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혁은 2일 대구 SK전에서 3안타(4타수), 2타점을 적중시켜 타격(0.375)과 타점(19개) 부문 1위에 올랐다. 시즌 초반이나 장성호, 이종범(이상 KIA), 박재홍(SK) 등 지난해 말 거액을 손에 쥔 14명의 FA 선수 가운데 단연 '군계일학'이다.
그는 삼성과 2년, 계약금 5억원, 연봉 4억원(플러스,마이너스 옵션 매년 각각 1억원, 옵션은 미공개) 등 최대 15억원, 최소 11억원에 재계약했다.
그러나 소속팀 삼성도 반신반의했던 게 사실. '프랜차이즈 스타이지만 배트 스피드가 현격히 떨어진 양준혁과 어떻게 계약해야할지 모르겠다'고 고심하던 게 불과 지난해였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 게 당시 구단, 코칭스태프의 지배적인 견해였으나 지금의 활약을 보면 양준혁의 장담대로 2천 안타를 때릴 때까지는 충분히 선수 생명을 이어갈 수 있을 듯 하다.
주포 심정수가 어깨 수술 후유증으로 페이스를 잃어버린 상황에서 베테랑 양준혁의 분전은 삼성으로서는 그야말로 가뭄에 단비다.
가장 달라진 점은 백스윙이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2년 전인 2004년 타격 순간 배트를 끝까지 쥐고 뻗는 오른팔과 왼 팔을 하늘로 치켜드는 '만세타법'으로 그는 부활했다. 타율 0.315를 때리고 28홈런을 쏘아올리면서 생애 최다인 103타점을 거뒀다.
하지만 갈수록 빨라지는 투수들의 공을 제대로 공략하기 위해 '만세'를 버렸다. 강한 임팩트로 장타를 양산할 수 있지만 백스윙이 크다 보면 방망이가 헛돌거나 범타에 그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
2004년 좋은 성적을 뒤로 하고 양준혁은 지난해에는 타율 0.261, 13홈런, 50타점으로 뚝 떨어졌다. 백스윙을 줄이는 것은 생존의 절대적인 필요조건이었다.
그는 지난 겨울 김성근 전 LG 감독 등 야구 선배들을 찾아 타격에 대한 조언을 구했고 자신만의 타격폼을 다시 만들어 내며 되살아났다. 그는 아직까지도 '회춘의 비결'에 대해서는 "비밀"이라고 말한다.
이날까지 통산 1천842안타, 통산 1천138타점, 361개의 2루타, 3천144루타 등으로 타격과 관련한 각종 부문에서 최다 기록을 연일 경신 중인 양준혁이 있어 삼성의 시즌 1위 등극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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