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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 야구장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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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잠실 야구장은 만원이었다. 어렸던 나는, 파란 청룡 잠바를 입었다. 글러브는 '만물시장'으로 불리기도 했던 청계천에서 장만했다. 경기 시작 전 나는 몸을 풀었다. 마치 내가 프로 선수인 것 같았다. 마냥 기분이 좋았다. 딱딱한 야구공이 아닌 테니스 공을 챙겼던 이유가 있다. 이유는, 파울 볼을 캐치하기 위해서였다. 잠실 야구장으로 향하기 전 나는 다짐했다. '오늘은 반드시 파울볼을 낚으리라'고. 주말에는 주간 경기였다. 어떻게 해서든 입장하려고 몸부림을 쳤다. 표가 동이 나서 발을 동동 구를 때면 누군가가 유혹했다. "표 못 구하셨어요?" 그는 빤히 쳐다보았다. 이미 경기는 시작했다. 장 내(內) 스피커는 경기 진행 상황을 알리고 있었다. 밖에서도 다 들린다. 입장한 후, 개 구멍 같은 복도를 통과하면 넓디 넓은 구장이 앞에 펼쳐진다. 외야에는 연두색 잔디가 잘 관리되어 있었다. 2루수, 유격수가 서 있는 곳은 갈색 토양이었다. 갈색과 연두색은 아름답게 조합되어 있었다. 멀리 떠 있는 전광판에는 타자 이름과 피처 이름이 적혀 있었다. 투수가 던지는 공이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갔을 적에는 'S'란에 불이 들어왔다. 안 들어갔을 경우에는 'B'란에 불이 켜졌다. 'S,B' 밑에는 아웃 카운트를 표시하는 'O'란이 있었다. 그것부터 확인을 했었다. 경기는 보통 2시에 시작을 했다. 해 질 무렵이 되어서야 경기는 끝났다. 노을에 잠긴 오후의 하늘은 아름다왔다. 내 기억 속에 간직한 그 하늘은 현란(絢爛)했다. 그 보다 더 아름다운 하늘을 나는 아직 목격하지 못했다. 청룡(LG트윈스 전신)이 이긴 날에는 아버지께서 싸인 볼을 사주시고는 했다. 정삼흠 투수가 싸인한 볼을 나는 가장 좋아했던 걸로 기억한다. 엘지 트윈스의 서용빈 선수가 은퇴한다고 하니, 섭섭하다. 트윈스가 한창 잘 나갈 적에 1번 타자는 유지현, 2번 타자 김재현, 3번 타자가 바로 서용빈이었다. 내게 처음으로 '파울 볼'을 선물해 줬던 그였다. 그런 서용빈이 선수 생활을 마감하겠다고 19일 밝혔다. 글러브와 테니스 공을 양 손에 쥐고, '진짜 야구공'이 날아 오기만을 기다렸던 한 소년이 있었다. 슬라이더로 던진 공을 빗맞춘 당시의 서용빈은, 소년에게 '진짜 공'을 선물했다. 옆에는 공을 기다리고 앉아 있던 한 소녀도 있었다. 이처럼 그는 소년, 소녀들의 우상이었다. 빛 바랜 추억이여, 영원하길.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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