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4.27 18:14
수정 : 2006.04.28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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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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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훈기자의 직선타구
배리 본즈(42·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국내팬들에게 이름을 알린 것은 박찬호 ‘덕분’이다. 본즈는 2001년 10월6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퍼시픽벨파크에서 열린 엘에이 다저스와의 경기에서 한 시즌 최다홈런 신기록을 세웠다. 이 때 상대 투수가 바로 박찬호. 본즈는 박찬호를 상대로 연타석 홈런을 때리며 ‘빅맥’ 마크 맥과이어(70개·1998년)의 기록을 훌쩍 뛰어넘었다. 특히 1회 신기록을 세운 71호홈런은 구장밖 차이나만 바다에 떨어졌다. 역사적인 이 공을 주으러 보트를 타고 다니던 미국인의 모습은 국내 팬들에게도 인상깊게 전해졌다.
본즈가 또 하나의 대기록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본즈는 26일과 27일 이틀 연속 홈런포를 터뜨려 통산 홈런 711개를 기록했다. 2위 베이브 루스(홈런 714개)에게 불과 3개차, 1위 행크 애런(755개)에게는 44개차로 접근했다. 전성기였다면 한 시즌이면 족히 쳐낼 숫자다.
그런데 본즈가 ‘메이저리그의 전설’ 베이브 루스의 홈런기록 경신 초읽기에 들어갔지만, 미국은 너무나 조용하다. 축제준비는 커녕, 본즈의 기록을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눈치다. 본즈는 지금 몸과 마음이 지쳐있다. 그는 지난해 수술을 받은 오른쪽 무릎부상으로 거의 상체로만 타격을 하고 있다. 왼쪽 팔꿈치에는 뼛조각이 있다.
하지만 그를 더 힘들게 하는 것은 약물복용 혐의다. 본즈의 강력한 부인에도 안티팬들은 “그의 기록은 약물에 의한 것”이라고 폄하하고 있다. 그러나 1998년 시즌 최다홈런 기록경쟁을 벌이던 마크 맥과이어와 새미 소사의 스테로이드 복용 의혹에 대해선 누구도 시비를 걸지 않았다.
본즈는 약물복용 혐의를 받기 전에도 위대한 선수였다. 그는 역사상 가장 완벽하게 공·수·주를 겸비했다. 1996년 아버지 바비 본즈 등 3명만이 가지고 있던 통산 300홈런-300도루를 돌파했고, 최초로 400홈런-400도루를 넘어서더니, 2003년 6월에는 전대미문의 500홈런-500도루의 금자탑을 세웠다. 뛰어난 수비실력으로 골든글러브도 8차례나 수상했다. 역대 최다 고의사구, 최다볼넷, 시즌 최고 장타율, 최고 출루율, 최고령 타격왕 등 그가 가지고 있는 기록은 이루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안티 본즈’는 미국의 백인우월주의와 홈런을 치고 다이아몬드를 가장 천천히 도는 그의 거들먹거림이 빚어냈다. 그러나 야구팬으로서 그의 엄청난 기록과 거만함을 이 시대에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일지 모른다. 본즈는 우리 나이로 마흔 셋이다. 그의 신화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그리고 그를 감상하는 행운도 언제까지 이어질지 궁금하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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