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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7.22 13:31 수정 : 2006.07.22 13:31

인턴기자 ‘그들만의 리그에 가다’

프로야구 2군 선수들, 감독 눈에 띄려 안간힘
관중은 3명…“야구는 1군이든 2군이든 같아요”

지금까지 이곳을 찾아온 사람들은 과연 몇명이었을까? 19일 낮 12시 택시기사는 한참을 해맨 끝에 간신히 프로야구 2군 리그 엘지와 두산 경기가 열리는 경기도 구리시 ‘챔피온스 파크’에 데려다 준다. ‘눈물 젖은 빵’, ‘경쟁에서 밀린 선수들이 뛰는 곳’으로 인구에 회자되는 프로야구 2군. 그러나 막상 경기장에 들어서자 한눈에 보기에도 잘 정비된 잔디가 눈에 들어온다.

경기 준비에 한창인 선수들의 면면을 들여다 본다. 한때 1군 무대를 호령하던 스타부터 처음 이름을 들어보는 신인까지 구성이 다양하다. “몸을 추스르면 바로 1군으로 올라갈 선수들과 거의 2군에 머무르는 선수들로 부류가 나눠진다”는 김인식 엘지 2군 감독의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지며, 1군 무대를 밟기 힘든 2군 선수들은 어떤 기분으로 살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그 순간, 얼마전 1군 데뷔무대에서 신인답지 않은 노련한 투구로 주목을 끌었던 ‘스무살 신인’ 김회권이 등 뒤로 지나간다. 그는 “1군이나 2군이나 운동할 땐 별 차이가 없지만, 솔직히 1군에서 뛸 때가 신나요”라는 말로 짧은 1군 생활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낸다. 프로 입단 직후 바로 1군 무대를 밟아본 그와는 달리, 이젠 1군 무대에 대한 희망을 갖기조차 힘겨워하는 선수들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선수는 “언제 1군 무대에 올라갈 수 있을지, 이젠 많이 지쳤다”고 말하며, 급히 경기장 안으로 뛰어 들어간다.


오후 1시, 경기가 시작된다. 야간경기를 주로 하는 1군과는 달리, 2군 경기는 거의 대낮에 열린다. 경기장에 조명시설이 미약하기 때문이다. 1군 경기에서는 보기 힘든 장면이 종종 눈에 띈다. 투수가 던진 공이 타자 유니폼을 스친다. 그러나 타자는 애써 모른 척하며 1루로 걸어 나가지 않고 계속 타격자세를 취한다. 보다 못한 주심이 주의를 주자, 그제야 타자는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1루로 옮긴다. 감독에게 좋은 타격을 보여줘야 1군으로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 2군 타자들에게 ‘몸에 맞는 볼’에 의한 출루는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홈플레이트 뒷편에 마련된 20석 남짓한 소규모(?) 관중석에는 두팀 기록원을 제외하고 3명의 순수한 관중들이 앉아 있다. “야구는 똑같아요, 1군이든 2군이든.” 2군 경기를 왜 보냐는 ‘우문’에 열성 야구팬은 ‘현답’으로 응수한다. “엘지 1군은 못하는데, 2군은 잘해요.” 팬의 지적대로 1군과 2군 팀 순위를 살펴보니 ‘성적의 불일치’가 두드러진다. 대표적으로 삼성 라이온스의 경우 1군은 1위를 질주하고 있지만, 2군은 남부리그 꼴찌에 허덕이고 있다. 엘지도 1군은 꼴찌인데 반해, 2군은 북부리그 2위를 달리며 선전하고 있다. 이는 프로야구 구단들이 2군에서 인내심을 갖고 유망주를 키우기보다는 외국인 선수나 자유계약선수(FA)를 거액을 주고 영입하는 방식으로 취약 포지션을 메우기 때문이다. 김인식 엘지 2군 감독은 “유망주 육성을 게을리하면 프로야구의 근간이 언젠가는 흔들릴 것”이라며 1군과 2군 성적이 ‘따로 국밥’인 상황에 우려를 표명한다.

어느새, 경기가 끝난다. 안방팀 엘지의 6-3 승리다. 그러나 선수들의 일과가 끝난 것은 아니다. 잠시 숨돌릴 틈도 없이 바로 선수들의 추가훈련이 이어진다. 후덥한 날씨 속에서 연신 방망이를 휘두르는 선수들의 유니폼이 금세 땀에 흠뻑 젖어든다. 그들이 흘린 땀방울이 ‘1군행’을 보장하지는 못하더라도, 그들은 배트를 놓지 않을 것만 같다.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스타였던 요기 베라가 남긴 “야구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말처럼…. 구리/오수재 인턴기자(성균관대 경영학과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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