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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1.16 14:46 수정 : 2006.11.16 14:46

김재박 감독

양승호 LG 코치가 더그아웃에서 선수를 향해 고함을 치는 장면이 TV 중계 카메라에 잡혔다. 반대쪽 더그아웃에 있던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사령탑 김재박 감독은 LG의 실책이 나올 때마다 묘한 표정으로 서성거렸다.

대표팀과 LG의 연습 게임이 벌어진 16일 부산 사직구장. LG의 사령탑이자 대표팀을 지휘하고 있는 김재박 감독의 표정이 궁금했다. LG의 거듭된 실책으로 초반에 승부가 갈린 터라 경기 후 소감은 더욱 관심을 끌었다.

김 감독은 LG가 1-9로 뒤지다 막판 뒷심으로 6점이나 따라 붙은 것을 의식한 듯 "LG가 점점 좋은 모습을 띨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도 오늘 대표팀에서 나온 투수들이 좋은 투수들(이혜천, 윤석민)이었는데 이들 공을 쳐 내는 것을 보면 긍정적이지 않느냐"며 방긋 웃었다. 신인급 선수들이 범한 실책에 대해서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LG는 1.5군급 선수들 위주로 진주에서 마무리 훈련 중인데 '우승 청부사'로 모셔온 김 감독의 요청에 따라 당일치기로 부산으로 넘어와 대표팀과 평가전을 치르기로 했다.

마침 16일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있는 날이었고 팀에서 가장 위치가 불분명하다는 1.5군급 선수들도 김재박 감독 앞에서 처음으로 눈도장을 받는 처지라 수능을 치는 건 일반 수험생과 마찬가지였다.

날도 춥고 긴장이 되서였을까. 베테랑 우완투수 경헌호가 0-0이던 2회 볼넷과 몸에 맞는 볼을 연거푸 허용한 뒤 적시타 2방을 얻어 맞고 4점을 줬다.

3회에는 2루수 이학준이 평범한 땅볼을 잡은 뒤 어이없는 1루 악송구를 범했고 곧이어 중견수 오태근은 그야말로 알을 까는 바람에 단타성 타구를 3루타로 둔갑시켰다. 5회에는 투수 민경수가 1루에 견제한다는 게 악송구가 되면서 실책이 3개로 늘었다.

김 감독은 경기 전 자신을 대신해 LG의 훈련을 지휘 중인 양 코치를 만나 "서로 이기는 경기를 할 수 있도록 야구를 하자"며 이색적인 주문을 냈다. 마무리 훈련을 통해 기량이 발전한 모습도 보여줘야 하고 한편으로는 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분위기도 맞춰줘야 했던 양 코치는 김 감독의 주문이 그래서 반가웠는지 모른다.


LG의 1.5군급 선수들의 실력은 각 구단 최고 선수들을 끌어 모은 대표팀 선수들의 기량에는 결과적으로 못 미쳤다. 그러나 추승우, 안치용, 박가람 등은 혼신을 다한 역주로 김 감독에게 강한 인상을 심었다. 기량보다는 최선을 다하는 마음가짐이 김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을 지도 모른다.

최근 LG 사령탑에 오른 감독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바깥에서 볼 때는 선수 자원이 좋은 것 같지만 막상 맡아보니 선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서울'이라는 가장 큰 선수 시장을 보유했지만 육성에 소홀했고 워낙 1,2군 선수 이동이 빈번했던 탓에 선수들 기량이 하향 평준화 됐기 때문이다.

LG의 희망을 봤다는 김재박 감독이 1.5군급 선수들을 추슬러 탄탄한 야구의 밑바탕을 조성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 (부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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