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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2.08 18:10 수정 : 2006.12.08 18:23

지난해 12월1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05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이 황금장갑을 들고 기뻐하고 있다. 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병규, 안경현, 진갑용, 정영기 코치, 김태균, 김용달 코치, 이범호, 김재현, 손시헌, 손민한. 연합뉴스

<김양희의 야구,야그>
골든글러브 투표를 하다

7일 오후 편집국 스포츠팀의 단상 하나. 팀장이 아침부터 잔뜩 고민에 쌓인 얼굴로 컴퓨터 모니터 화면을 바라보고 있다. “포수는 누구를 찍어야 하지? 그냥 성적순으로 찍을까?” 지켜보던 한 선배가 거든다. “포수는 △△△ 찍으세요.” 아예 팀장 곁에서 같이 모니터를 보면서 훈수를 둔다. 투표를 다 마친 팀장은 그제서야 표정이 밝아진다. 마치 밀린 숙제를 해치운 듯하다. 하긴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로부터 두차례나 투표독촉전화를 받았으니 그럴만도 하다.

2006 한국 프로야구 골든 글러브 투표가 8일 마감됐다. 투표는 인터넷으로 이뤄지고 방송 및 신문 기자들 뿐만 아니라 중계 아나운서, 카메라맨 등도 투표인단에 포함된다. 한국야구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총 투표인단수는 367명. 지난해의 경우 총 343명이 투표권을 가졌으나 유효표는 326표였다. 약 95%의 투표율. 지금까지 투표율이 100%가 됐던 해는 없었단다.

이렇게 투표가 마감되면 외주 업체인 (주)스포츠투아이에서 집계를 한다. (주)스포츠투아이도 담당자 한 명만이 최종결과를 알 뿐이고 11일 시상식까지 수상자 명단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진다. 한국야구위원회측도 11일 시상식 현장에서 명단을 건네받을 정도. 금박이 입혀진 골든 글러브에 수상자 이름은 빠지고 포지션만 쓰여지는 것도 이런 이유다.

그렇다면 올해 황금장갑의 주인공은 누가 될까. 참고로 올해까지 횟수로 6차례 골든글러브 투표에 참여했던 나의 적중률은 80% 정도 밖에 안됐다. 꼭 한 두명 의외의 수상자가 나왔다. 이유를 따지자면 나는 보통 ‘이름’은 배제하고 ‘성적’으로만 투표해 왔다. 가끔 성적이 나쁜데도 이름값이 더 높은 선수가 수상을 했을 때는 시상식장에서 분개하기도 했다.


올해 내가 투표를 할 때 가장 고민을 했던 포지션은 포수, 3루수, 외야수였다. 이에 반해 2루수, 유격수는 망설임없이 투표했다.

진갑용이 지난해 12월11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05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골든포토상(스포츠 사진기자회 선정)을 받은 포수 진갑용이 밝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서울=연합뉴스)
우선 포수 부문. 역대로 보면 포수 골든 글러브는 우승 프리미엄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다. 지난 2001년 두산이 우승했을 때 홍성흔이 한국 프로사상 최초로 포수 20(홈런)-20(도루) 기록(이 기록은 메이저리그에서도 단 1차례밖에 나오지 않았다)을 달성하는 등 성적면에서 월등했던 박경완을 제치고 황금장갑을 꼈던 게 단적인 예다. 2000년 이후 우승팀에서 포수 골든 글러브가 나오지 않았던 해는 2004년 뿐이다. 당시 수상자 홍성흔은 최다안타왕 타이틀 홀더였다.

올시즌의 경우 삼성 진갑용(타율 2할8푼8리 6홈런 47타점)과 홍성흔(타율 2할8푼7리 10홈런 56타점)은 비슷한 성적을 기록했다.그러나 진갑용에게는 우승 프리미엄이 있다. 반면 두산은 5위로 성적이 쳐졌다. 진갑용의 우위가 예상된다.

하지만 나의 고민은 진갑용도 홍성흔도 아닌 롯데 강민호였다. 강민호는 올해 주축포수 최기문이 수술을 받아 혼자 거인 안방을 책임지면서 126경기 전경기를 소화했다. 포수가 전경기를 소화한 것은 지난 1996년 박경완(당시 쌍방울) 이후 처음이다. 진갑용(2002년) 홍성흔(2004년) 등도 시즌 전경기에 출장했지만 이들은 당시 전경기에서 포수 마스크를 쓴 것이 아니라 지명타자로도 가끔 출전했기 때문에 엄밀히 따지면 ‘포수 전경기 출장’이 아니다. 진갑용은 2002년 출장한 133경기 중 131경기에서 포수 마스크를 썼으며, 홍성흔은 2004년 출장한 133경기 중 88경기에서만 포수 마스크를 썼다. 포수가 전경기에 출장하는 것은 그만큼 어렵다. 팀성적이 좋지 않았음에도 강민호에게 눈길이 간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두번째 3루수 부문. 이범호(한화)와 정성훈(현대)의 대결로 압축되는데 이범호는 홈런과 타점에서, 정성훈은 타율에서 앞섰다. 그렇다면 가장 중요한 고려요소인 수비 부문은? 이범호는 126경기 전경기에 출장해 13차례 실책을 범한 반면 정성훈은 123경기 출장에 실책수가 19개다. 안타성의 어려운 타구를 잡으려다가 놓쳤을 경우도 종종 실책으로 기록되기 때문에 실책수가 수비 평가의 절대기준이 될 수는 없다. 팀기여도 또한 둘 모두 높기 때문에 쉽게 어느 누구의 손을 들어줄 수가 없다.

외야수 부문은 타이틀 홀더가 수두룩해 최대격전지로 꼽힌다. 최다안타왕 이용규(KIA)를 비롯, 득점왕 박한이(삼성), 타격 2위 이택근(현대) 등이 버티고 있다. 여기에 도루왕 이종욱(두산)도 있다. 박용택(LG)도 나름 쏠쏠한 활약을 했다. 때문에 나도 한번 찍었다가 수정하기를 몇차례 해야 했다. 다 찍고 나면 다른 선수가 눈에 밟혀 쉽사리 최종선택을 할 수가 없었다.

김양희 한겨레 스포츠팀 기자
하지만 어찌 알랴. 올해도 외야수 부문에서 공동수상자가 나올지...지난 2004년 때처럼 말이다.

어쨌든 8일 오후 6시를 기점으로 주사위는 던졌다. 11일까지 기다려야 하지만 수상자는 이미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다. 섣부른 예상일 지 모르겠지만 올해 골든 글러브의 경우, 잠실 라이벌 구단의 몰락과 뉴페이스의 대거 등장으로 결론지어질 듯 하다. 두산과 LG는 지난 2002년에도 단 1명의 골든글러브 수상자를 배출해내지 못했다. 생애 첫 골든글러브를 받는 선수도 5명 이상은 나올 것 같다. 세대교체의 징후를 보인 올시즌을 돌아보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11일 과연 누가 웃고 울까. 그리고 올해 나의 골든 글러브 적중률은 얼마나 될까.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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