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권을 필두로 이순철-전준호-이종범-정수근으로 이어온 대도(大盜)의 계보가 끊길 판이다. 이들은 누상에 나가 상대 배터리를 흔들어 놓는 과감한 주루 플레이로 야구를 박진감 넘치게 이끈 공격의 첨병이었다. 이들만큼 공수주 3박자를 갖춘 선수를 찾기도 힘들지만 각 팀이 도루를 기피하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각팀 벤치의 최근 추세는 부상위험과 실패할 확률이 높은 도루보다 번트, 히트 앤드런에 의한 '작전'을 선호한다. 1995년 8개 구단 도루 합계 1천13개로 정점을 찍었던 도루 레이스는 이후 하향곡선을 그리다 2004년 지난 10년 사이 최저인 600개대(678개)까지 떨어졌고 지난해 782개로 반등했다. 하지만 지금과 같다면 올해는 다시 668개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23일 현재 LG가 29개로 팀도루 1위를 달리고 있으나 1경기당 1도루 이상을 올린 팀은 전무하다. 이러다간 팀도루 100개를 넘기기도 힘든 '느림보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 지난해에는 LG, 두산,KIA, SK가 팀도루 100개를 넘었다. 도루가 많으면 그만큼 득점 확률도 높아진다. 지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우승을 차지한 일본은 가와사키 무네노리(소프트뱅크)-스즈키 이치로(시애틀)-니시오카 쓰요시(지바 롯데) 등 발빠르고 정교한 타자들을 9번-1번-2번 타순에 배치, 중심타선 못지 않은 파괴력을 과시하며 세계 정상에 올랐다. 당시 이들이 합작한 도루는 11개로 거의 팀 전체 도루(13개)를 도맡았다. 야구의 흥미를 배가시킬 뿐 아니라 한국야구의 국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대도(大盜)'를 키울 필요가 있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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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루 실종…‘뛰는 야구’가 사라진다 |
야구의 '백미(白眉)'라 할 수 있는 도루가 사라지고 있다. 이제 '그라운드를 휘젓는다'는 표현을 구경하는 것도 덩달아 힘들어졌다.
24일 현재 도루부문 1위는 LG의 박용택으로 9개를 훔쳤다. 36게임에서 기록한 것으로 산술적으로는 올 시즌을 마치면 많아야 32개에 그칠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박용택은 지난해 43개로 도루왕 타이틀을 거머쥐었는데 현재 추세라면 지난해 성적에도 한참 못미치는 성과에 그칠 전망.
그나마도 지난 3일 대전 한화전에서 시즌 9번째 도루를 한 뒤 20일이 넘도록 소식이 없다. 그가 주춤한 사이 여타 선수들이 분발했다는 뉴스도 들리지 않는다.
1982년 프로야구가 출범한 이후 가장 적은 숫자로 도루왕 타이틀을 거머쥔 이는 1984년 김일권(전 해태)으로 41개였다. 하지만 당시 전체 경기수는 100경기에 불과해 지금의 126경기보다 한 참 적었다.
전반적으로 주자들이 안 뛴다. 벤치의 사인없이 뛸 수 있다는 '그린라이트'도 도루를 꺼려한다.
박용택과 2위 이종욱(두산.7개)은 도루 실패가 1개에 불과할 정도로 높은 도루 성공률을 자랑하나 잘 뛰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4위 이대형(LG.6개)은 도루실패가 4개나 됐다. '쌕쌕이' 정수근(롯데)은 5개를 훔쳤으나 부상으로 경기에 잘 나오지 못했고 '바람의 아들' 이종범(KIA)은 6개를 기록 중이나 벌써 나이가 서른 여섯이다.
김일권을 필두로 이순철-전준호-이종범-정수근으로 이어온 대도(大盜)의 계보가 끊길 판이다. 이들은 누상에 나가 상대 배터리를 흔들어 놓는 과감한 주루 플레이로 야구를 박진감 넘치게 이끈 공격의 첨병이었다. 이들만큼 공수주 3박자를 갖춘 선수를 찾기도 힘들지만 각 팀이 도루를 기피하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각팀 벤치의 최근 추세는 부상위험과 실패할 확률이 높은 도루보다 번트, 히트 앤드런에 의한 '작전'을 선호한다. 1995년 8개 구단 도루 합계 1천13개로 정점을 찍었던 도루 레이스는 이후 하향곡선을 그리다 2004년 지난 10년 사이 최저인 600개대(678개)까지 떨어졌고 지난해 782개로 반등했다. 하지만 지금과 같다면 올해는 다시 668개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23일 현재 LG가 29개로 팀도루 1위를 달리고 있으나 1경기당 1도루 이상을 올린 팀은 전무하다. 이러다간 팀도루 100개를 넘기기도 힘든 '느림보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 지난해에는 LG, 두산,KIA, SK가 팀도루 100개를 넘었다. 도루가 많으면 그만큼 득점 확률도 높아진다. 지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우승을 차지한 일본은 가와사키 무네노리(소프트뱅크)-스즈키 이치로(시애틀)-니시오카 쓰요시(지바 롯데) 등 발빠르고 정교한 타자들을 9번-1번-2번 타순에 배치, 중심타선 못지 않은 파괴력을 과시하며 세계 정상에 올랐다. 당시 이들이 합작한 도루는 11개로 거의 팀 전체 도루(13개)를 도맡았다. 야구의 흥미를 배가시킬 뿐 아니라 한국야구의 국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대도(大盜)'를 키울 필요가 있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일권을 필두로 이순철-전준호-이종범-정수근으로 이어온 대도(大盜)의 계보가 끊길 판이다. 이들은 누상에 나가 상대 배터리를 흔들어 놓는 과감한 주루 플레이로 야구를 박진감 넘치게 이끈 공격의 첨병이었다. 이들만큼 공수주 3박자를 갖춘 선수를 찾기도 힘들지만 각 팀이 도루를 기피하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각팀 벤치의 최근 추세는 부상위험과 실패할 확률이 높은 도루보다 번트, 히트 앤드런에 의한 '작전'을 선호한다. 1995년 8개 구단 도루 합계 1천13개로 정점을 찍었던 도루 레이스는 이후 하향곡선을 그리다 2004년 지난 10년 사이 최저인 600개대(678개)까지 떨어졌고 지난해 782개로 반등했다. 하지만 지금과 같다면 올해는 다시 668개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23일 현재 LG가 29개로 팀도루 1위를 달리고 있으나 1경기당 1도루 이상을 올린 팀은 전무하다. 이러다간 팀도루 100개를 넘기기도 힘든 '느림보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 지난해에는 LG, 두산,KIA, SK가 팀도루 100개를 넘었다. 도루가 많으면 그만큼 득점 확률도 높아진다. 지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우승을 차지한 일본은 가와사키 무네노리(소프트뱅크)-스즈키 이치로(시애틀)-니시오카 쓰요시(지바 롯데) 등 발빠르고 정교한 타자들을 9번-1번-2번 타순에 배치, 중심타선 못지 않은 파괴력을 과시하며 세계 정상에 올랐다. 당시 이들이 합작한 도루는 11개로 거의 팀 전체 도루(13개)를 도맡았다. 야구의 흥미를 배가시킬 뿐 아니라 한국야구의 국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대도(大盜)'를 키울 필요가 있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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