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9.22 19:10
수정 : 2006.09.22 19:10
두산 가을잔치 ‘집념의 요리사’ 고영민 /
1군 주전으로 발탁되기 위해 그는 수비력 강화에 집중했다. 방망이야 타자의 컨디션이나 상대 투수의 실력에 따라 들쭉날쭉하게 마련이지만, 수비는 노력할수록 일정한 수준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게 코칭스태프로부터 믿음을 받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다.
두산의 5년차 고영민(22)의 야구 철학이다. 2002년 입단 이후 지난해까지 통산 64경기만 출전할 정도로 그는 후보선수였다. 언젠간 그에게도 기회가 오리라 생각했고, 지난 겨울훈련 땐 피나는 노력을 거듭하며 수비훈련에 치중했다. 그리고 팀 선배 안경현이 3루로 수비위치를 바꾸면서 2루수를 맡더니 제몫을 단단히 해내고 있다.
그에게 붙은 별명 ‘고제트’는 마치 만화영화 주인공 ‘가제트 형사’처럼 어떤 공이 오더라도 팔을 쭉쭉 뻗어내며 타구를 잡아낸다고 해서 붙여진 것이다.
그런데 그가 포스트시즌 진출을 앞둔 요즘 중요한 순간마다 수비는 물론 방망이까지 훌륭한 몫을 해내고 있다. 지난주 기아에 내리 3패를 당하며 4위 자리를 내줘야 했던 두산이 지난 21일 광주에서 다시 기아를 만났다.
상대 선발은 기아의 에이스 김진우. 그런데 고영민은 첫 타석인 3회 1스트라이크에서 바깥쪽 변화구를 받아쳐 왼쪽담장을 넘기는 선제 솔로포를 터뜨렸다.
두번째 타석인 5회에도 김진우로부터 좌전 2루타를 쳤고, 2-0으로 앞선 7회 세번째 타석에선 기아의 세번째 투수 정원으로부터 우중간 적시 2루타로 팀의 쐐기타점까지 올렸다. 3타수 3안타 2타점에 이날 그가 친 총루타수는 8개나 됐다. 팀 타선이 5안타에 그쳤을 정도였기에 그의 활약이 없었다면, 자칫 팀은 기아전 6연패에 빠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지난 8월31일 잠실 롯데전에서 프로데뷔 첫 홈런을 쳤던 고영민은, 지난 5일 잠실 엘지전에선 4타수 3안타로 홈런빠진 ‘사이클링히트’(1·2·3루타)를 치는 등 최근 활약이 눈부시다.
4번타자 같은 몫을 해내는 9번타자. 그가 팀을 ‘가을잔치’까지 이끌어갈지 팬들의 관심과 기대가 높다.
권오상 기자
k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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