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 구단.상조회 대납으로 제재 효과없어
프로야구 그라운드에서 방망이까지 동원해 난동을 피운 신승현(SK)과 펠릭스 호세(롯데)에게 벌금만 부과됐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8일 야구회관에서 상벌위원회를 열고 지난 5일 문학구장 경기 도중 빈볼시비로 난투극을 벌인 신승현에게 벌금 300만원과 유소년 야구봉사활동 24시간, 호세에게는 벌금 300만원을 내도록 했다. 당일 1회초 3점홈런을 터뜨렸던 호세가 3회초 다시 타석에 나서자 신승현은 옆구리를 정통으로 맞혔다. 이후 말다툼을 벌이다 화가 난 호세가 마운드로 쫓아가자 신승현은 더그아웃으로 피했고 양팀 선수들이 모두 몰려나와 아수라장이 됐다. 또한 더그아웃으로 피신했던 신승현이 방망이를 들고 다시 그라운드로 나오자 화가 난 호세가 SK 더그아웃으로 돌진하는 등 또 한번 난장판이 벌어졌다. KBO는 신승현의 경우 그라운드에 방망이를 들고 나와 스포츠 정신을 위배했기 때문에 봉사활동까지 명령했고 호세는 지난 5월에도 한 차례 퇴장당한 사례가 있어 가중처벌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KBO의 이같은 결정은 예년에 비해 턱없이 가벼운 처벌이라는 지적이 잇따라 향후 그라운드에서 폭력사태 등 질서문란 행위가 대폭 늘어나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2004년 경기 도중 방망이를 들고 상대 더그아웃에 난입했던 틸슨 브리또는 당시 벌금 500만원과 20경기 출장금지를 받았다. 하지만 지난 달 2일 김동수(현대)와 안영명, 송진우(이상 한화) 등이 연루된 폭력사건에 하일성 KBO 사무총장은 "평소 모범적인 선수생활을 했다"고 밝히며 출장금지없이 벌금만 각각 200만원과 100만원씩을 부과해 `솜방망이 처벌'이니, '형평성 잃은 판결'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이번 상벌위 또한 지난 결과와 맞추다 보니 출장금지없이 벌금만 부과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상일 KBO 사무차장은 "앞으로 웬만하면 출장금지 없이 벌금"으로 대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선수들의 벌금은 8개구단 모두가 구단 또는 상조회에서 대납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징계의 효과가 전혀 발생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이상일 사무차장은 "벌금을 구단에서 대납하지 못하도록 규정됐다"고 밝혔으나 실제 이 규정을 지키는 구단은 없다. 즉, 출장금지도 당하지 않고 제 주머니에서 돈도 나가지 않는데 KBO 상벌위의 제재를 무서워할 선수는 없다는 것이 야구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천병혁 기자 shoeless@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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