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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9.15 10:10 수정 : 2006.09.15 10:10

서른 중반의 나이를 무릅쓰고 미국프로야구 마이너리그에서 성공적인 한 해를 보낸 최향남(35)은 마치 소풍을 다녀온 듯 했다.

"귀국한 지 이틀 만에 미국 식당의 햄버거가 눈에 아른거렸다"던 그에게 마이너리그는 '눈물 젖은 빵'으로 점철된 시련의 공간이 아닌 두툼한 고기에 '햄버거다운 햄버거'가 먼저 떠오른 행복한 추억의 장소였다.

물론 추신수(24.클리블랜드), 이승학(27.필라델피아)처럼 마이너리그에서만 5-6년씩 설움을 맛본 게 아니라 고작 1년 생활했기에 즐거운 기억만 남았는지 모른다. 다만 그는 "또 다시 마이너리그 생활은 하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최향남의 1년간 마이너리그 체험을 토대로 궁금했던 사항 몇 가지.

◇2주 주급은 780달러 =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구단과 사이닝보너스(계약금) 포함 10만 달러(9천577만원)에 계약한 최향남은 2주마다 한 번씩 주급개념으로 780달러를 받았다고 했다.

주급을 포함해 한 달에 받는 금액은 2천100달러다. 최향남은 "마이너리그 규정을 보니 '트리플A 선수는 한 달에 2천100달러까지 받는다'는 규정이 있었다"고 말한다.

활동기간인 2월부터 9월까지 8개월 동안 총액은 1만6천800달러. 10만 달러에서 주급 총액을 뺀 돈이 바로 계약금이다. 최향남은 입단할 때와 시즌이 끝나고 계약금을 두 번 나누어 받았다고 했다.

마이너리그라고 항상 버스로 이동하는 것만은 아니다. 최향남은 시즌 중 두 번 비행기를 타봤다고 했다. 그가 속했던 버펄로 바이슨스는 이른바 부자 구단. 마이너리그 선수들에 대한 대우도 다른 팀에 비해 나았다고 한다.

"최장 8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원정지로 이동해봤다"던 그는 "여건이 좋지 않은 팀은 10시간 이상 버스로 이동하는 게 다반사"라고 덧붙였다.

◇한국의 1-2선발은 메이저리그에서 가능성 충분 = 8승5패, 평균자책점 2.37, 탈삼진 103개 등 빼어난 성적으로 시즌을 마친 최향남은 "나도 성공했는데 우리나라 각 팀의 1-2 선발급 투수들이 빅리그에 가면 큰 성공은 아니지만 충분히 기량이 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마이너리그 투수들은 직구, 슬라이더, 체인지업 크게 세 종류만 던진다. 타자들을 골탕 먹이기 위해 '꽈서 던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 타자들은 뭔가를 확실히 보여주기 위해 초구부터 공격적인 스윙을 하는 등 공수에서 전반적으로 재미있다"고 말한다.

이어 "이런 승부에 익숙하기에 타자들은 빅리그에 올라가서도 공격적이다. 변화구 구사에 능한 한국 투수들이 빅리그 타자들을 상대로 성공할 수 있다는 게 바로 이 측면이다. 타자의 노림수를 역으로 이용하면 된다"고 후배들에게 도전 정신을 갖고 미국행을 추진해 볼 것을 권유하기도 했다.

최향남은 직구와 슬라이더 두 구종으로 나름의 성공신화를 썼다. 다만 "몸쪽 스트라이크를 잡아 주지 않아 가운데로 몰리지 않게 기술적으로 슬라이더를 던지려 노력했고 한국시절보다 더 좋았던 것 같다. 해마다 몸이 아팠었는데 올해는 아픈 곳도 없었고 슬라이더를 채는 데도 불편함이 없었다"고 말했다.

◇ 내년 스프링캠프에서 보자고 했지만... = 최향남은 시즌 후 세 군데로부터 '내년 스프링캠프 때 보자'는 말을 들었다. 에릭 웨지 클리블랜드 감독이 그랬고 클리블랜드 구단 팜(farm) 시스템 최고 운영자가, 트리플A 버펄로의 감독이 이구동성으로 내년에 만날 것을 기약했다.

하지만 최향남은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 참가 조건을 내걸었고 이에 대한 확답을 얻지 못했다. "이미 마이너리그에서 뛰어봤고 이제 더 큰 목표가 있는데 지금과 똑같은 처지에서 던지라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며 다른 팀의 러브콜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젊은 선수 육성에 집중하고 있는 클리블랜드는 최향남의 성적이 뛰어남에도 그를 빅리그로 부르지 않았다. 더블A,트리플A 선수 간 이동이 빗발치는 가운데서도 최향남은 '버펄로 구단을 지키는 선수'로만 인식됐다. 빅리그 승격은 어린 선수들의 몫이었다.

일본 진출도 서둘러 알아보고 있다. 그는 "나이도 있는데 원하는 곳에서 원 없이 던져 보고 싶다"며 또 다른 무지개를 찾아 떠날 준비가 돼 있음을 알렸다.

한국 무대에서 뛸 때도 "주급 몇 푼을 받지 않아도 좋으니 멕시칸리그나 유럽 세미 프로리그에서도 활약해 보고 싶다"던 그였다. '풍운아'의 도전은 내년에도 계속된다. 다음주 고향 목포로 내려가 캐치볼로 2007년을 일찍 시작할 예정이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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