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대회를 돌아보며...
‘야구의 세계화’ 야구의 세계화’를 목표로 하고 시작된 ‘제1회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이 일본의 우승으로 끝이 났습니다. 이번 WBC 대회는 수많은 볼거리를 제공하고, 뒷이야기를 남겼으며, 아쉬움도 많이 남기면서 끝이 났습니다. 물론 결과는 일본의 우승, 쿠바의 준우승이지만, 전력의 평준화를 보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8강에 든 팀들을 살펴보면, 서로간의 전력의 차이는 그다지 크게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물고 물리는 접전 끝에 4강이 결정되었으며, 어느 팀이 절대적으로 우위에 선 강자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습니다. 강팀으로 분류된 미국의 4강 탈락과 함께, 도미니카 또한 준결승에서 쿠바에게 패함으로 4강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8강에 든 팀들은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서 승패가 좌우될 정도였고, 거기에서 크게 작용한 변수는 처음 도입된 ‘투구수 제한 규정’이었습니다. 논란이 많은 규정이었지만, 선수를 혹사해온 마운드에 나름대로 신선함을 도입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쿠바가 준결승전에서 마운드를 소진해 버려서 결승전이 김빠진 경기가 된 것은 조금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이번 WBC 대회가 만약 대진표만 괜찮았다면 정말로 끝내주는 대회였을 거라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미국의 결승 진출을 위한 시나리오 덕분에 우리나라는 멕시코를 제외한 중남미 국가들과 만나보지도 못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야구팬들은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자국의 대표팀이 되어서 경기를 하는 것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WBC 대회가 처음 시작할 때 정한 목표인 ‘야구의 세계화’라는 견해는 조금 무리가 있을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이번 WBC 대회는 야구의 세계화가 아니라 ‘메이저리그의 세계화’라는 말이 맞을 것 같습니다. 메이저리그의 세계화? 결과적으로 이번 WBC 대회를 통해서 세계적인 선수로 인정받은 각국의 대표 선수들은 앞으로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에 대해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게 되었습니다. 3년전에 푸대접을 받은 이승엽에 대한 재평가와 함께, 투수 오승환을 비롯해서 우리나라 선수들 중에서도 미국 메이저리그의 관심의 대상이 되는 선수들이 많이 생겼습니다. 다른 나라 선수들 중에서도 메이저리그에서 눈독을 들이는 선수들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일본의 괴물투수 마스자카를 비롯해서 수많은 선수들이 스카웃 대상에 포함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WBC 대회는 야구의 세계화라는 거창한 목표아래 진행되었지만, 결국은 미국 메이저리그의 세계화에 크게 기여한 대회였습니다. 앞으로 WBC 대회를 통해서 각국의 우수한 선수는 미국 메이저리그의 러브콜을 받을 것이고, 국위선양(?)이라는 명분하에 미국 메이저리그로 진출하는 선수들이 많이 생길 것입니다.세계화는 보다 질 높은 야구를 보여줄 것이지만, 점차 미국의 메이저리그로 진출하려는 경향이 많아지게 되면서 자국의 프로 야구의 희생을 강요하는 절차를 밟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실제로 미국은 일본이나, 한국의 프로야구를 마치 자신들보다 못한 마이너리그 수준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거대한 미국 메이저리그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온 세계 야구 선수의 꿈으로 작용해오던 것이 이번 대회를 통해서 더욱 색다른 모습으로 유지될 것 같습니다. 앞으로 열릴 WBC 대회를 통해서 세계의 유망한 야구 선수들은 최선을 다해서 미국 메이저리그 구단주의 눈에 들기를 바라게 되는 현상이 생길 것입니다. 그리고 대회를 통해서 뛰어난 선수로 판명될 경우 메이저리그 진출은 조금 쉽게 진행될 가능성이 열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미국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야구의 세계화에 대해서 미국 메이저리그가 세계 야구의 중심에 서는 것이 진정한 야구의 세계화라고 생각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대회를 통해서 세계의 유망한 선수들을 발굴할 수 있었다는 것이 이번 대회의 추최측이 얻은 최고의 성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메이저리그의 세계화’ 속에서 한국의 야구가 살아남으려면? 이렇게 시작된 ‘메이저리그의 세계화’ 속에서 한국의 야구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좀더 체계적이고 다양한 유망주 발굴과 함께, 언젠가는 미국과 일본의 프로야구 선수들이 한국의 무대를 밟기를 원하는 때가 올 수 있도록 꿈을 꾸어 봅니다. 물론 어처구니 없는 꿈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엄청난 자본을 바탕으로 한 미국 메이저리그 시장과 비교해서 한국의 프로야구가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자본이 아닌 실력으로 한국의 야구가 인정받기 시작한다면 한국의 프로야구도 무시의 대상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축구의 경우 이탈리아, 영국, 독일, 스페인 등의 빅리그는 나름대로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것은 다른 리그에 속한 클럽팀과의 경기에서 절대 실력으로 밀리지 않아야 한다는 기본적인 전제가 있을 때에 자부심을 뒷받침할 수 있습니다. 이번 WBC 대회를 통해서 우리의 선수들이 메이저리그 선수들과 비교해서 전혀 주눅들거나 밀리지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하였습니다. 이것은 대회 4강 진출보다 더 갚진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것은 그러한 가능성을 끊임없이 높여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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