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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3.20 10:11 수정 : 2006.03.20 10:16

드디어 일본이 한국을 꺾었다.

드디어 일본 야구가 한국 야구를 이겼다.

WBC 준결승만 놓고 보자면 숙적 한국을 이겼으니 그들의 반응대로 완벽한 승리일 수도 있고, 세계 최강을 겨루기 위한 징검다리 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대회 전체를 놓고 보자면 얘기가 전혀 달라진다.

우선 일본의 4강 진출 자체가 실력이 아닌 어부지리였다. 일본은 1 라운드에서 한국에 패했고, 2라운드에서도 미국과 한국에 패배했다. 1라운드 패배는 한국을 얕잡아 본 방심이 패인이라고 자위할 수도 있었지만 4강 진출이 걸려있는 2 라운드 패배는 다른 이유를 댈 수 없는 완벽한 패배였다. 2라운드 전적 1승 2패로 사실상 탈락이 기정사실화 된 가운데, 미국이 다시 한번 충격의 패배를 당함으로서 일본은 기사회생했지만...

한 대회에서 이미 두 번이나 승리한 팀을 상대로 준결승을 한다는 그 자체는 김인식 감독의 표현처럼 “짜증스러운 일”이었다.


어떻게 생각하면 한국은 이겨도 그만 져도 그만인 경기였지만..

일본의 사정은 전혀 달랐다. 만약 이 경기에서 또 다시 한국에게 패했다면 일본 프로리그는 막대한 타격이 불가피한 형편이었고, 막말을 일삼은 스즈키 이치로는 그야말로 할복이라도 해야 할 상황에 내 몰리게 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한국전에 임하는 그들의 자세는 바로 진주만을 기습할 때의 가미가제(神風) 정신에 다름이 아니었다.

그리고 드디어 해냈다. 한국을 꺾은 것이다. 그런데 스즈키 이치로의 말에 의하면 “향후 30년간 한국은 일본을 넘볼 수 없을 것”이라고 했는데, 천신만고 끝에 한국을 꺽은 것이 그렇게 자랑스러울까?

미국은 멍석 깔고 한국은 재주부리고, 실속은 일본이?

이번 WBC 대회를 주도한 미국은 한 마디로 “죽 쒀서 개에게 준 격”이 되었다.

강팀을 피해 안전하게 결승에 진출하기 위해 비교적 약체로 분류되는 팀과 한조로 편성했지만..스스로 약체라고 얕본 팀들에게 내리 패배하며 한국이 선물한 4강 진출 티켓조차도 일본에 빼앗기고 말았다.

어디 그 뿐인가?

WBC 초대 챔프로 등극하기 위해 치밀하게 짜 놓은 각본은 일본으로 하여금 어부지리를 누리게 했고 명예(名譽)는 한국에게 헌납하고 말았다.

그리고 참으로 치욕스럽게도 심판마저도 오심의 추태를 부려 미국 야구가 세계의 조롱거리가 되는 데 일조하였다.

한 마디로 미국은 자기 마당에 잔칫상을 차려놓고, 막상 잔치의 주빈 자리는 한국에게 넘겨준 꼴이 되었다.

일본은 이번 대회에서 누구보다도 이상한 규정의 수혜를 크게 누렸지만, 부끄럽기로 치자면 미국에 이은 차석(次席)을 차지하기에 충분하다. 70년 이상의 프로역사를 자랑하는 일본이 이제 25년에 불과한 한국에게 내리 2패를 당한 뒤에 겨우 건진 1승을 놓고 애써 자랑스러워한다면 그들은 겸손함과 수치를 모르는 사람들이다. 정말 작은 덩치만큼이나 왜소한 왜국(倭國)이 아닐 수 없다.

대한민국 야구팀은 세계 최강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정 당당한 승부가 무엇이란 것을 보여주었다고, 최선을 다 하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 가를 보여주었다.

우승은 강팀이 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일본도..미국도..그리고 한국도 결코 우승 후보는 아니었다.

열악한 조건에서 최선을 다해 싸움으로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대한민국 대표 선수 모두에게 아낌없는 찬사와 격려를 보내는 바 이다.

| 한겨레 필진네트워크 나의 글이 세상을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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