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6.05.17 18:37 수정 : 2006.05.17 18:37

‘첫 2000경기 출장’ 김재권 KBO 기록위원

‘첫 2000경기 출장’ 김재권 KBO 기록위원

꿈많던 소년에게 야구는 눈물어린 감동의 드라마를 선사했다. 그리고 그는 야구를 자신의 평생직업으로 택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의 김재권(46) 기록위원이 국내 프로야구 사상 첫 2000경기 출장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1987년 4월9일 빙그레-청보의 경기(인천)를 처음 기록한 이후 13일 한화-롯데 경기(대전)까지 19년하고도 4일간 프로야구 2000경기 기록을 정리해냈다. 한국 야구사의 산 증인이라고 할 만하다. 2000경기 출장은 국내 선수는 아무도 달성하지 못했고, 과거 김응용 감독(2653경기)과 이규석 심판(2214경기)만이 이 기록을 넘어섰지만 둘다 은퇴했다.

김 기록위원은 서울 강남중 3학년 때 평생 잊을 수 없는 야구의 감동을 느낀다. 1975년 청룡기 고교야구 선린상고와 경북고의 결승전. 당시 선린상고의 잠수함 투수인 이길환이 아픈 몸을 이끌고 영양주사까지 맞아가며 역투하는 것을 본 것이다. 이후 선린상고에 입학한 김 위원은 졸업 뒤 7년여 동안 건설회사에서 근무하다 결국 86년 2월 한국야구위원회 기록강습회를 통해 야구위에 입사한다.

“야구기록은 여타 종목과 많이 다르죠. 매 순간 기록원은 판정을 내려야 합니다. 실책이냐 안타냐에 따라 투수에겐 자책점이 늘어날 수 있고, 타자들에겐 타율이 떨어질 수도 있지요.”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그들의 볼펜 끝에 프로야구 선수들의 향후 연봉이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투수에게 유리하면 타자에게 불리한 게 바로 기록이며 판정입니다. 안타냐 실책이냐에 따라 그라운드를 누비는 선수들의 역사가 왔다갔다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그는 절대로 주관적인 판단을 배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오심을 한 심판이 더 나쁜 행동을 하는 것은, 오심 피해를 판정으로 보상해주려 하는 겁니다. 기록 역시 마찬가지죠. 그러니 늘 객관적인 판정을 내리려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됩니다.”

그가 처음 기록원이 됐을 땐 혼자 하느라 실수도 있었다. 코치나 선수들로부터 항의를 받은 적도 한두 차례가 아니다. “이젠 두명이 함께 하기에 그런 실수는 거의 없다고 봐야죠. 그리고 혹 꺼림칙한 기록이 나오게 되더라도, 경기가 끝나면 모든 것을 빨리 잊는 게 최선입니다. 집착하면 또 어떤 실수를 하게 될지 모르니까요.”

인터넷으로 생중계되는 야구의 문자중계를 비롯해 야구장 전광판에 나타나는 각종 기록에 이르기까지 모든 야구의 기록은 모두 기록원들의 판정을 거친 것들이다.

그가 의미있는 한마디를 던졌다.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포기하면서 남들을 위해 희생하겠다는 의지로 번트나 외야 뜬공을 시도할 때만 ‘희생타’가 됩니다. 그래서 타자가 불리하지 않도록 타수에서 희타는 빼지요. 인생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글·사진 권오상 기자 kos@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