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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5.18 17:36 수정 : 2006.05.18 17:36

김동훈 기자

김동훈의 직선타구 /

롯데 팬들이라면 1995년의 흥분을 잊지 못한다. ‘40대 기수’ 김용희 감독이 이끄는 롯데는 당시 후반기 돌풍을 일으키며 3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했다. 이어 최강 전력의 전년도 우승팀 엘지를 4승2패로 물리치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특히 플레이오프 6차전에서 롯데 주형광은 1안타만 내주는 생애 최고의 피칭으로 부산 팬들을 열광시켰다.

롯데는 OB(지금의 두산)와 맞붙은 한국시리즈에서도 전력의 열세를 딛고 7차전까지 가는 명승부를 펼쳤다. 비록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선수들의 투혼에 팬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그해 롯데의 선전은 서울 연고 팀들의 좋은 성적과 맞물려 프로야구 500만 관중 돌파라는 신기원을 이룩했다.

앞서 롯데는 1992년, 마치 최동원을 연상시키는 새내기 투수 염종석의 대활약으로 최강 해태와 빙그레를 연파하고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그해 프로야구 역시 당시로서는 초유의 400만 관중에 불과 8만명이 모자라는 많은 팬들을 끌어들였다.

반대로, 롯데가 부진할 땐 어김없이 관중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2001년부터 무려 4년 연속 꼴찌를 기록하며 ‘동네북’으로 전락할 때, 프로야구는 깊은 침체에 빠졌다. 관중 수는 200만명대, 1980년대 수준으로 돌아갔다. 그 즈음 롯데 구단은 전준호 김민재 마해영 문동환 김종훈 김대익 등 프렌차이즈 스타들을 줄줄이 다른 구단에 팔아 팬들의 분노를 샀다. 또 박한이 김경언 이택근 전병두 등 연고 유망주들은 죄다 놓쳤다.

하지만 롯데 팬들은 인내했고, 마침내 지난해 참으로 오랜 만에 사직구장이 들썩였다. 트레이드된 프렌차이즈 스타들을 대신해 박기혁 이대호 이용훈 장원준 최준석 등 2군에서 갈고닦은 선수들이 초반 회오리 바람을 주도했다. 사직구장에선 ‘신문지 응원’ 등 독특한 야구문화도 태어났다. 프로야구가 지난해 6년 만에 300만 관중을 회복한 것도 순전히 롯데의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롯데는 올 시즌을 단단히 별렀다. 1984년과 92년 팀을 정상에 올려놓은 강병철 감독을 재영입했고, ‘검은 갈매기’ 펠릭스 호세를 다시 불러들여 옛 영화 재현에 나섰다. 하지만 성적은 바닥이다. 최근 연패를 거듭하며 7위와의 간격조차 점점 벌어지고 있다. 사직구장에선 한숨소리가 커져만 간다.

롯데는 1970년대 실업팀에서 출발한 긴 역사를 가진 팀이다. 그 때도 ‘빨간장갑의 마술사’ 김동엽 감독과 스타들이 많은 팬들을 몰고다녔다. 예나 지금이나 롯데가 살아야 야구가 산다. 거인들이여, 부디 힘을 내라!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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