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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1.10 18:58 수정 : 2006.11.10 19:00

스타선수·13년 코치생활 끝에 지휘봉
“선수 맞춤형 변화무쌍 야구 펼치겠다”

그를 만난 곳은 현대 유니콘스의 마무리 훈련이 한창인 경기도 고양시 현대자동차연수원의 원당야구장이었다. 사령탑을 맡자마자 신경쓸 일이 훨씬 많아졌다.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겠네요.” 초보감독의 마음고생이 시작된 것이다. 그러다보니 잠을 설치기가 일쑤다. “하루 6시간이나 제대로 잘까요?”

김시진(48). 1983년 삼성에 입단해 88년까지 6년간 이만수(48·현 에스케이 수석코치)와 ‘배터리’(투수-포수)를 이뤄 기적같은 118승을 합작하며 당시를 풍미했던 최고의 스타선수였다. 1993년 태평양 돌핀스 시절부터 올 시즌까지 13년간의 파란만장한 코치생활 끝에 현대의 두번째 감독이 됐다.

그는 감독이 되자 두가지 일화가 떠올랐다고 회고했다. “1985년도였지요. 6개 구단 중 처음 삼성이 엘에이 다저스 스프링캠프인 미국 플로리다 전지훈련을 갔을 때입니다. 당시 토미 라소다 감독이 김영덕 감독에게 ‘감독은 코치와 선수들이 운동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주고, 매스컴 로비만 하면 된다’고 말했지요. 기술적인 부분까지 끼여들다보면 믿음에 균열이 갈 수 있다는 겁니다.”

선수들과 격의없이 지내던 그는 감독이 된 뒤 선수들과 거리를 두고, 말수를 적게 하려니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라소다 감독의 말이 새삼 중요하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두번째 얘기는, 현대 창단 때의 일이다. 김재박 감독과 태평양에서 함께 코치로 있었지만 96년 현대가 창단하면서 코칭스태프에서 제외됐다. “엠비시(MBC) 청룡의 동료였던 하기룡 코치가 영입됐기 때문이었죠. 그 때 전 실업팀인 현대전자 피닉스를 맡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실력들이 형편없었다. 며칠을 고민하며 어떻게 지도할지를 궁리한 끝에 깨달은 바가 있었다. “바로 눈높이를 낮췄지요. 96~97년이 오늘의 나를 여기까지 있게 한 가장 소중한 체험이었죠.” 그는 스타선수 출신들이 지도자로서 실패하는 이유가 바로 ‘자신의 눈높이’에 선수들을 맞추는 실수 때문이라고 했다.

엘지 트윈스 사령탑이 된 김재박 감독과 어떻게 다른 야구를 할 것이냐고 물었다. 대답은 간단했다. “선수들이 1점밖에 내지 못한다면, 지키는 야구로 가야 하고, 5~6점씩 낼 수 있다면 공격야구를 해야겠지요. 선수들의 실력과 상태에 따라 색깔은 달라지게 됩니다.” 하지만 그는 “예전과는 다른 투수교체 작전이 펼쳐질 것”이라는 말로 투수출신 감독 나름의 용병술이 펼쳐질 것을 예고했다.

김시진은 누구?
선수들과의 상견례에서 그는 의외의 말을 꺼냈다. “여러분들이 날 여기까지 오게 했으니, 이젠 여러분들이 책임져달라.” 물론 농담을 곁들인 말이었지만, 신뢰를 강조한 것이었다. “시즌 전 현대는 무조건 꼴찌한다고 하지 않았나요? 그런데 2위를 했지요. 선수와 지도자간의 믿음이 만들어낸 겁니다.” 그가 9회말까지 포기하지 않는 야구, 현대의 전통을 이어가는 야구를 하겠다는 것이 바로 이 대목을 두고 한 말이었다. 선수에겐 정직한 땀을, 코칭스태프에겐 자율적인 지도를 요구하는 대신, 실력 위주로 기용할 것이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선수들과 가까워지려고 인터넷에서 각종 유머시리즈를 찾기도 한다는 그는 ‘대가리 시리즈’ 중에서 붕어시리즈를 예로 들었다. 미끼만 주면 그것만 받아먹는 선수가 되지 말라는 교훈이 있다는 것. 그래서 김 감독은 임기 3년 이내에 우승, 4강 등의 목표를 말하지 않았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의 야구를 만드는데 노력할 겁니다. 다음 감독이 오면 더 좋은 야구팀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말이죠. 마음 비웠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13년간 키워내고 배출한 다른 팀 선수들은 물론 삼성팬들로부터도 축하전화가 쇄도한다고 했다. “내년 야구는 재밌을 겁니다. 삼성과 붙으면, 선 감독과 나의 대결이 그렇고, 에스케이를 만나면 이만수 수석코치와의 맞대결도 그렇고 말이죠.”

인터뷰가 끝나자 김시진 감독이 세운 투수왕국 시절, 현대가 배출한 4명의 신인왕 중 한명인 조용준이 앞에 섰다. “감독님, 저 휴가좀….” “재활만 마치면 언제든지….” 짤막한 대화 속에 긴장감이 흘렀다. 그리곤, 뒤돌아 저만치 가던 조용준이 “으악~!”하며 냅다 소릴 질러댄다. 씩~ 웃는 김 감독의 입술에서 터져 나온 한마디. “용준이 파이팅!”

고양/글·사진 권오상 기자

k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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