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5.13 20:28
수정 : 2006.05.13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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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록 달성한 김재권 한국야구위원회 기록위원 13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한화-롯데전에서 한국 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개인통산 2천 경기 기록의 이정표를 세운 김재권 한국야구위원회 기록위원.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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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프로야구 사상 최초의 `퍼펙트게임'을 제 손으로 기록할 수 있었는 데 패스트볼 한 개로 대기록이 무산됐던 날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기록지라는 `사초(史草)'를 빌려 프로야구를 역사에 남기는 김재권(46) 한국야구위원회(KBO) 기록위원이 13일 대전구장의 한화-롯데전에서 2천 경기 기록 출장이라는 새 역사를 썼다.
기록원의 2천 경기 출장은 국내 프로야구 출범(1982년) 후 25년 만에 처음.
`기록의 사나이'로 이름을 날렸던 장종훈(한화 코치)도 지난 해 은퇴하는 바람에 선수 출장 신기록이 `1천950경기'로 멈췄던 점을 감안하면 2천 경기 출장은 김 위원의 성실한 자세와 꾸준함의 결실이다.
김 위원이 프로야구 기록과 인연을 맺은 건 지난 1986년.
당시 공채로 KBO에 입사한 그는 이듬 해(1987년) 4월 9일 청보-빙그레 전에서 기록지를 작성한 것을 시작으로 20년 만에 2천 경기 출장 기록 주인공이 됐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1997년 5월23일 대전구장의 한화-OB(현 두산)전.
당시 한화 선발투수 정민철은 8회 1사까지 퍼펙트 행진을 벌여 대기록 수립을 눈앞에 뒀으나 심정수(현재 삼성) 타석 때 투구가 포수 강인권의 실수로 패스트볼이 되면서 스트라이크아웃 낫아웃으로 출루시켜 국내 첫 퍼펙트게임을 놓쳤다.
정민철은 상대한 28명의 OB 타자 중 심정수만을 출루시켜 프로 통산 9번째 노히트노런 주인공이 된 것으로 위안을 삼아야 했다.
김 위원은 "정민철 선수 못지 않게 나도 퍼펙트게임을 기록으로 남길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게 너무 안타까웠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는 이어 "대전과 광주 등 지방 구장은 기록실 위치가 좋지 않아 타자가 심판이나 포수에 가려 기록에 어려움이 많다. 상대 수비수 에러가 아닌 안타로 기록을 바꿔달라고 항의하는 타자들이 종종 있다. 그런 때는 대부분 이해시키지만 내 실수가 확인되면 기록을 정정해 준 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첫 2천 경기 기록 출장을 달성해 감격스럽다. 아프지 않고 꾸준하게 해왔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프로야구 역사의 현장을 지키는 사관의 심정으로 앞으로 정확하고 공정한 기록에 더 힘을 쏟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 위원은 2천 경기 출장 공로로 KBO로부터 기념상을 받는다.
이동칠 기자
chil8811@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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