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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8.15 22:18 수정 : 2006.08.15 22:18

“야구만 잘하는 학생 원치 않아”

일본에 야구가 처음 도입된 것은 1873년으로, 미국의 영어교사 호리스 윌슨(1843~1927)에 의해서였다. 그는 당시 일본 아이들이 몸도 작고 건강이 나쁜 것을 보고, 야구 보급에 나섰다. 그 뒤 야구는 전국적으로 확산됐고, 1915년 〈아사히신문〉은 ‘건전한 학생을 키운다’는 모토 아래 고교야구선수권을 창설했다. 당시 교사들은 ‘공부를 하면 야구를 시키겠다’는 조건을 내세워 야구팀을 운영했는데 이 전통이 오늘날까지 내려오고 있다.

“고시엔의 목표는 훌륭한 선수의 배출이 아닙니다. 이 대회의 참가를 통해 자부심과 명예를 느끼고 건강한 인격체를 키워내는 일입니다.” 지난해까지 26년간 일본고교야구연맹 사무국장을 지낸 다나베 가즈히로(46·사진) 상임이사는 “이 문제로 프로조직인 일본야구기구(NPB)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적도 있었다”며 “고시엔 출신의 프로선수들이 다수 있지만, 고시엔 출신으로 사회 각계에 유명한 인사들이 활동하는 것이 연맹 입장에선 더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런 연맹의 교육이념은 최근 더 강화됐다. 다나베 이사는 “야구 잘하는 학생에게 학비를 면제하고 장학금을 지급하는 특별우대생제도를 지난해 전국적으로 폐지했다”고 밝혔다. 야구를 하다가 다치기라도 하면 다른 인생을 걸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데 야구계가 모두 공감했기 때문에 가능한 정책이었다는 것이다. 운동을 잘하면 특례를 주려는 한국과는 아주 크게 비교되는 대목이다.

다나베 이사는 고시엔대회의 흥미로운 일화도 소개했다. 오키나와 키노자고교의 야구부는 돈이 없어 선수들이 옥수수밭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노인센터에서 일을 거들며 돈을 모아 공과 장비를 구입해 연습을 시작했고, 마침내 5년전 이 대회 4위까지 올라오면서 전국적으로 화제가 됐다는 것이다.

다나베 이사는 “수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방과 후 야구 등 스포츠를 하는 게 일본의 교육방침”이라며 “야구부 감독의 90%가 현직교사인 게 바로 이런 생각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사카/글·사진 권오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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