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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4.11 19:12 수정 : 2007.04.11 19:12

김시진 현대 감독

광주구장 전광판 아웃카운트에 불이 3개 들어왔다. 경기 끝이었다. 연장 10회 접전 끝에 현대의 4-1 승. 김시진(사진) 현대 감독의 머릿속은 잠시동안 백짓장이 됐다. 잠시 뒤 곁에 있던 코칭 스태프와 선수들이 축하 인사를 건넸다. 포수 김동수는 마지막 기아(KIA) 타자 이호신을 삼진으로 낚은 공을 김 감독에게 전했다. 정신없는 와중에 공을 받아들고 그는 슬쩍 미소를 지었다. 4월10일. 초보사령탑은 드디어 데뷔 첫 승 기념구를 받아들었다.

첫 승 올리기는 참 힘들었다. 선수시절에는 ‘허구한 날 챙겼던’ 승리였다. 개막연전에서 롯데에 내리 3연패를 당하고 밤잠도 제대로 못 잤다. 힘 한번 못 써보고 그대로 무너진 게 억울했다. 10일 밤에는 잘 마시지도 못하는 위스키에 의지해 잠을 청하기도 했다. 이날 경기서도 잘 던지던 선발 전준호가 이재주에게 홈런포를 두들겨 맞아 “오늘도 힘들구나” 싶었다. 다행히 브룸바가 곧바로 8회초 동점포를 만들어 “이길 수 있는 흐름을 탔다”고 생각했다. 현대는 10회초 이택근, 이숭용의 적시타로 3점을 뽑아내며 승리를 굳혔다. 현대 구단이 안팎으로 내홍에 시달리는 와중에 개막 3연패까지 당해 크게 속앓이 했지만, 가족들 응원은 김 감독에게 큰 힘이 됐다. 아내 이선희씨는 “당신은 영리한 사람이니까 부담 갖지 말라”며 광주원정을 떠나는 그를 위로했고 아이들은 ‘아빠 파이팅!’ 문자를 종종 보내면서 아빠를 응원했다. 하지만 막상 첫 승을 따낸 날 가족들은 무덤덤했다. 1승은 시작일 뿐, 앞으로 더 많은 승리의 날이 남아있음을 그들은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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