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 뒤 2할8푼 2홈런 맹활약 ‘한풀이’ 모두들 그를 의심했다. 클리블랜드 안방팬들은 구단 홈페이지 게시판에서 “추신수를 데리고온 이유를 모르겠다”며 그의 영입을 비난하고 있었다. 심지어 클리블랜드 지역신문인 〈더 플레인 딜러〉는 1일(이하 한국시각) 현지 스카우트의 말을 인용해 “추신수가 타석에만 서면 겁을 먹는 것 같다”고 보도했다. 자신의 존재를 알려야 했던 추신수(24·클리블랜드 인디언스). 그만큼 절박했던 그의 방망이는 스트라이크를 허용하지 않았다. 4일 보스턴 펜웨이파크에서 열린 미국 프로야구 아메리칸리그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원정경기에서, 7번 타자 겸 우익수로 출장한 추신수는 통렬한 결승 만루홈런포를 터뜨리며 미국 야구판에 자신의 이름을 확실하게 기억시켰다. 두 팀이 3-3으로 팽팽히 맞서던 6회초 1사 만루 기회. 좌타석에 들어선 추신수는 상대 제2선발 조시 베켓(26)의 97마일(시속156㎞)짜리 초구(포심 패스트볼)를 두들겨 펜웨이파크 가장 깊숙한 가운데 관중석에 꽂히는 ‘그랜드슬램’을 쏘았다. 2003년 월드시리즈 최우수선수(당시 플로리다 말린스)이자, 올 시즌 아메리칸리그 다승 2위(13승6패)를 달리던 젊은 에이스 베켓은 담장을 향해 날아가는 타구를 불안하게 지켜보다 홈런을 확인하자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추신수의 결승 만루홈런에 힘을 얻은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4위팀 클리블랜드는, 같은 리그 동부지구 2위 보스턴의 끈질긴 추격을 따돌리고 7-6 짜릿한 승리를 거두고 원정 4연전에서 ‘반타작’을 했다. 한국인 타자로는 지난해 4월30일 엘에이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콜로라도 로키스전에서 나섰던 최희섭이 메이저리그에서 만루홈런을 친 바 있고, 추신수가 두번째다. 추신수는 경기 뒤 “공격적으로 나갔다. 스트라이크를 먹고 싶지 않았다”며 빅리그 첫 만루홈런을 터뜨린 소감을 밝혔다. 클리블랜드 홈페이지는 “평범한 체구의 추신수가 펜웨이파크 가장 깊숙한 곳에 만루홈런을 날렸다. 논리로는 설명되지 않는 사건”이라고 치겨세웠다. 에릭 웨지 클리블랜드 감독 역시 “펜웨이파크에서 오늘 밤 맞바람 탓에 많은 타구가 홈런이 되지 못했는데 추신수는 이를 극복했다”며 칭찬했다.
7월27일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로 트레이드된 추신수는 이적 첫 경기에서 친정팀 시애틀을 상대로 결승 솔로홈런을 뽑으며 팀의 1-0 승리를 안기는 등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이틀 전 보스턴과의 경기에서는 5타수 2안타의 활약을 펼쳤다. 이날 4타수 1안타 4타점의 활약을 펼친 추신수는 클리블랜드로 이적한 뒤 타율 0.286, 4안타 2득점 2홈런 5타점의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박현철 기자, 이상호 인턴기자(한국외국어대 법학2)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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