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투수들 무덤서 피워낸 ‘첫승꽃’

‘투수들의 무덤’인 쿠어스필드는 박찬호에게는 기회의 땅. 박찬호가 팔이 안 보일 정도로 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다. 덴버/AP 연합

박찬호, 콜로라도전 7이닝 4실점…한국인 빅리거 첫 선발승

“이제 나에겐 좋은 체인지업과 커브가 있기 때문에, 과거처럼 힘들여 공을 던지지 않는다.”

20일(한국시각) ‘투수들의 무덤’에서 시즌 첫승을 신고한 박찬호(33·샌디에이고 파드리스)는 자신의 달라진 투구 패턴을 이렇게 강조했다. 이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많이 좋아졌으며, 감독 및 선수들과의 관계도 훨씬 돈독해져 경기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콜로라도 방문 3차전을 2승1패로 기분 좋게 마친 브루스 보치 샌디에이고 감독도 “역시 훌륭한 투수였으며, 앞으로 활약이 기대된다”고 흡족해했다

박찬호는 이날 해발 1580m의 고지대인 덴버의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경기에 선발등판해 7이닝 동안 산발 안타 9개와 사사구 2개를 내주며 4실점(3자책)해 팀의 13-4 승리를 이끌었다. 삼진은 4개를 잡아냈다.

시즌 두번째 등판에서 한국인 메이저리거로는 첫 선발승을 챙긴 박찬호는 통산 107승(90패)을 기록했다. 직구 최고구속은 시속 150㎞로 정상 컨디션을 보였고, 104개의 공 가운데 69개가 스트라이크였다. 평균자책도 5.59에서 4.86으로 낮아졌다.

4-0으로 앞선 1회말 마운드에 오른 박찬호는 첫 타자 코리 설리번에게 2루타를 맞은 뒤, 유격수의 협살수비 실책과 상대 토드 헬튼의 희생뜬공으로 첫 실점했다. 하지만 2회말에는 볼넷과 안타로 맞은 1사 1·3루에서 미겔 오하다를 병살로 처리했다. 3회에도 ‘박찬호의 킬러’인 헬튼을 2루 땅볼로 처리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샌디에이고가 3회 1점, 4회 3점을 추가해 7-1로 앞서가자 박찬호의 구위는 더욱 위력을 보였다. 4회 공 6개만으로 3명을 돌려세운 것. 5회 1사에서 미겔 오하다에게 좌월 솔로포를 내줬지만, 이후 3연속 안타로 이뤄진 만루상황에서 중심타선인 3번 헬튼과 4번 앳킨스를 모두 뜬공으로 처리해 위기를 넘겼다.

권오상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