘라)에서 올라온 팀과 우승을 놓고 겨루게 됩니다. 상대적으로 중남미 팀을 피한 한국은 행운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이것은 미국의 결승진출을 위한 하나의 시나리오라는 느낌이 더 많이 들었습니다. 어쨌든 8강 A조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3월 13일에 벌어진 멕시코전에서 2대 1로 승리한 한국은 판정시비로 어수선한 미국과의 경기에서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고 7대 3으로 승리하였습니다. 선수 개개인의 능력은 미국이 월등했지만, 팀을 이루어서 대결한 결과 한국의 완승이었습니다. 이 승리를 놓고 ‘기적’, ‘반란’ 등의 미사여구가 동원되었지만, 예선부터 안정된 투수진과 경기 운용면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인 코치와 감독진, 그리고 선수들의 호흡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결과였습니다. 이것은 길가다가 얼떨결에 주은 동전과도 같은 행운이 아니라 정정당당하게 겨루어서 이루어낸 값진 승리였습니다. 이제 2승으로 4강 진출의 문턱에 선 한국으로서는 결승전 진출로 다시금 목표를 높이게 되었습니다. 결승전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일본과의 경기가 중요하고, 멕시코와 미국의 경기 또한 중요합니다. 다양한 경우의 수와 계산을 통해서 4강 진출 파트너에 대한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2) 남은 경기, 후회없이 최선을 다하길... 일본과 준결승전을 치르는 경우가 있을 수가 있고, 미국과 준결승전을 치르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결승전의 상대로는 미국보다는 일본이 편하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WBC 대회에서 옹졸한 모습을 보여준 미국은 준결승에 나갈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앞으로의 일은 아무도 모릅니다. 그렇다고 앞으로 남은 일본과의 경기를 져준다는 것은 신사적인 행동이 아닙니다. 최선을 다하고 결과를 지켜보는 것이 진정한 스포츠 정신에 어울리는 것입니다. 행여 안이한 마음에, 미국을 피하려는 생각에, 일본전에서 최선을 다하지 못하면 지금까지 연승행진을 하고 있는 분위기에 제동을 거는 것입니다. 물론 미국과 재대결을 해서 이긴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미국은 패배를 설욕하기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한국으로서는 남은 일본전에 최선을 다하고, 다음번 상대가 누가 되던지 최선의 전력을 갖추어서 임해야 할 것입니다. 싸움에 있어서 진정한 승리자는 누가 상대가 되던지 최선을 다해서 경기에 임하는 자입니다. 그러한 싸움에서 승리를 쌓아나갈 때 비로소 진정한 챔피언이 되는 것입니다. 단순히 단기간에 반짝 승리를 챙기고, 강팀을 피해서 결승전에 오르려는 불순한 의도를 가지는 것은 이미 시작부터 챔피언으로서의 자격이 없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의 목표는 준결승전에서 승리하는 것으로 상향 조정되었습니다. 우리의 전력은 결코 약하지 않습니다. 8강에 오른 팀 중에서 가장 안정된 투수진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수비 또한 지금까지 보여준 실력을 바탕으로 본다면 최고의 팀입니다. 위기 때마다 효과적인 공격 또한 다른 팀들보다 뛰어나면 뛰어났지 뒤지지는 않습니다. 목표를 점차 상향조정해서 항상 승리에 목마른 대표팀이 되어야 합니다. 목표가 달성되었기 때문에 정신력이 흐트러지거나 자만심에 빠지면 안됩니다. 남은 일본 전에서 최선을 다하고 준결승 상대가 누가 되든지 간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피하지 말고 정면 돌파로 세계 야구팬들에게 아시아의 맹주가 누구이며, 아시아의 챔피언이 세계 챔피언의 자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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