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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황대기야 우리 품으로 와라.” 덕수정보고 선수들이 우승을 확정지은 뒤 그라운드로 뛰어들며 환호하고 있다. 한국일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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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정보고 12년만에 봉황대기 품에안아
팽팽하던 행렬 8회말 2사만루서 ‘딱’
봉황대기. 그 이름만으로도 고교야구 올드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대회다.지역예선 없이 국내 모든 고교야구팀이 총출동하고, 대진표가 미리 나오지 않고, 16강과 8강·4강이 결정될 때마다 다시 대진추첨을 하는 독특한 운영방식은 아직도 봉황대기만의 전통으로 남아 있다.
프로야구가 출범하기 바로 직전인 1981년 8월 26일. 봉황대기 결승전이 열린 동대문야구장에는 3만명이 훨씬 넘는 관중이 꽉 들어차 한편의 드라마를 감상했다. 당시 최강 선린상고(현 선린인터넷고)는 ‘비운의 스타’ 박노준·김건우가 잇따라 부상을 당하면서 경북고에 4-6으로 역전패했다. 박노준은 1회말 홈에서 슬라이딩을 하다가 다리가 부러졌고, 김건우는 어깨 통증으로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반면, 경북고는 성준·문병권이라는 ‘히어로’를 탄생시켰다. 경기가 끝난 뒤 성동원두(동대문운동장의 별칭) 근처 술집은 너무 기뻐서 혹은 너무 슬퍼서 인산인해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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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되더라도 타자는 살려야 한다.” 덕수정보고 1루주자 박병일이 1회말 2번타자 강진형의 투수 앞 번트 타구때 2루에서 아웃되고 있다. 동성고 유격수는 노진혁. 한국일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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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동대문야구장에서 제36회 봉황대기 고교야구 결승전이 열렸다. 성동원두에는 오랜만에 6천여명의 관중이 모였다. 모교 교가를 부르고 꽹과리를 치며 응원하는 풍경도 같았다. 그라운드의 열기도 25년 전과 다를 바 없었다. 1루에선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투혼을 불살랐고, 외야수는 30여m를 전력질주해 허공을 가르는 백구를 잡아냈다.
선발은 왼손과 왼손의 대결. 프로야구 기아에 2차 1순위로 지명된 광주동성고 에이스 양현종은 8회까지 6안타만 내주고 삼진을 무려 14개나 잡아냈다. 무명의 덕수정보고 1년생 좌완 손정욱도 5⅓이닝 동안 무실점 깜짝 투구를 선보였고, 이어 1학년 성영훈과 3학년 최종인까지 3명의 투수가 6안타만 내준 채 탈삼진 9개를 합작했다.
지루하게 이어지던 0의 행렬은 8회말 2사 후에야 깨졌다. 덕수정보고는 2사 후 몸에 맞는 공 2개와 안타 1개로 만든 만루에서 5번 전동수가 2타점 좌전안타로 3루 쪽 응원석을 열광시켰다. 결국 덕수정보고는 2-0 승리를 거두고 12년 만에 다시 초록 봉황대기를 품에 안았다. 반면, 2년 만에 우승을 노린 동성고는 4월 대통령배에 이어 또다시 정상 문턱에서 주저앉았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광주동성 0 000 000 000 000 000 02- 2 덕수정보
*동대문 <승>최종인(8회) <패>양현종(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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