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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심에는 홈런으로.’ 전날 오심으로 안타를 도둑맞은 이승엽 선수가 10일 36호 홈런으로 통쾌한 앙갚음을 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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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오심악몽’ 털고 2안타 2타점 ‘펄펄’
잇단 ‘텃세성’ 판정이 되레 승부욕 자극
독기 품은 이승엽(30·요미우리 자이언츠)이 ‘오심 악몽’을 하루 만에 날려버리는 36호 홈런포를 쏘아올렸다. 전날 이승엽의 안타가 아웃으로 둔갑한 오심이 이승엽의 승부욕을 더욱 자극한 셈이 됐다.
이승엽은 10일 도쿄 메이지 진구 구장에서 열린 일본 프로야구 센트럴리그 야쿠르트 스왈로스와의 방문경기에서 1-7로 뒤진 8회 1사 후 야쿠르트의 세번째 투수인 좌완 이시이 히로토시를 상대로 왼쪽 담장을 넘기는 솔로 홈런을 날렸다. 이시이는 이승엽이 3월 세계야구클래식 조별리그에서 역전 투런홈런을 뽑아낸 바로 그 투수다. 일본 통산 80호 아치.
이승엽은 2회 우전안타와 5회 중견수 희생뜬공으로 타점을 올리는 등 3타수 2안타 2타점의 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팀은 2-7로 져 연승 행진을 ‘3’에서 멈췄다.
오심을 이겨낸 이승엽의 활약에도 전날 경기에서 나온 오심 사건은 한국과 일본 야구계를 온종일 들쑤셨다.
30년 베테랑 심판의 실수?=전날 아쿠르트전 9회초 무사 2·3루에서 이승엽이 날린 타구는 좌익수 알렉스 라미레즈 앞에서 땅에 닿고 살짝 튀어오른 뒤 라미레즈의 글러브 안으로 들어갔다. 마침 경기가 열린 메이지 진구 구장에는 소나기가 내린 직후라 공이 땅에 닿을 때 물방울까지 튀었다.
하지만 지난해까지 무려 2393경기에 출장한, 일본 프로야구 심판 경력 30년의 베테랑 2루심 다니 히로시(52)는 아웃 판정을 내렸다. 더욱이 4심 합의에서도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스포츠평론가 기영노씨는 “2루심 다니의 순간적인 실수였다면 4심 합의에서 판정을 번복할 수 있었다. 심판실에서 느린 화면으로 본 결과를 전달했을 텐데도 판정이 바뀌지 않은 점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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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어이없는 일이 왜 유독 이승엽에게만 두 번씩이나 벌어지는 것일까? 구경백 <엑스포츠> 해설위원은 “장훈과 오 사다하루(왕정치)도 텃세가 없었으면 시즌 최우수선수상(MVP)을 몇 차례 더 받았을 것이다. 이번에도 개인 타이틀을 일본 선수에게 주려는 심리가 작용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승엽은 홈런과 득점, 안타, 장타율 부문에서 줄곧 1위를 달렸다. 그러나 두 차례의 오심으로 홈런 1개, 안타 1개, 타점 3~4개를 빼앗기면서 경쟁자들에게 역전 또는 근접 추격을 허용했다. 결국 약이 됐다=10일 경기에서 보듯 잇따른 오심은 이승엽을 정신적으로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이승엽은 6월11일 경기에서 홈런을 ‘도둑’ 맞은 뒤에도 6월14일부터 7월15일까지 31일간 무려 11개의 홈런포를 몰아치며 무서운 상승세를 탔다. 요미우리 구단의 발빠른 지원도 이승엽을 심리적으로 안정시키는 힘이 된 것으로 보인다. 오심 사태 때 하라 다쓰노리 감독은 물론 모든 코칭스태프가 나서 강력히 항의했다. 이어 구단도 이 문제를 10일 센트럴리그 사무국에 정식 제소하며 이승엽의 기를 살려줬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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