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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4.13 18:29 수정 : 2006.04.13 18:59

김동훈 기자

[김동훈기자의 직선타구]

그의 별명은 ‘베트콩’이었다. 까무잡잡한 얼굴에 160㎝가 조금 넘는 작은 체구 때문에 붙여졌다. 그런데도 잘도 치고 잘도 뛰어다녔다. 프로야구 원년(1982년) 당시 MBC 청룡의 김인식 선수 얘기다(한화 김인식 감독과는 동명이인). 그는 원년 개막경기부터 시작해 1987년 10월3일까지 6시즌을 꽉 채우며 606경기에 연속 출장했다.

사실 그의 연속출장 기록은 불과 2년을 넘기지 못하고 깨졌다. 훤칠한 외모와 큰 키로 인기를 누린 ‘미스터 OB’ 김형석이 89년 9월24일부터 94년 9월24일까지 정확히 6년 동안 622경기에 연속 출장한 것이다. 김인식의 기록은 또 한국프로야구 최초로 1000경기(1014경기) 연속출장이라는 금자탑을 세운 최태원(SK)의 기록과도 비교가 안된다.

그런데도 김인식이 올드팬들의 뇌리에 깊이 박힌 이유는 뭘까? 그는 웬만한 몸쪽 공은 맞고 나가는 악바리 근성으로도 유명했다. 몸에 공을 맞은 뒤 심판의 바지가랑이를 붙들고 늘어지며 아파하던 모습은 아직도 눈에 선하다. 88년 은퇴할 때까지 꼬박 60차례를 몸으로 떼웠다. 프로야구 1호 몸에 맞는 공 기록도 그가 갖고 있다. 그의 몸은 멍과 상처 투성이였지만 경기가 열리면 어김없이 2루수 자리에 서 있었다.

1995년 9월6일, 5회가 끝난 뒤 볼티모어구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이 일제히 일어났다. 그리고 무려 20여분간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그라운드에 선 칼 립켄 주니어는 모자를 벗어 화답했다. 루 게릭의 미국 메이저리그 2130경기 연속출장 기록을 경신한 이날 볼티모어 구장에는 감동이 넘쳤다. 21년간 볼티모어에서만 선수생활을 한 립켄은 98년 9월20일 “이제 물러날 시간”이라는 말을 남긴 채 스스로 경기에 나서지 않았다. 21살 때부터 시작한 연속출장 기록이 38살이 돼 2632경기에서 멈추는 순간이었다.

지난 9일 일본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스의 한국계 선수 가네모토 도모아키가 904경기 무교체 연속출장이라는 엄청난 세계신기록을 세웠다. 1999년 7월21일부터 무려 7년간 경기시작부터 끝까지 그라운드를 지킨 것이다. 정교한 타격과 빠른 발, 그리고 장타력에 악바리 근성까지 하나라도 빠지면 달성할 수 없는 기록이다. 그라운드의 철인들이 보여준 감동에 다시한번 박수를 보낸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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