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개막전에서 130미터짜리 홈럼을 치고 볼을 쳐다보는 이승엽.
|
![]() |
이승엽이 개막전 수훈선수 인터뷰를 마친 뒤 관중석에 마스코트를 던져주고 있다. 왼쪽 옆의 선수가 같이 수훈선수로 뽑힌 우에하라 고지 투수.
|
하지만 이승엽은 시즌 오픈 전에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5개의 홈런과 10타점을 올리며 홈런, 타점 2관왕에 올랐다. 이승엽으로 장사를 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하라 다쓰나리 감독이 그를 4번타자로 시키겠다고 한 것은 WBC에서 이승엽의 활약과 맞물려 있다. 더구나 이승엽의 홈런으로 일본이 역전패한 쓰라린 기억을 일본 야구팬이라면 다 가지고 있다. 단박에 일본 전국구 인물로 떠오른 이승엽을 내세우면, 그가 잘 하든 못 하든 장사는 되겠다는 계산을 했을 것이다. 이승엽이 잘 하면 잘하는 대로 요리우리 자이언츠가 선택을 잘 한 것이 되고, 못하면 못하는 대로 일본의 훌륭한 투수가 이승엽을 잘 요리했다고 일본 팬들이 자위할 수 있는 `일거양득'의 카드로 떠올랐다고나 할까? 둘째는 잘 하면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하고 꺼뻑 죽지만, 못하면 사정없이 내치고 돌아보지도 않는 것이 일본의 문화이다. 한마디로 일본 사람은 강자에 약하고 약자에 강한 속성르 가지고 있다. 한 예를 들면,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축구 예선 때 일본 축구전문가들의 반응을 보자. 이들이 일본이 잘 나가던 초반에는 한국보다 일본이 한 수 위라고 하다가, 한국의 진출이 먼저 확정되는 순간 "한국이 먼저 가는 것은 당연하고, 일본이 2위라도 해서 가야 한다"고 주저없이 물러섰다. 이승엽도 롯데 머린스 시절에 이미 한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2군행이라든가, 엔트리 제외 등을 통해 이런 문화를 조끔은 맛봤을 것이다. 요미우리 구단은 이승엽이 계속 좋은 성적을 유지하지 못하면, 롯데보다 훨씬 가혹하고 가차없이 내칠 것이다. 어제 성적이 좋았다고 오늘도 내일도 잘 해주겠지라는 것을 기대하면 안 된다. 더구나 요미우리 자이언츠는 그동안 한국 야구선수들의 무덤이었다. 조성민, 정민태, 정민철 등이 힘 한 번 제대로 쓰지 못하고 돌아왔다. 한 재일동포는 "요미우리는 한국에서 제일 잘 하는 선수를 데려다가 2군에 두거나 기용하지 않는 것을 즐긴다. 왜냐하면, 한국에서 제일 훌륭한 선수가 요미우리에서는 이 정도밖에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자칫 삐걱하면 이승엽도 그와 같은 희생양이 될 수 있다. 세째는 야구는 1경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일본에서는 한 시즌에 146경기를 치른다. 그 과정에는 골도 있고 산도 있을 것이다. 골이 생길 때는 엄청난 비난이, 산에 올라갈 때는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의 칭찬이 쏟아질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기복없이 좋은 기록을 내는 것이다. 시작이 좋으니까 끝도 좋을 것이라고 자만하거나 느슨해지면 곧 반격이 온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일본 사람들은 이승엽을 통해 한국야구의 우수성을 인식하려고 하기보다 이승엽을 격파해 일본야구가 한국야구보다 우위에 있음을 확인하려고 할 것이다. 더구나 이승엽이 첫 경기에서 잘 했으니까, 이승엽을 쓰려뜨리기 위한 각 구단의 연구와 분석이 더욱 철저해질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종범의 경우처럼 빈볼을 던지는 등 추악한 전술도 쓸 것이다. 이런 도전을 견디느냐 못견디느냐는 오롯이 이승엽의 몫이다. 일단 이승엽이 첫 경기 이후 자만하지 않고 겸허한 자세를 보인 것은 좋은 자세이다. 다만, 인터뷰에서 나가시마 시게오, 오 사다하루, 하라 다쓰나리, 마쓰이 히데키 등을 거명하며 "요미우리의 역대 4번타자를 욕되지 않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는 말을 하면서도 한국인의 자존심을 끝까지 지킨 장훈을 거명하지 않은 것은 불만이다. 이제 이승엽은 일본 야구의 한 복판(도쿄돔)에 섰다. 그것은 롯데 머린스 시절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무대이다. 한마디로 일본야구팬의 절반 이상이 하루하루 그의 성공과 실패를 지켜본다고 보면 된다. 한국야구의 자존심 뿐 아니라 한국의 자존과 우수성을 일본에 알리기 위해서라도 이승엽은 긴장을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 한겨레 필진네트워크 나의 글이 세상을 품는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