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3.16 17:43
수정 : 2006.03.16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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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4강 진출 꿈을 이룬 한국 선수들이 16일(한국시각) 태극기를 휘날리며 관중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애너하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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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점대 방어율·무실책·인화·정신력서 이미 1위
미국? 도미니카? 누가 올라오든 “자신있다”
“내친김에 우승이다!”
철벽 마운드와 장쾌한 홈런, 그물망 수비를 앞세워 세계야구클래식(WBC)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한국이 이 대회 초대 챔피언을 노리고 있다.
한국은 세계 최강 미국을 꺾은 데 이어, 16일 ‘아시아 최강’으로 자부하던 일본에 두번 연속 패배의 쓴잔을 안기면서 1라운드 승리가 결코 우연이 아님을 입증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 6전 전승으로 16개 참가국 중 유일하게 무패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4강전에서 미국과 다시 맞붙을 가능성이 높은데, 여기서 이긴다고 해도 결승에서 맞붙을 도미니카나 쿠바의 ‘중남미 야구’는 만만치 않다. 미국 다음으로 메이저리거가 많은 도미니카는 최강 타력을 자랑하고, 쿠바는 ‘아마 최강’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보여준 한국의 전력은 세계 정상에 오르기에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우선 한국은 참가국 중 유일하게 1점대 평균자책(1.33)을 기록할 정도로 탄탄한 마운드를 자랑하고 있다. 박찬호 서재응 김병현 김선우 봉중근 등 메이저리거와, 메이저리그를 경험한 베테랑 구대성, 손민한 오승환 전병두 등 국내파 투수들이 김인식 감독의 탁월한 용병술 아래 적시에 마운드에 올라 상대 강타선을 꽁꽁 묶었다.
‘구슬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우완과 좌완, 잠수함 투수를 적시에 번갈아 기용해 야구 강국들을 농락했다. 또 상대에 덜 노출된 국내파는 미국전에, 메이저리거는 일본전에 기용하는 용병술도 단연 발군이었다. 이는 선동열 투수코치에게 투수 기용을 전적으로 맡긴 김인식 감독의 ‘믿음의 야구’가 빛을 발한 결과다.
메이저리그 관계자들마저 감탄사를 연발하게 만든 ‘그물망 수비’는 한국의 4강 진출에 주춧돌이 됐다. 한국은 6경기에서 참가국 중 유일하게 실책이 한개도 없다. 실책은커녕 경기마다 호수비로 박수갈채를 받고 있다. 이진영은 1라운드 일본전에서 만루홈런보다 값진 다이빙 캐치로 승리에 일등공신이 되더니, 16일 경기에서도 환상적인 홈 송구로 일본의 김을 뺐다. 유격수 박진만의 폭넓은 수비도 상대 감독의 입에서마저 칭찬이 마르지 않도록 했다. 내·외야를 가리지 않는 한국의 철벽 수비는 상대적으로 약한 방망이를 보완하고도 남았다.
한국 상승세의 원동력은 무엇보다 정신력이다. 태극마크를 단 선수들은 “꼭 이기자”는 마음으로 똘똘 뭉쳤고, 서로가 서로를 격려하며 힘을 줬다. 이런 분위기는 김인식 감독의 ‘인화의 야구’와 만나 큰 시너지 효과를 냈다.
세계적인 스포츠 전문주간지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는 대회 개막 전 한국의 우승 가능성을 16개 참가국 중 7위로 예상했다. 도박사들은 한국의 우승 확률을 대만보다도 낮게 평가했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미국 스포츠 전문채널 <이에스피엔(ESPN)>이 홈페이지에서 실시 중인 인터넷 투표에서 한국은 32.4%로 도미니카(24.9%), 미국(22.1%), 푸에르토리코(12.9%)를 큰 차이로 따돌리고 우승 가능성 1위를 달리고 있다. 또 ‘베스트 팀’을 묻는 설문에는 46.3%로 2위 도미니카(25.9%)를 큰 차이로 따돌리고 있다.
한국은 준결승에서 미국이나 일본, 여기에서 이기면 결승에서 도미니카 또는 쿠바와 맞붙는다. 어느 하나 만만한 팀이 없다. 하지만 하늘을 찌를 듯한 한국 야구의 무서운 상승세는 세계 정상을 넘보기에 충분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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