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3.17 13:58
수정 : 2006.03.17 13:58
KBS “준결승 독점중계”, MBC “우리도 중계할 것”
국제적 소송으로 비화 가능성
KBS와 MBC, SBS 등 지상파방송 3사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결승전 중계를 놓고 극한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다.
WBC 지상파TV 중계권을 갖고 있는 KBS가 19일 열리는 준결승전을 단독으로 중계키로 한 것에 대해 MBC와 SBS가 반발하면서 중계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KBS는 중계권이 없는 MBC와 SBS가 방송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국내 중계권을 확보한 IB스포츠 등을 통한 대응을 준비하고 있어 법정 다툼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7일 방송 3사에 따르면 미국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으로부터 WBC 중계권을 확보한 IB스포츠는 KBS를 주방송사로 선정해 지상파TV 중계권을 팔았으며 KBS는 MBC와 SBS에 다시 팔아 1, 2라운드 경기는 3사가 돌아가면서 중계했다.
이러한 방송 3사의 '신사협정'은 한국이 예상을 깨고 파죽의 6연승으로 4강에 오르자 무참히 깨졌다.
KBS는 19일 열리는 한국의 준결승전 중계권을 MBC와 SBS에 재판매하지 않겠다고 전했으며 MBC와 SBS는 1, 2라운드 이후의 중계권 재판매를 다시 논의키로 했는데 KBS가 일방적으로 독점 중계를 통보하는 것은 논의가 될 수 없다며 어떻게든 방송을 하겠다며 맞서고 있다.
◇KBS "MBCㆍSBS가 방송하면 불법"
KBS 스포츠기획사업팀 관계자는 "MBC가 16일 일본전을 중계하면서 사전에 합의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준결승전을 중계방송하겠다고 고지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MBC 측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이 관계자는 또 "1, 2라운드 이후의 중계는 추후에 합의하기로 했는데 일방적으로 고지하면 합의가 되겠냐"며 "방송권도 없는 MBC와 SBS가 중계하면 불법"이라고 덧붙였다.
KBS의 다른 관계자는 "MBC, SBS와 이번 사안을 조율하기 위한 대화가 진행되지 못하는 걸로 알고 있다"며 "준결승은 KBS가 중계해도 한국이 결승에 진출할 경우 3사가 공동으로 중계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MBC "KBS가 관례를 어긴 것, 중계 강행"
MBC 스포츠국 관계자는 "한국이 4강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하지 못해서 일단 1, 2라운드 중계만 나눴으며 관례상 준결승과 결승전 중계권에 대해 다시 협의해야 하는데 KBS가 주방송사니까 독점하겠다는 것"이라며 KBS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관례상 이해 상충으로 합의가 안될 경우 3사가 추첨을 통해 결정했는데 KBS가 이를 거부하고 단독 중계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KBS 측에서 법적으로 방송을 막겠다고 하는데 MBC도 법적 자문을 구하고 있으며 관례가 있기 때문에 방송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SBS 스포츠국 관계자 역시 KBS의 독점중계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면서 "방송을 안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며 중계를 강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법정 다툼으로 비화되나
KBS는 IB스포츠에 MBC와 SBS가 준결승전 중계를 하지 못하도록 MLB에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도록 요구했으며 이에 따라 IB스포츠는 16일 MLB에 공문을 보냈고 회신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KBS 관계자는 "MBC와 SBS가 방송을 강행하게 되면 KBS가 법적 대응을 하는 것이 아니라 중계권을 갖고 있는 MLB에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이는 국가적 망신"이라고 말했다.
방송을 강행할 입장인 MBC는 기술적으로 KBS와 합의하지 않아도 위성중계가 가능하다. 이는 중계권자인 KBS가 공식적으로 받은 위성신호를 MBC에 제공하지 않더라도 MBC는 WBC 중계방송사인 ESPN이 아시아지역에 송출하는 위성신호를 받아서 디코딩할 수 있기 때문이다..
IB스포츠 관계자는 "만일 MBC와 SBS가 KBS를 통하지 않고 방송신호를 받아 방송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라며 "이럴 경우 MLB는 이에 대해 소송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준억 기자
justdust@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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