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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차승 “2년안 귀국” 어기고 지난해 미국 시민권 취득
“병역법 위반 처벌 못해”
최근 백차승(26·시애틀 매리너스)이 메이저리그에서 좋은 활약으로 언론의 주목을 한껏 받으면서 그의 병역 및 국적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백차승은 21일 2년 만에 메이저리그에 올라온 뒤 메이저리그의 양대 명문구단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를 상대로 인상적인 투구를 선보였다. 특히, 28일 보스턴과의 경기에서는 시즌 첫승과 동시에 통산 3승을 거뒀다. 그러면서 백차승의 병역 문제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부산고 출신인 백차승은 1999년 6월 부산 김해공항에서 일본을 거쳐 미국 시애틀로 출국했다. 그 뒤 7년여가 흐른 지금까지 한 차례도 귀국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2년 안에 귀국하겠다”는 내용으로 백차승의 귀국보증을 섰던 아버지 등 두 사람이 각각 5천만원씩 벌금을 낸 바 있다. 귀국보증제도는 7월1일부터 폐지됐지만, 그 전에 출국한 사람은 계속 적용을 받는다.
병무청은 백차승이 출국한 지 2년이 지난 2001년 6월, 그를 병역법 위반자로 명시했다. 이에 따라 법무부는 백차승이 귀국하는 대로 처벌하기 위해 전국의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이런 사실을 알렸다.
그러나 백차승은 지금 귀국해도 징집되거나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 백차승은 미국 현지에서 미국 시민권자인 한국인 여성과 결혼한 데 이어, 지난해 4월 미국 시민권 취득과 함께 한국 국적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병역 기피 의혹이 제기될 수도 있지만, 법적으로는 외국인이다. 병무청 쪽도 “백차승은 겉모습만 한국인일 뿐, 법적으로는 미국 사람”이라며 “지금 당장 귀국하더라도 국내법에 따라 처벌할 수 없다”고 말했다.
때문에 그가 아무리 잘 해도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 백차승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앞두고 대표선수 후보로 거론됐지만 국적의 벽에 막혔다. 이번 도하아시아경기대회 대표선수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그를 ‘코리안 메이저리거’로 부르는 것이 과연 적절한 것이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백차승이 활약을 하면 할수록, 국외 진출을 노리는 스타 선수들의 공통된 고민인 ‘운동이 먼저냐, 병역의 의무가 먼저냐’, ‘개인이 우선이냐, 국가가 우선이냐’는 문제를 둘러싼 논란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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