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6.11.12 11:37 수정 : 2006.11.12 14:13

11일 일본 도쿄돔구장에서 열린 코나미컵 삼성 라이온즈 선수들이 대만 라뉴베어스와의 경기에서 3-2로 패한 후 아쉬워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대만의 약진, 그리고 잔치에서 소외된 한국야구'

아시아 프로야구 정상팀을 가리는 제2회 코나미컵 아시아시리즈는 한국과 대만의 희비 쌍곡선으로 요약된다.

6회말 삼성 임창용이 린지셩에게 결승 역전 홈런을 허용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올스타로 구성된 중국의 차이나 스타스를 제외하고 3팀 중 유일하게 2년 연속 이 대회에 참가했던 삼성라이온즈는 지난해 준우승에도 못 미치는 3위의 성적으로 도태된 반면 대만의 라뉴 베어스는 삼성을 꺾고 결승에 진출하면서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

11일 삼성과 라뉴전은 한 게임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

1982년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 번째로 프로야구를 출범시킨 한국은 이보다 8년 늦은 1990년 프로야구가 시작된 대만보다 프로팀의 수준과 리그 운용 등에 있어 우위에 있다고 자부해 왔었다. 특히 승부 도박 사건으로 팀이 사라지는 후진적인 관행이 벌어지기도 했던 대만프로야구는 아직까지 한국을 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견해가 많았었다.

하지만 이날 삼성의 패배로 이런 우위론은 일거에 수그러들게 됐다. 한국은 프로야구가 50년 앞서 있다는 일본에 이어 아시아 2인자 자리를 상당 기간 유지해 왔지만 이제는 그 자리를 지키는 것도 어렵다는 게 판명났기 때문이다.

11일 라뉴전에 앞서 선수단에 "망신 당하지 않으려면 한국시리즈 7차전을 뛰는 것처럼 집중력을 발휘하라"고 주문했던 선 감독의 바람도 수포로 돌아갔고 결국 망신을 자초한 꼴이 되고 말았다.

"지난해 참가해 보니 단순한 친선 경기가 아닌 국가 대항전이다. 두 번째 출전인 만큼 우승에 도전하겠다"던 선 감독은 정작 라뉴전을 앞두고는 "나 뿐만 아니라 선수들의 스트레스가 심각하다. 기분 좋게 자국 리그를 우승해 놓고 와서 더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고 라뉴에 무너지며 예상보다 일찍 짐을 싸게 됐다.


한 경기 이기고 지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니나 선 감독의 평소 지론인 '야구는 결과가 말해준다'는 관점에서 볼 때 2년 연속 한국챔피언을 차지한 삼성은 딱히 할 말이 없게 됐다.

야구 최강국 결정전인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출범하고 아시아시리즈외 한국과 일본이 건곤일척의 승부를 벌이는 한일 시리즈(가칭)가 내년 시작을 앞둔 상황에서 야구는 세계화를 지향하며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일본선수노조가 '친선경기라면 더 이상 미일올스타전에 출장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을 봐도 국제 대회는 말 그대로 그 나라 야구의 명예를 건 국가대항전 형식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아시아 최강이라는 일본의 챔피언 니혼햄 파이터스도 아시아시리즈에서 유별난 애국심을 강조하며 국가대표라는 자존심을 걸고 매 경기에 임할 정도였다.

한국시리즈 후 휴식 기간이 없어 피로가 누적되고 아시아시리즈 준비도 부족했던 상태였기에 삼성만 질타할 문제는 아니나 적어도 '국가대표 프로팀'이라는 자부심으로 최소한 지난해 성적은 거둬야 본전은 했을 터였다.

하지만 한국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는 니혼햄 선수들보다 열성도 없었고 한국을 이기겠다는 라뉴처럼 패기가 넘친 것도 아니었다. 경기 중반까지 상대를 앞서지 못하면 선 감독의 '지키는 야구'도 무용지물에 불과하다는 것만 입증됐다.

사령탑 취임한 첫 해이던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궈냈고 2년 연속 챔피언에 오르며 단박에 명장의 반열에 오른 선 감독도 라뉴에 패하면서 뼈아픈 경험을 안게 됐다. 2년 연속 탄탄대로를 걷던 선 감독의 지도자 인생에 일격을 가한 게 한국의 경쟁팀이 아닌 바로 라뉴라는 점에서 충격의 여파가 크다.

삼성의 패배로 2006년 한국 야구는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미미한' 결과를 낳고 마무리됐다.

올 3월 WBC 예선에서 대만과 일본을 차례로 물리치고 본선에 진출, 4강 신화를 개척하며 한 때 야구붐을 일으켰던 한국 야구는 정작 정규 시즌에서는 스타 부재, 우천의 영향 등으로 모처럼 조성된 야구 인기붐을 이어가지 못했다.

손에 땀을 쥐는 포스트시즌을 거치며 다시 한번 야구 부흥의 실마리를 마련했지만 삼성이 국내외를 통틀어 올해 마지막 대회였던 아시아시리즈에서 라뉴에 무릎을 꿇으면서 씁쓸한 뒷맛을 남긴 채 내년을 기약했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 (도쿄=연합뉴스)

삼성 라이온즈와 대만 라뉴베어스와의 경기에서 대만 린즈셩이 4말 2루타 후 환호하고 있다. 6회 린즈셩의 결승 홈런으로 3-2 삼성 패. (도쿄=연합뉴스)

코나미컵 삼성 라이온즈에 3-2로 승리한 대만 라뉴베어스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삼성 라이온즈 선수들이 허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광고

관련정보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