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슬리 약물복용 시인..파문 확산될듯

미국 프로야구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투수 제이슨 그림슬리(38)가 자신을 비롯한 상당수 선수들이 약물을 사용하고 있음을 실토해 금지약물 스캔들이 새 국면을 맞게 됐다.

8일(이하 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입수한 20쪽 짜리 연방수사국(FBI) 조서에 따르면 전날 자원해 애리조나에서 방출된 그림슬리는 경기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오래전부터 금지약물을 복용해왔다고 시인했다.

특히 FBI 수사에 비밀리에 협조한 그림슬리는 진술조서에서 약물을 사용중인 선수들을 거명하며 "(메이저리그가 강력한 약물규제책을 마련하기 전인)지난해까지만 해도 각 클럽하우스에 성장호르몬제 암페타민을 `첨가한(leaded)' 또는 `첨가하지않은(unleaded)'이라는 딱지가 붙은 커피포트가 나란히 놓여져 있었다"고 진술하는 등 `암페타민'이 메이저리그에서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멕시코 접경지역 팀이나 라틴계 선수들은 그런 약물을 쉽게 접할 수 있었다면서 "나 역시 암페타민을 라틴계 선수에게서 입수했다"고 실토했다.

이어 그는 메이저리그가 약물 테스트를 실시하기 시작한 2003년 양성반응을 보인 뒤 다른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다른 약물은 삼간 채 성장호르몬제만을 복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암페타민은 올해부터 금지약물 리스트에 포함됐다.

그림슬리는 지난 4월 집 앞에서 약물 복용을 추적해 온 수사관들과 맞닥뜨리자 약물복용 사실을 털어놓은 뒤 수사에 적극 협조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3년부터 배리 본즈가 연루된 '베이에어리어연구소(BALCO)' 약물사건을 캐고 있는 제프 노비츠키를 팀장으로 하는 13명의 수사팀이 지난 6일 그림슬리의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하면서 진술서가 공개됐다.

그림슬리는 또 "지난 1996년 당시 애너하임 에인절스 클럽하우스에서 야구용품상으로부터 암페타민을 공급받았고 어깨를 수술한 2000년에는 스테로이드를 복용했다"고 진술하면서 자신이 약물을 건네준 선수 등 구체적인 선수 이름을 거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케빈 라이언 연방 검사는 성명을 발표하고 "스테로이드와 암페타민 등 금지약물을 복용하는 행위를 철저히 수사할 것"이라며 "분명히 밝히건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그림슬리는 지난 1989년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선발 투수로 프로 무대에 데뷔한 이래 42승58패, 방어율 4.77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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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익상 특파원 [e-mail]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